<레프트21> 39호(2010-08-28발행)
헤드라인 : 부정부패, 언론 통제, 경쟁 교육, 신자유주의, 쌍용차 파업 살인 진압 … 이명박의 “쓰레기 개각”
조사
젊은 사회주의자 고(故) 이강용 동지를 애도하며
최미선
8월 18일, 29살 꽃다운 나이의 한 젊은 사회주의자 이강용 동지가 여행 차 방문한 필리핀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가족과, 누구보다 그를 아꼈던 선후배, 친구 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다함께 회원으로 활동해 오던 그는,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학생회장을 지내며 학내 민주주의를 위해 고군분투했으며, 제대 후 보건의료단체연합 활동가로도 활동한 젊고 재치 있는 사회주의자였습니다.
그는 언제나 사회의 편견과 불의에 맞서 행동하는 동지였으며, 선후배, 친구 들과 밤새 술잔을 기울일 줄 아는 소중한 친구였습니다.
저항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남미의 민중을 만나고 싶다며 8월 10일 여정에 올랐던 그는 이제 한 줌의 새하얀 재로 변해 22일 우리 곁으로 돌아옵니다.
우리의 소중한 친구였으며, 혁명적 사회주의자였던 그가 이제 다시 먼 길을 떠나려고 합니다.
까무잡잡하고 야무진 얼굴에 모자를 푹 눌러 쓰고 해맑게 “요오!”하고 인사하던 그가 떠나려는 길이 외롭지 않게 그를 기억하는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가 품었던,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꿈은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함께 우리 가슴 속에 새겨질 것입니다.
고 이강용 동지를 애도하며…
조촐한 빈소를 마련했습니다.
장소 : 경기도 의왕시 ‘선병원’ 장례식장
(1호선 군포역 하차 후 8번, 8-2번 버스를 이용해 선병원앞 하자)
시간 : 8월 21일(토) 오후 5시 ~ 22일(일) 오후 6시
6시부터는 빈소 근처에 위치한 납골묘 ‘오봉정사’로 이동해 유골을 안치합니다.
문의 : 016-367-5707(최미선)
입력 2010-08-21 ⓒ레프트21
부정부패, 언론 통제, 경쟁 교육, 신자유주의, 쌍용차 파업 살인 진압 …
이명박의 “쓰레기 개각”
최미진 lionlady@left21.com
이명박의 새 내각 후보자들이 ‘전과 14범’ 보스를 닮아 위장전입, 위장취업, 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 각종 비리로 뒤범벅된 집단이라는 점이 나날이 폭로되고 있다.
이들은 청문회에서도 뻔뻔하기만 하다. 불리하면 ‘부덕의 소치’라고 하면 그만이다. 이 “쓰레기 개각”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대중을 “프라이버시에서 건진 소재들을 공공연하게 도마질하고 탐닉하는 관음증에 걸”린(<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송호근) 집단으로 매도하고 싶은 게 저들의 속내일 것이다.

그러나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이들의 비리와 파렴치함은 이명박이 말하는 “공정한 사회”의 실체를 보여 준다. 더욱이 이들은 철두철미 시장주의적이고 반노동자적이다.
국무총리 후보 김태호는 대학시절부터 김영삼의 배낭을 대신 매고 등산하면서 정치를 시작했고 권력자들에 달라붙어 승승장구해 왔다.
김태호는 지난해 <한국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남도 공무원노조가] 국가적 방어훈련인 을지훈련을 거부하겠다고 해요. 이건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세력이라고 판단했죠. 공무원노조 사무실을 폐쇄시켜 버렸습니다. 공무원들이 정치세력화해서 투쟁하는 것은 용서 못합니다. 내가 온 뒤로 노조위원장 세 명이 옷을 벗었어요.”
이명박은 이런 김태호를 “분신”처럼 여기며, 자신이 서울시장 시절 지하철 파업을 파괴한 사례와 김태호의 공무원노조 탄압 사례를 함께 모범으로 거론했다고 한다.
비실비실
김태호는 경남도지사 시절 노인, 장애인, 결혼 이주여성 등에 대한 사회복지분야 국고보조금 68억 원을 삭감한 반면, 기업주들과는 모임을 하면서 “경영진의 고충”을 듣고 규제도 풀어줬다. 대표적인 사례가 밀양산업단지를 7개월 만에 허가해 준 것이다.
그는 4대강 사업에 “최우선적으로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며, “정부가 눈치 보지 말고 가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 맘에 쏙 들 만한 불도저 정신이다.
특임장관 후보 이재오는 민주화 운동 경력을 팔아 자신을 ‘친서민’ 이미지로 포장해 왔다. 그러나 그는 “국회의원도 안 하고 밖에서 비실비실 놀면서 말로만 ‘민중, 민중’ 하면 그것이 민중을 위한 정치가 되는 것인가” 하며 진보세력을 모독하고, 자신을 투옥했던 박정희의 생가를 방문해 자신의 전향을 확실히 입증한 권력의 화신일 뿐이다.
그는 2009년에 출간한 자서전 《함박웃음》에서 이명박에 대한 충성을 선언한다. “12년을 변함없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서 나 자신을 바쳤”고, “대통령 출마를 권유했던 그날 이후 나는 단 한 번도 MB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것에서 생각을 바꾸거나 후회해 본 적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신재민은 이명박의 언론 장악 행동대장이다.
그는 <주간조선> 편집장, <조선일보> 부국장까지 지낸 자답게 우파적 언론관을 실행해 왔다.
신재민 소관이었던 문화부 홍보지원국의 교육자료집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 잘 꾸며서 재미있게 꼬드기면 바로 세뇌 가능”, “방송판의 주요 기자, PD, 작가, 행정직을 절대 표 안나게 관리하라”.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언론 탄압을 주도한 것도 신재민이었다. 그는 “부정적 여론 확산의 진원지(방송ㆍ인터넷)에 대한 각 부처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언론 재갈 물리기에 나섰다.
낙하산 사장에 반대해 파업했던 노종면 YTN노조 전 위원장도 파업 당시 신재민의 협박 발언을 공개했다.(“공영이라면 <돌발영상> 없애야 한다”, “강하게 투쟁한 노조원들 자르라고 하겠다.”) 재벌에 언론장악 기회를 열어 준 미디어법 추진도 그의 소신이다.
청와대 실세 3인방으로 꼽혔던 노동고용부 장관 후보 박재완도 철저한 신자유주의 신봉자다.
“양극화의 원인은 분배 주도 정책으로 성장이 침체됐기 때문”, “4인 가구 생활보호 대상자로 선정되면 월평균 1백30만 원 받는데, 이는 단순노무직 임금 1백10만 원보다 높다.”(《시대정신 대논쟁》)
교과부 장관 후보 이주호는 MB식 교육정책의 화신이다. 평준화 해체, 3불(본고사ㆍ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제 금지) 해제, 수월성 교육, 자율형 사립고, 일제고사, 교원평가 등은 그의 강력한 소신이다. 그의 책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는 이명박 교육정책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 이재훈의 ‘쪽방촌 투기’는 우리 사회의 계급 분단선을 여실히 보여 줬다. 그에게는 무료 도시락 하나로 세 끼를 나눠 먹는 극빈층이 하루 7천 원 내고 간신히 몸을 뉘는 쪽방이 투기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그는 대형 로펌 ‘김앤장’에서 자문료로 5억 7천만 원 가량을 받고 기업의 뒤를 봐 줬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진수희는 한나라당의 주요 정책을 만들고 선거전략까지 짜는 여의도연구소 소장이었다.
“이 대통령이 처음 … 국민에게 제시하고 약속한 정책과 메시지가 정작 대통령이 된 뒤 밀려났는데 이런 것을 되돌리고 찾아내 실현시킬 수 있는 작업”(<뉴데일리> 인터뷰)이 자신의 임무라는 그에게 이번에 맡겨진 임무는 의료 민영화 추진과 복지 삭감일 것이다.
몽둥이
이런 자들이 추진하려는 정책에 맞설 저항을 막기 위해 내세운 몽둥이는 경찰청장 후보 조현오다. 조현오는 청문회에서 쌍용차 살인 진압에 “보람을 느꼈다”고 대놓고 밝힐 정도로 반노동자적인 인물이다.

△"쓰레기 내각"의 "쓰레기 발언"8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종 앞에서 열린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파면촉구 야5당 긴급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이미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조현오의 만행에 치를 떨며 임명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용산 참극의 살인 도구인 컨테이너 박스 3개 속에 중무장한 경찰특공대를 가득 싣고, 고무총탄과 테이저건이 살인의 표적을 찾아 다녔다. 살갗이 녹아 내리는 최루액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경찰의 주장은 스티로폼이 눈 녹듯 녹아 내려도 계속됐다.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살인 장면으로 인해 정책부장의 아내는 자결했다.”
국세청장 후보 이현동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는 이명박’이라는 천기 누설을 막기 위해 전 국세청 간부 안원구를 사퇴시키고 구속하는 데 앞장선 자다.
그런데 “쓰레기 개각”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시원찮다. 이들은 자신들도 위장전입과 비리 등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않아서인지 비리를 낱낱이 파헤칠 의지가 없어 보인다. 무기력한 솜방망이 같은 민주당 덕분에 “쓰레기” 후보들은 생명을 연장하고 있고, ‘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개각 후보자들의 부패ㆍ비리 행태가 워낙 꼴불견인 데다, 이들이 ‘MB친위대’라는 점 때문에 이명박이 최근 내건 ‘친서민’과 ‘공정한 사회’도 쓰레기 취급받고 있다. 후보 사퇴 요구 대상에 오르는 인물도 늘고 있다.
이번 개각은 한두 인물 문제가 아니다. 이 자들 전부가 자격이 없고, 우리는 이 자들 전부를 인정할 수 없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세상은 요지경
“이제 서울은 도심 한가운데 푸른 숲이 우거지고, 맑은 물에 은어가 헤엄치는 도시”
이명박, 한강에 방류한 은어 수십 마리 중 한 마리가 청계천에서 발견되자
“언론에 왕 차관 이야기가 나오더라. 내가 임명한 사람 중에 왕 씨는 없는데”
말장난하는 이명박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등 3대 필수과목 중 다 이수하면 대통령이 되고, 한두 가지 하면 장관이 된다”
민주당 박지원
“‘젊은 총리론’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각종 쓰레기를 고급 포장지에 싸 놓은 … 한 마디로 ‘쓰레기 개각’”
민주노동당
“조문객들이 십시일반으로 낸 조위금”
모친상 때 부조금 1억 7천만 원 받으며 ‘격조 있게’ 슬퍼한 조현오
“지난해 쌍용차 사태를 해결하여 … 국가경제의 피해를 최소화시킨 데 대해서는 많은 보람도 느꼈다”
조현오, 살인진압 과정에서 10명이 자살과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한 것이 ‘보람’?
“쪼인트 까여 본 사람은 안다. 한 번 까인 데 또 까이는 것이 얼마나 아픈지”
<PD수첩> 방송 보류에 대해 영화감독 이송희일
“관선 이사가 파견된 17년 동안 학교가 ‘좌파 양성소’가 됐다”
정부 도움으로 상지대에 복귀한 비리범 김문기 측
“참 답답합니다. [어디까지 서민으로 볼지] 몇 시간 토론했지만 정답이 없더군요”
기획재정부 장관 윤증현, 서민이 누군지 모르는 정부의 ‘친서민’
입력 2010-08-26 ⓒ레프트21
<레프트21> 판매 탄압에 대한 항의가 늘고 있다
김지태 (<레프트21> 판매자에 대한 벌금형 철회와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6인 대책위원회 대표)
<PD수첩> 불방 사태에 항의하는 운동에 ‘<레프트21> 판매자에 대한 벌금형 철회와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6인 대책위원회’(이하 6인대책위)도 동참했다.
불방 사태 다음날 열린 촛불집회에서 나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레프트21> 판매자에 대한 벌금형은 <PD수첩> 불방 사태와 같은 언론 탄압입니다.” 집회 참가자들이 크게 호응했다.

△<PD수첩> 방영이 결정된 8월 23일 보고대회에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항의서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이윤선
이명박과 김재철이 한 발 물러서 <PD수첩> 방영이 결정된 8월 23일에 열린 보고대회도 참가했다. 6인대책위는 투쟁 소식지를 나눠 줬고 소송 비용 마련 모금도 했다. 우리가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집회 주최측은 모금 동참을 공식적으로 호소해 줬다. 그 덕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꽤 많은 지지금을 모았다.
고무
<PD수첩>의 승리에 고무된 참가자들은 탄압 받는 <레프트21>에도 큰 지지를 보냈다. 집회가 끝난 후 많은 사람들이 <레프트21> 판매대로 몰려와 모금함에 돈을 넣거나 <레프트21>을 구입했다. 투쟁 소식지를 유심히 보다 정기구독을 신청한 사람도 있었다.
또 6인대책위는 집회에 참가한 각계 인사들에게 법정에 제출할 항의 서한 서명을 받았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권영길 의원,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 등 저명한 진보 인사들이 흔쾌히 서명했다.
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와 천정배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도 서명했다. 이는 우리의 투쟁에 대한 지지가 매우 광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민주당 대표 박지원은 서명을 보류했다.
반대로 <PD수첩> 방영 운동에 참가한 노동자ㆍ학생ㆍ시민 들은 우리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6인대책위는 <PD수첩>의 승리를 교훈 삼아 더 광범한 지지와 연대를 모아 나갈 것이다.
사건 일지
5월 7일 강남역에서 <레프트21> 판매하던 6인을 경찰이 불법 연행함
6월 26일 법원이 6인에게 집시법 위반 혐의로 8백만 원 벌금형을 선고함
7월 21일 검찰이 선고 한 달 만에 벌금 지로 용지를 보냄.
7월 22일 ‘6인 대책위’를 구성함
7월 25일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7개 진보시민단체가 법원의 명령을 비난하는 연대 성명을 발표함
8월 5일 경찰의 위법 체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함
8월 6일 벌금형에 대한 정식 재판을 청구함. 법원이 뒤늦게 보낸 약식명령문이 도착함
입력 2010-08-26 ⓒ레프트21
한상렬 목사 구속 규탄
남한 민중의 운동은 북의 지령에 따른 것이 아니다
이재환
8월 20일 판문점을 통해 귀환한 한국진보연대 고문 한상렬 목사를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정부는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단까지 구성해 한상렬 목사를 조사하고 있다.

△8월 20일 홍제동 보안수사대 앞에서 한상렬 목사 체포를 규탄하는 진보 인사들 ⓒ사진 이미진
<동아일보>는 한상렬 목사가 “김정일 집단의 반 인륜적 전제 체제를 찬양하는 반한친북 활동을 두 달 넘게 했다”며 “찬양해 마지 않던 북한에 눌러 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흉측한
정부와 우파들은 한상렬 목사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주민들을 억압하는 북한 체제를 추종하는 흉측한 괴물인 것처럼 매도해 탄압을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한상렬 목사는 남한 민중의 편에서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싸워 온 사람이다. 북한 체제와 국가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운동 안에서 평가하고 논쟁할 문제이지 정부의 탄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진보연대 등이 지적하듯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정부의 엉터리 조사 결과를 믿지 않는 이들을 ‘이적행위자’로 낙인찍는 마녀사냥”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한상렬 목사는 천안함 사건 희생자 자녀가 쓴 “아빠, 사랑해요. 엄마 말씀 잘 들을께요”라는 글을 봤을 때 느낀 분노를 말하며 천안함 사건의 “진상은 밝혀져야 할 일이로되 … 도의적인 책임은 … [한반도] 긴장을 조성해 온 이명박 장로에게 있다”는 타당한 주장을 했다.
또 “6ㆍ15 10주년임에도 단 한명의 방북도 이뤄지지 못”하게 남북 민간교류를 차단해 놓은 이명박 정부는 한 목사에게 ‘정부의 승인’ 없이 방북했다고 문제를 삼을 자격이 없다.
합동조사단은 한상렬 목사가 2006년 4월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등과 함께 북한 개성에서 통일전선부 공작원들을 만나 “주한미군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전개하라”는 지령을 받고 남한에서 불법시위를 주도해 왔다고 마녀사냥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년 전, 나라를 뒤흔든 광우병 정국의 숨은 주역은 한 목사가 주도해 만든 한국진보연대”라면서 “광우병이 걱정돼, 혹은 정부 협상에 분노해 거리에 나왔던 대다수 시민은 집회가 한 목사 같은 친북세력에 의해 진행됐다고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란다. 촛불항쟁 참가자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에 부화뇌동했던 것처럼 모독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이나 2008년 촛불 시위 동참 등이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북한 체제와 정권을 반대하는 ‘다함께’ 등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촛불시위 등에 함께해 왔다.
이명박은 8ㆍ8 개각을 통해 노동자 공격, 대북 강경정책, 4대강 삽질을 흔들림 없이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장관 후보자들을 놓고 온갖 의혹과 추문이 제기되자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한상렬 목사와 진보연대 공격은 반정부 여론을 분산시키고 보수세력을 결집시켜 이런 상황을 돌파하려는 시도에 이용되고 있다.
진보진영은 정부의 탄압에 맞서 한상렬 목사를 방어해야 한다. 한상렬 목사는 즉각 석방돼야 한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이주자를 테러리스트로 모는 것은 명백한 인종차별
이정원
G20 정상회의가 다가오면서 정부의 이주민 마녀사냥이 기승을 부릴 조짐이 보여 우려스럽다. 지난 8월 9일 경찰청은 ‘테러범의 일반적 특징’과 ‘장소별 테러범 식별 요령’ 등을 담은 리플릿 총 5만 부를 제작해 상설부대와 일선 경찰관들에게 배포했다. 이 리플릿을 보면 중동, 북부 아프리카, 동남아, 서남아 등지의 신분증이나 신용카드 소지자가 의심 대상이다. 이곳은 한국 내 거의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출신 국가들이다.
또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경찰청은 지난 5~7월 중 전국의 50여 개 아랍문화권 국가 출신 외국인 1만여 명을 은밀하게 사찰했다. 이것은 명백히 무슬림 이주자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 준다. 정부의 이런 행태는 순전히 인종차별적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 거주하는 무슬림 이주민들 중에 테러를 일으키거나 테러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 사례는 없었다.

△이주노동자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8월 20일 오후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열린 G20을 빌미로 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중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이미진
2003년 방글라데시의 종교 단체인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가 테러 지원 조직으로 몰려 마녀사냥을 당한 적이 있는데 결국 이 사건은 완전히 날조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최근 경찰은 외국인 범죄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가장 흔하게 적발할 수 있는 위장 결혼과 성매매 이주 여성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압박 강화는 이주를 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로 하여금 범죄 조직이나 인신매매성 브로커들에게 더욱 의존하게 만들 것이다.
경찰은 지난 두 달 동안 집중 단속을 벌인 것으로도 부족해 8월 23일부터 10월 22일까지 법무부 등과 함께 미등록 이주자들을 합동단속하겠다고 한다.
지난 6월부터 진행된 단속은 애초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것에는 기업들이 특히 제조업 부문에서 매우 심각한 인력난을 겪은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은 올 하반기에 신규 인력 1만 명 추가 도입을 지시했다.
합동 단속의 수준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이주자들과 내국인들을 이간질하고 분열시키려는 마녀사냥 분위기는 한층 고조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런 분위기를 앞장서 주도해 온 조현오가 경찰청장 자리를 꿰차려 해 이런 우려는 더 크다. 우리는 G20 항의 운동 속에서 이주민 방어 운동을 함께 결합해야 한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미국 경제는 ‘더블딥’으로 가는가?
김인식 kis@left21.com
7월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 벤 버냉키는 “미국 경제가 비정상적인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 직전까지 버락 오바마는 경기부양책의 효과와 자동차 산업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었다.
2008년 말과 2009년 초 나락에 떨어졌던 상황에 견주면 미국 경제는 실제로 회복했다.

△미국 기존 주택판매 추이(단위: 만채, 연율기준)
미국 정부는 1930년대식 대공황을 피하려고 경제에 수조 달러를 퍼부었다. 연준도 부실자산구제계획 등을 통해 막대한 돈을 체제에 쏟아부었다.
은행들은 연준한테서 거의 제로 금리 수준으로 돈을 빌려 미국 재무부 증권을 4퍼센트 이자를 받고 사들였다. 쉽게 말해 은행들은 정부한테서 공짜로 돈을 빌려 그 돈을 다른 정부 기구들에 빌려 주고 이자를 받은 것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 기구들이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미국 경제에 대출ㆍ투자ㆍ보증한 돈이 13조 달러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경제에 수조 달러를 퍼부었지만, 경제 성장은 정체 상태다. 미국 경제는 제로 금리로도 경제를 살리지 못했던 1990년대 일본 경제와 비슷한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
무엇보다, 미 연준과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의 자금 투입은 세계적 규모의 과잉생산 위기라는 세계경제의 근본 문제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신용 붕괴로 인한 소비 수요 급감은 이 문제를 더욱 격렬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미국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신규 투자는 고사하고 현재 생산 능력을 최대한 사용해야 하는 처지다.
오바마는 미국 경제가 성장하는 길이 수출에 있다고 본다. 실제 중국과 다른 신흥공업국들의 급성장이 세계경제 회복의 견인차였다.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중국은 10퍼센트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 덕분에 중국 경제는 독일과 일본의 기계류에서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나라들의 원자재에 이르기까지 급속하게 수입을 늘렸다.
중국과 세계경제의 문제점은 재정 지출이 철강ㆍ알루미늄을 포함해 산업의 과잉생산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중국은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을 억제하려고 경제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 결과 중국의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오바마의 수출 강화 계획 추진에도 지난 6월 미국의 무역적자는 19퍼센트 증가했다.
부진한
지금 미국의 경제 성장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저조하다. 2010년 2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2.4퍼센트다. 1분기의 3.7퍼센트보다 하락했다.
부진한 성장 때문에 침체 동안에 사라진 일자리 8백만 개를 복구하는 데 착수조차 못 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2009년 12월 이후 1.6퍼센트 늘었지만, 경기 침체 첫 2년 동안 제조공장 고용이 16퍼센트 감소한 것을 만회하지는 못 했다.
또, 장기 실업이 이례적으로 늘어 6개월 넘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 실업자의 45퍼센트를 차지한다. 장기 실업자 수치가 가장 높았던 1983년에도 이 비중은 26퍼센트였다.
공식 실업률 9.5퍼센트는 이런 문제점을 감춘다. <뉴욕 타임스>의 밥 허버트는 “일자리를 원하지만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미국인이 거의 3천만 명”이라고 말했다.
‘더블딥’ 침체가 발생할 경우 그림은 더 나빠질 수 있다. ‘더블딥’은 회복을 통해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기 전에 경제가 수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설령 회복이 지속되고 실제로 그 속도가 다소 빨라지더라도 높은 실업률은 여러 해 동안 지속될 것 같다. 이것은 재앙적인 사회적 결과를 낳을 것이다.
반면,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을 쥐어짜 수익성을 부분적으로 회복했다. 미국 노동통계국 조사를 보면, “2009년 1분기에서 2010년 1분기까지 생산량은 3.0퍼센트 증가한 반면, 노동시간은 3.0퍼센트 줄었다. 그 결과 생산성이 6.1퍼센트 증가했다.”
이 기간의 생산성 증대는 전후 호황이 한창이던 1962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 중 하나다. 1962년에는 기술 혁신에 대거 투자한 덕분에 생산성이 7퍼센트까지 급증했다. 그러나 최근 생산성 증대는 경기 침체기에 투자 없이 이뤄진 것이다.
쉽게 말해, 노동자들이 더 적게 받고 더 열심히 일했다는 것이다. 2009년 1분기에서 2010년 1분 사이에 임금 상승률은 0.4퍼센트였다. 이익이 사장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얘기다.
심각한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회가 2009년 초 승인한 7천8백70억 달러보다 많은 추가 경기부양 자금이 필요하다.
의회 내 공화당은 물론 대자본의 대변자다. 그러나 오바마 자신이 재량적 정부 지출의 동결을 발표했다. 장기적으로 사회보장 지출을 축소하겠다고도 했다.
현재 미국의 긴축 전환은 유럽보다 완만하다. 그러나 케인스주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경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할 상황에서 워싱턴이 재정적 보수주의와 긴축 이데올로기에 집착하고 있다고 옳게 비판한다.
그러나 세계 은행가들 사이에서 정부에 빌려 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그리스ㆍ스페인과 소규모 유럽 경제들의 경우에 이 점은 매우 분명하다.
경제 규모가 거대하긴 하지만 미국도 이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은 적자 재정을 차환하기 위해 중국 중앙은행을 포함해 은행들에 계속 손을 벌려야 한다. 그래서 금리를 조금만 인상해도 미국 정부가 상환해야 할 이자가 급증할 수 있다. 은행들이 워싱턴에 긴축 조처를 실시하라고 그토록 압박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경기를 부양하고 재정 적자를 완화할 방법들이 있다. 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 전쟁을 끝내고 매년 8천억 달러에 이르는 국방 예산을 대폭 감축하기, 부자들의 세율을 1950년대 수준으로 되돌리기, 은행들을 국유화해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사용하기 등. 오바마의 계획은 이런 급진적 해결책과는 동떨어져 있다.
더블딥 침체 발생 여부를 떠나 미국과 세계경제의 경기부양책은 한계에 봉착했다. 세계경제의 붕괴를 막으려는 노력은 계속되지만, 그것은 과잉생산 문제를 악화시켰다.
다른 한편, 정부가 살려 준 바로 그 은행들이 지금 대자본의 집행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들은 수십 년에 걸쳐 이룬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후퇴시키라고 정부에 요구한다.
또 다른 침체나 저성장 둘 다 일자리를 창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자본은 임금 인하나 사회보장 지출 삭감처럼 점점 더 노동자들의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이를 둘러싼 계급투쟁이 한 세대의 미국 정치를 재구성하게 될 듯하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알렉스 캘리니코스 칼럼
여전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경제
알렉스 캘리니코스 영국 킹스 칼리지 유럽학 교수, 영국 사회주의 노동자당 중앙위원
금융시장은 더블딥 발생 가능성을 타진하는 데 집착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미국 경제가 다시 불황에 빠질까 봐 걱정한다.
지난주 연준은 금융시스템에 돈을 계속 퍼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시장은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팔아 치웠다.
그러나 더블딥 가능성으로 괴로워하는 것은 좋은 출발점이 아니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직을 지낸 케인스주의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는 “우리는 대불황에서 벗어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구직 활동조차 포기한 사람들을 포함하면 현재 실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많다. 정부가 경기순환을 기록하기 시작한 뒤부터 심각한 불황 뒤에 일자리가 이토록 적게 만들어진 적이 없다.
“경제가 대공황의 충격에서 ‘회복’하기 시작했던 1933년에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
“물론, 당시 일자리 증가 속도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당시 회복은 회복다운 회복이 아니었다. 대공황은 지속됐다. 그게 내가 말하고 싶은 점이다. 오늘날 대불황도 지속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존 윅스도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같은 지적을 했다. “대불황이 한 번 발생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영국 재무장관] 오스본의 정책은 대불황의 지속에 기여했다.”
라이히와 윅스는 모두 대서양 양쪽에서 유행하는 긴축 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해 왔다.
긴축 정책을 옹호하는 이들 — 특히 데이비드 캐머런[영국 총리]과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 — 은 정부 차입과 지출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오스본은 10월에 발표할 공공지출 삭감을 해도 민간 투자가 늘어 줄어든 공공지출을 대신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윅스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반박한다. “현재 공공지출의 규모는 민간 투자의 세 배에 이른다. 그러므로 경기 하강을 방지하려면 백분율로 표시한 민간 투자 증가율이 공공부문 수요 감소의 세 배가 돼야 한다.”
수축
윅스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고, 그가 옳다. 윅스는 이렇게 충고한다. “회복이 올거란 기대를 접어라. 2011년 영국 경제는 성장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경제가 수축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면 올해 4월에서 6월 사이 생산이 1퍼센트 성장한 유로존은 어떨까? 유로존 성장의 주요 원인은 독일의 생산이 2.2퍼센트 증가한 것이다. 이를 연간 성장률로 환산하면 9.1퍼센트에 이른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는 “사실 두 유럽이 존재한다. 독일은 건강한 ‘중심지’고, 대부분의 남유럽은 곤경에 처한 ‘주변부’다” 하고 지적했다. 실제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겨우 0.2퍼센트 성장했고, 그리스 경제는 1.5퍼센트 수축했다.
더구나, 독일의 ‘건강’은 첨단 제조업 제품을 수출 — 특히 중국으로 — 하는 능력 덕분이다.
독일 기계공업협회의 대표는 “중국이 아니었다면 독일은 이만큼 회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무서운 일이다”하고 말했다.
중국 국가가 불황에서 벗어나려고 쏟아부은 엄청난 돈이 독일의 경기 회복도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물가상승과 주택시장의 거품을 걱정하는 중국 정부는 성장 속도를 낮추려 한다. 이것은 독일 수출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1990년대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 덫에 걸려 정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영국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출신인 수실 와드화니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시장이 우발적 위험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경제가 잠시 디플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유럽에서 그런 우발적 상황이 벌어진다면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소풍처럼 느껴질 것이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몰락한 것이 대불황을 촉발했다. 그때보다 더 심각한 금융 패닉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 정도니, 경제 위기는 절대 끝난 것이 아니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라틴아메리카는 어디로 갈 것인가?
마이크 곤살레스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스페인어문학부교수,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당원)
올리버 스톤 감독의 최신 다큐멘터리 영화 <국경의 남쪽>은 지난 10년간 라틴아메리카에서 일어난 혁명들에 대한 거짓말과 신화들을 반박하고 있다.
타리크 알리가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쓴 이 영화는 많은 언론 매체들로부터 “치우쳤다.”는 비난을 받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올리버 스톤은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좌파 정권들을 방어하면서 미 제국주의가 이 지역에서 저지른 끔찍한 만행들을거침없이 폭로한다.
영화의 중심에는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가 있다. 끊임없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자본주의가 아닌 대안을 옹호하는 차베스는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신자유주의에 맞선 저항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베네수엘라가 “21세기 사회주의”로 나아가고 있다는 차베스의 선언(2005년 세계사회포럼에서 한)은 청중의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상황, 그리고 베네수엘라와 비슷한 혁명들을 겪은 나라들의 상황은 모순적이다. 운동을 일으킨 민중의 열망과 지도자들의 행보가 갈수록 서로 충돌하고 있고, 그래서 이제 이 혁명들은 갈림길에 서 있다.
차베스는 1998년에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당선했다. 그를 중심으로 건설된 대중 운동은 신자유주의ㆍ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그 후 10년 동안 여러 나라에서 좌파가 집권했고 2005년에 이르러 신자유주의의 독주 시대는 막을 내렸다. 라틴아메리카와 중동에서는 제국주의와 세계화에 맞선 저항이 성장했고 전 세계에서 반전 운동이 일어났다.
라틴아메리카의 대중 운동들은 1990년대에 강요된 신자유주의가 대중의 삶을 파탄내면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2000~2005년 사이였다. 이 기간 중 열 개 이상의 부패한 정권들이 타도됐다.
에콰도르에서는 대중 반란이 대통령 둘을 갈아치웠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대통령 세 명이 쫓겨났다.
볼리비아 민중은 대통령 둘을 갈아치웠고(원래는 네 명을 갈아치우려 했지만) 2005년에 코카 재배농이자 원주민 지도자인 에보 모랄레스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볼리비아의 운동은 정부가 악명 높은 벡텔 사에 물을 팔아넘기려는 데 맞서 2000년에 코차밤바 시의 빈민들이 들고 일어나면서부터 시작됐다.
3주간의 투쟁 끝에 정부가 물을 민영화하기로 한 결정을 번복했다. 이런 투쟁과 승리가 2년 뒤 엘 알토 시에서도 되풀이됐다. “카빌도스 아비에르토스”(열린 마을 회의)라는 새로운 형태의 민주적 자치 기관들이 전국에 걸쳐 등장하기 시작했다.
△상파울루 외곽의 빈민가 판자촌 ⓒ사진제공 <소셜리스트 워커>

△상파울루 외곽의 빈민가 판자촌 ⓒ사진제공 <소셜리스트 워커>
운동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의 신생 운동들을 대변하게 된 나라는 베네수엘라였다.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식 혁명은 빈민 대중이 역사의 핵심 주체로 떠올랐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베네수엘라 빈민들이 세계 무대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2002년 4월 11일, 베네수엘라 경제 단체들과 군부와 교회가 차베스에 맞선 쿠데타를 감행했을 때다.
쿠데타 발생 48시간 만에 비탈진 언덕에 있는 판자촌 곳곳에서 내려온 수많은 빈민들이 수도 카라카스의 중심부를 점거했다. 그들은 차베스가 돌아올 때까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며 버텼고 결국 승리했다.
그러나 우파들의 공격은 계속됐다. 2002~2003년에 그들은 ‘사장들의 파업’으로 석유 산업을 마비시키려 했다.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의 대중 운동이 이 시도를 좌절시켰다.
이런 대중적 저항의 과정에서 새롭고 창의적인 조직 방식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라틴아메리카의 신생 좌파 정권들이 이룬 성과는 대단했다.
2003년에 차베스는 보건, 교육, 주거와 원주민 권익 방어를 위한 전국적 프로그램인 “미션”들을 발족시켰다.
미션은 여전히 구 정권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고 변화를 거부하는 국가 관료제를 우회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차베스 등이] 희망한 것은 미션 운동의 기층에서 새로운 유형의 권력이 등장해 혁명을 전진시키리라는 것이었다.
볼리비아에서는 석유와 가스가 국유화됐고 외국 기업들에게 세금이 부과됐다. 국가가 미사용 토지를 몰수해 지역 사회에 환원했다. 에콰도르에서도 급진적인 헌법이 채택됐다.
이 모든 사건은 제국주의와 세계 시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었으며, 신생 정권들을 탄생시킨 운동들의 요구를 반영했다.
그러나 이제는 민중 권력에 관한 온갖 수사들이 밑바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볼리비아에서는 동부의 부유하고 주로 백인들이 사는 주들이 벌이고 있는 인종차별적 공격이 확실히 볼리비아 사회의 진보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이른바 “볼리바르 국가”들은 중국, 이란, 러시아와 거래 관계를 트고 있는데, 이는 사회주의를 전진시키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행보다.
비록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부들이 말로는 여전히 2000년대 초의 저항 운동들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이들의 실천은 매우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라틴아메리카의 좌파 정부와
대중 운동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다음 책들을 권합니다.

조지프 추나라, 다함께
2천 원. 60쪽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
리처드 고트, 당대
1만 4천 원. 4백35쪽
입력 2010-08-26 ⓒ레프트21
운동과 지도부 사이에 균열이 나타나다
마이크 곤살레스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스페인어문학부교수,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당원)
라틴아메리카 대중운동들은 많은 성과를 얻어냈지만, 기층의 운동과 지도부 사이에는 갈수록 모순과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에콰도르에서는 코레아 대통령이 다국적 기업들에게 석유, 가스, 물, 구리 등에 대한 채굴권을 부여하는 협약에 서명했다.
이 때문에 대지와 물이 오염되고 지역 경제가 파괴될 위험에 처한 지역사회 주민들은 대통령과 정면으로 대립하게 됐다.
볼리비아 정부는 토지를 재분배하기는 했어도 대지주들의 땅은 건드리지 않았다.
7월에는 정부가 임금인상률 상한선을 부과한 데 대해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들이 열렸다. 노동자들은 생계비가 오르는 것에 걸맞게 임금을 인상시킬 권리를 요구했다.
좌파 정부들과 그 지지자들 간의 관계는 갈수록 틀어지고 있는 듯한 조짐이 보인다. 최근 몇 달 사이 베네수엘라에서는 차베스가 물가 상승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임금 인상을 요구한 노동자들을 “반혁명 분자들”이라고 비난한 일이 있었다.
한편 베네수엘라의 ‘미션’들은 붕괴하다시피 했고 그 지도자들은 국가 기관에 편입됐다.
정부에 만연한 부패도 차베스 정부의 관료들과 그들이 대변한다는 지역사회ㆍ풀뿌리 운동 간의 괴리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징후다.
베네수엘라의 정치 프로세스는 차베스 개인의 결정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듯하며, 차베스가 자신의 결정을 설명하는 일도 잘 없다. 2월에는 인기 있고 유능한 에두아르도 사만이 소비자 권익부 장관으로 임명됐다가 몇 주 만에 해임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문화부 장관 헤세 차콘은 형제가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자 사임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생계비가 급격히 치솟고 있지만 식품 유통업계의 투기를 제한하는 조처는 거의 취해지지 않았다.
2006년에 차베스는 아래로부터 사회주의라는 원칙을 구현한다며 새로운 대중 정당인 베네수엘라 통합사회주의당을 창당했다.
제한된
창당되자마자 6백만 명이 통합사회주의당에 가입했다. 그만큼 차베스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가 두터웠다. 그러나 신당 내에서의 권력은 임명된 지도부가 단단히 틀어쥐고 있으며 당내 비판은 신속히 제압된다.
볼리비아에서는 새로운 헌법을 제정할 책임을 진 제헌의회가 선출됐다.
그러나 의미심장하게도 제헌의회의 대의원 자격은 사회운동 인사들이 아닌 정당 소속 인사들로 제한됐다. 그 덕분에 모랄레스의 사회주의운동당(MAS)이 제헌의회에서 다수파를 차지하게 됐다.
최근 몇 주 사이에는 몇몇 급진적인 MAS 의원들이 집권당을 탈퇴하면서 모랄레스의 상명하달식 통치 방식을 비판하고 나섰다.
차베스와 모랄레스 둘 다 사회주의와 연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들의 전략은 중국과 이란 같은 신흥 자본주의 국가들과 강력한 경제 블록을 형성하는 것이다. 중국과 이란은 어떻게 봐도 민중 권력과 친하다고 말할 수 없는 국가들이다.
사회주의란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대다수의 이익을 위해 해당 사회의 경제적 자원을 통제ㆍ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 국유화 덕분에 석유 이윤의 상당 부분이 사회 복지에 사용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의 핵심 부문들이 여전히 사적 자본의 수중에 남아 있다.
물론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에서 그런 것처럼 국가가 공공부문 재건에 힘을 쏟는 것은 사회 대다수에게 이익이 되는 커다란 진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21세기 초에 이들 나라에서 성장한 새로운 저항 운동들과 새로운 민주적 조직 형태들은 미국 정부에 공포심을 안겨 줬다.
그러나 이들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래로부터 급진적 운동이 국가를 통제하게 함으로써 국가가 사회 대다수의 이익에 봉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모든 노력의 최종 목표는 세계 시장과의 관계 개선 또는 재설정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철폐하는 것이다.
만약 라틴아메리카의 좌파 정부들을 탄생시킨 이 운동의 열망을 실현하는 데서 좌파 정부들이 한계를 드러낸다면 이 운동의 참가자들은 자신의 혁명적 역량을 재발견하고 혁명의 과정을 더욱 밀어붙여야 한다.
지난 몇 년의 투쟁 속에서 라틴아메리카 민중은 엄청난 용기와 창의성을 보여 줬다. 이제 라틴아메리카 민중은 다시 한번 그런용기와 창의성을 발휘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제국주의와 라틴아메리카의 우익들
마이크 곤살레스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스페인어문학부교수,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당원)

△2010년 8월 20일 온두라스 교사 노동자 시위를 잔혹하게 탄압하는 온두라스 경찰 쿠데타 발 생 뒤부터 민주적 권리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미국 지배자들은 20세기 초부터 이윤과 군사적 영향력을 얻기 위해 라틴아메리카에 체계적으로 개입해 왔다.
많은 사람들이 오바마는 뭔가 다를 것이라 기대했지만 곧 실망하고 말았다.
오바마 집권 이후 미국은 온두라스의 야만적 쿠데타를 거들었고 콜롬비아 정부와는 현지의 군사 기지를 미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약을 체결했다.
세계 지배계급은 올해 초 콜롬비아 대선에서 우익인 후안 마누엘 산토스가 당선한 것을 반겼다. 악랄한 인권 유린 전력이 있는 콜롬비아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다.
2009년 6월에 일어난 온두라스의 쿠데타에서도 제국주의적 이권의 개입이 선명히 드러났다.
온두라스의 전 대통령 마누엘 셀라야는 차베스가 주도한 라틴아메리카 경제 동맹 ALBA에 일정한 기여를 하고 있었고 최저임금을 인상함으로써 기업주들을 화나게 한 인물이었다.
셀라야에 맞서 쿠데타를 일으킨 명분은 그가 민주적 헌법을 제정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계획했다는 것이다.
셀라야는 결국 체포된 뒤 온두라스에서 추방됐다.
전임 온두라스 주재 미국 대사인 존 네그로폰테와, 조지 부시의 음침하기 짝이 없는 라틴아메리카 담당 고문 오토 라이시가 이 쿠데타에 연루돼 있었다. 오바마 정부는 이 쿠데타를 비난하기는 했지만 결국 새 정부를 워싱턴으로 초청했다.
온두라스에서는 매일같이 노조 활동가들과 좌파들을 겨냥한 살인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교사 노조 대표가 살해당했다.
페루와 칠레에서 우파 대통령들이 당선한 것과 더불어 온두라스의 쿠데타는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그동안 달성된 진보를 파괴하려는 우익들이 다시 공세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징후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복지 국가 대안 논의
문제는 결국 누가 재원을 부담할 것인가다
장호종 rednuc@left21.com
<한겨레>가 지난 7월 말부터 창간 22주년 특별 기획으로 ‘진보개혁, 복지 국가를 말하다’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복지 국가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무상급식 등 복지 쟁점이 중요한 이슈였다.
진보진영의 대안 논의는 세 가지로 소개됐는데,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역동적 복지국가론’(이상이), 민주당 일부 인사들의 견해라 할 수 있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론’(신동면), 진보신당의 ‘삼차원 복지국가론’(노회찬)이었다(‘복지국가 담론 세가지’, 8월 16일치).

△2005년 메이데이 집회에서 무상의료ㆍ무상교육을 요구한 민주노동당 복지 문제의 핵심은 계급투쟁을 통해 국가와 기업주가 재원을 마련토록 하는 것이다. ⓒ 사진 레프트21
세 가지 복지국가론에 공통적으로 담긴 ‘보편적 복지’는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복지 정책과도 다른 진보적 대안이다.
예컨대 현행 건강보험 제도하에서는 보험료를 내지 못해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이 2백만 명이 넘는다. ‘보편적 복지’는 이들에게도 무조건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무상급식이나 무상교육 등도 이런 보편성 원리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이런 보편적 복지를 이루려면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다.
심지어 박근혜까지 너도나도 복지 국가를 말하지만 서로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바로 이 재원 마련 방안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시장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 복지 재원 마련은 첨예한 계급적 이해관계 충돌을 낳는다(자세한 설명은 이번 호 기사 ‘자본주의가 복지 국가 없이 유지될 수 있을까?’를 보시오).
예컨대 보수를 대표해 기고한 안종범은 “포퓰리즘적이고 슬로건적인 복지비전 제시로 국민의 눈높이를 올리기보다는 국민 부담과 복지지출을 연결지으면서 복지 실천 가능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보수의 복지’, 8월 22일치). 노동자들이 더 내거나 덜 받으라는 말이다.
반대로 진보진영의 전통적인 대안은 기업주ㆍ부자에게서 세금과 보험료를 거두고 국방비 등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자는 계급적 대안이었다.
그 점에서 재원 마련 문제를 회피하는 신동면보다는 “공정한 소득 누진적 조세 체계”로 재원을 마련하자는 노회찬과 “연대적 누진적 조세제도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한 이상이의 대안이 진보적이다.
그러나 최근 노동자들이 보험료를 더 내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자고 하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이 대표와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행보는 계급적 대안에서 후퇴한 것이다.
이런 후퇴는 몽상에 가까운 국민적(초계급적) 화합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복지 발전의 가장 중요한 동력인 계급투쟁을 가로막는 효과를 낸다.
진보적인
한편 성장이냐 분배냐 문제에서 노회찬 대표는 “추상적인 집단 이익(‘국가’, ‘민족’ 등)이나 수치 위주의 경제 성장보다 [복지를] 우위에 ” 놓아야 한다는 가장 진보적인 관점을 취했다.
이상이는 ‘성장과 분배는 유기적 일체’라며 추상적 태도를 보였는데, 한편에서는 “남유럽 국가들의 위기는 복지의 위기이자 동시에 경제의 위기”라고 해 남유럽 경제 위기의 원인이 ‘과도한 복지’ 때문이라는 지배자들의 주장이 스며들 틈을 보이고 있다.
신동면은 복지를 늘리면 “기업 활동에 필요한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자본가적 관점을 더 분명히 보여 준다.
노회찬 대표는 노동 문제에 대해서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진보적 대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 대안은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대안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재정 문제와 마찬가지로 일자리 마련 비용을 다시 노동계급에게 떠넘기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신동면은 ‘근로 연계 복지’를 대안으로 제시해 자신이 말한 ‘보편적 복지’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근로 연계 복지’는 김대중의 ‘생산적 복지’나 노무현의 ‘참여 복지’, 이명박의 ‘능동적 복지’에 모두 포함된 것으로 노동자들이 힘겹게 일해야 복지를 주겠다는 선별적 복지다.
이상이는 평생교육체계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 비용을 기업주들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앞선 문제들이 고스란히 반복될 뿐이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복지 국가 발전의 동력은 계급투쟁
장호종 rednuc@left21.com
김원섭 고려대 교수는 참여정부의 “사회투자전략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복지제도는 확대하고 경제에 부담이 되는 소모적인 복지제도는 삭감하는’ 개혁”이었다고 비판한다. 그는 2007년 연금개혁에서 국민연금의 급여 수준이 3분의 1이나 삭감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했다(‘복지 전문가가 본 진보정권 10년’, 8월 2일치).
그런데 김 교수는 동시에 “김대중ㆍ노무현 정부가 복지 국가 방향을 지향한 것은 명확하다”고도 주장한다. 여러가지 복지 제도들이 신설됐고 정부의 복지 지출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시절에 복지 지출이 늘어난 것을 두고 두 정부의 복지 국가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하는 것은 피상적인 관점이다.
복지 국가 발전의 동력이 계급투쟁에 있다는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으로 지난 10여 년을 보면 이런 모순된 평가를 피하고 현실을 훨씬 잘 설명할 수 있다. 건강보험만 봐도 그렇다.
“의료보험의 한계가 일부 극복돼 현재 모습의 건강보험이 된 것은 두 번의 대수술을 거친 뒤였다. 1988~89년의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과 2000년 건강보험 통합이 그것이다.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전 국민으로 넓히기 위해서는 1987년 6월항쟁과 7~9월의 노동자 대투쟁이 필요했다. 이후에도 대기업 ‘부자’ 조합과 도시와 농촌의 ‘빈자’ 조합을 통합해 국가가 직접 운영하게 된 데는 ‘의료보험 연대회의’가 주도한 10년간의 노동ㆍ농민ㆍ시민운동의 투쟁이 필요했다.”(우석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년 7월호)
오히려 이런 투쟁의 성과로 집권한 두 정부는 그전까지 노동자들이 요구하던 복지 개혁을 왜곡하고 후퇴시키는 구실을 했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에 실시한 의약분업에서 의사들의 집단적 반발을 무마하려고 수가를 대폭 인상했다. 그리고는 노동자들의 보험료를 인상해 그 재정을 마련했다. 그 결과 보험료는 해마다 큰 폭으로 올랐지만 보장성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보장성 확대는 보험료 인상 수준을 따라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 시작된 것이다.
두 정부 시절 정부의 복지 지출이 늘어난 것은 한편에서는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에 빈곤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신자유주의적 공격에 맞선 노동자들의 저항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두 정부는 1987년 이래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에 기반을 둔 복지 확대 추세를 결정적으로 되돌리지 못했다.
따라서 진보진영의 복지 국가 대안은 두 전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복지 ‘개혁’ 논리에 정면으로 맞서는 동시에 복지 확대의 진정한 동력, 즉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투쟁을 고무하는 것이어야 한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진보정당은 ‘부유세로 무상의료’ 입장에서 후퇴하지 말라
김문성 enlucha@left21.com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전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인상하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의 주도적 인사들이 소속 단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시민회의 공동대표인 사회보험노조 위원장은 집행부를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도 내부 회의에서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부자와 재벌 들은 양보할 생각도 않는데 왜 우리가 알아서 보험료를 40퍼센트나 인상해야 하느냐는 기층의 반발 때문일 것이다.
시민회의의 제안에 비판적인 보건의료운동 단체들은 부자와 기업에 물리는 사회보장세 신설과 건강보험 재정 구조 개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여 1년에 의료비가 1백만 원을 넘지 않도록 하자는 “1백만 원의 개혁”을 제안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진보 양당 지도부가 시민회의의 “1만 1천 원 더 내기”에 지지 의사를 보인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중점 사업으로 삼자고 강조하면서 그 재원 마련 방식을 뚜렷이 밝히지 않는다. 이런 태도가 시민회의 방안을 지지해서인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진보신당 지도부는 더 적극적이다. 8월 21일 열린 전국위원회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에서 추진 중인 ‘광역단위 시민회의’와 ‘기초단위 지역 모임’ 건설에 적극 함께한다”고 결정했다.
분열과 사기 저하
시민회의는 건강보험 재정에 관해 “국민, 기업, 정부가 동시에 부담을 더 하든지, 모두 부담을 더 하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만 가능합니다” 하고 밝힌다. 노무현 정부 아래서 건강보험 보장성이 소폭 향상됐던 것도 당시에 보험료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동계급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복지를 늘릴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비관주의와 후퇴 논리를 받아들이면, 진보정당들은 앞으로 복지 공약을 내놓을 때마다 노동계급이 사회복지비용을 더 부담하라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런 후퇴는 진보진영의 분열과 대중의 사기 저하를 낳을 것이다.
민주대연합을 의식해서인지 진보 양당 지도부가 이런 양보 정책을 기웃거리는 동안 민주당 정동영조차 특권층 1퍼센트에게 부유세를 매겨 사회복지 재원 10조 원을 만들자고 나섰다.
예전 민주노동당 부유세 공약보다 온건한데도 이 제안이 두드러져 보이는 건 진보정당들이 그동안 후퇴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 부자 감세만 원상 회복해도 이보다 많은 재원이 나온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민주당의 포퓰리즘이 아니라 진짜 진보 개혁을 쟁취할 정치투쟁이다.
진보진영은 그동안 정부와 기업주의 부담을 늘려 무상의료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암 치료에 건강보험이 일부 적용되는 등 보장성이 확대된 것은 이런 요구와 투쟁 덕분이었다.
오히려 이 운동의 약점은 노무현 정부가 보장성 확대의 대가를 다시 노동계급에게 전가하는 것을 막지 못한 데 있다. 보험료 인상분은 병원과 제약회사의 수가 인상으로 새 나갔다.
따라서 진보정당 지도부가 할 일은 “1백만 원의 개혁” 같은 급진적 제안을 대중적 정치운동으로 건설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기업주들을 위협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조직 노동자 운동의 참여가 중요하다.
이 점에서 진보정당 지도부가 보험료 인상 등의 양보를 주장하며 조직 노동자들의 사기를 꺾고 투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크나큰 잘못이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자본주의가 복지 국가 없이 유지될 수 있을까?
[영국] 보수당 장관인 이언 던컨 스미스는 사회보장제도가 붕괴하기 일보 직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복지 국가를 공격하려고 이런 주장을 했다.
싱크탱크와 언론 전문가들은 공공서비스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을 우리에게 강제로 주입하려 한다. 그러나 복지 국가라는 개념 자체를 이데올로기적으로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20세기 초 영국 런던 동부의 한 구빈원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빈민들
한 장관은 최근 <타임스>에게 그런 공격을 합리화하는 논리를 말했다. 기사화하지 말라고 요청하면서 말이다. “가치 없는 빈민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복지 지출을 줄이려는 시도는 새롭지 않다. 이데올로기적 정당화 논리도 새롭지 않다. 노동당 우파인 프랭크 필드는 지난 20년 동안 똑같은 논리를 펴 왔다.
보수당은 경제 위기를 이용해 공격의 속도를 높였을 뿐이다. 보수당은 복지를 크게 줄일 뿐 아니라 남은 복지에서 민간 기업과 시장 메커니즘이 하는 구실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보수당이 복지 구조조정으로 성취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대다수 주류 언론은 “충족시킬 수 없는” 복지 수요 증가 때문에 전후 복지 국가 체제에서 당연시된 “관대한” 국가 지원이 더는 유지될 수 없다고 말한다.

△영국 복지 국가의 아버지로 불리는 개혁주의 정치인 베버리지
이제 복지는 더는 1945년 베버리지 경과 노동당 정부가 생각했던 것처럼 모든 이가 국가 보험에 납부하고 나중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조야한’ 평등의 문제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안전망
자원이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복지는 안전망 수준으로 제한돼야 하며,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이들이 자기 복지를 지불하도록 “고무”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복지 국가가 탄생기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세계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건강 수준과 교육 수준이 향상된 것은 오히려 축하할 일이다.
이런 진보를 문제로 본다는 사실은 이 체제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잘 보여 주는 사례다.
물론, 복지 국가를 유지할 돈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복지 체제를 운영할 재원은 있다. 그러나 재원을 재분배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작동하려면 다수의 사람이 임금을 벌기 위해 일하면서 자본가 계급과 국가의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 이런 사회 모델에서는 임금 노동을 하지 않는 이들, 즉, 나이든 부모, 장애인, 실업자 등은 빅토리아 시대식 표현을 빌리자면 “가치 없는 빈민”이 된다.
이 이데올로기가 하는 구실 중 하나는 노동계급을 두 부류 ― 복지 혜택을 받아 마땅한 책임감있는 좋은 노동자와 일하지 않고 국가의 혜택을 받으려는 ‘게으름뱅이’ ― 로 분열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조직하는 ‘복지’는 동시에 굉장히 복잡하고 중요한 계급투쟁의 장이었다.
지배계급은 대중의 노동을 착취해야 번영할 수 있다. 그 노동력은 질병, 사고와 영양실조로 망가질 수 있다. 그래서 사장들은 노동자들의 신체를 건강하고 활동적인 상태로 유지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려면 건강보험이나, 실업 기간에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 실업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 경기가 회복됐을 때 노동자들이 생산에 투입돼 착취당하기 알맞은 신체와 조건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복지 국가의 또 다른 용도는 자본주의가 기층의 불만을 관리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 국가 덕분에 자본주의 체제는 이 사회가 모든 사회 구성원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을 더 손쉽게 퍼뜨릴 수 있다.
또, 현대 자본주의는 신세대 노동자들을 양육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신세대 노동자들이 이윤을 위해 착취당하려면 적당한 교육과 훈련을 받고 노동 규율을 몸에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사장들은 농민들이 젖소를 달래는 것과 똑같은 이유에서 노동자들을 달랜다. 정년에 이르러 굶어 죽을 일만 남는다면 노동자들은 열과 성의를 다해 일하지 않을 것이다.
혁명가 칼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노동력 재생산 비용은 생물학적 요소뿐 아니라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
모든 자본주의 나라가 복지 수준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에 필요한 것이 변해 왔다는 점과 노동자들의 저항에 따라 이런 차이가 생겨난다.
그래서 오늘날 미국의 복지 수준은 많은 유럽 나라들보다 낮다.
19세기에 영국 지배계급은 수송, 보건, 하수 설비와 교육에 돈을 써야 했다. 기업들의 이윤이 계속 증가하려면 자본주의는 적당히 건강하고 숙련되고 교육받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본가의 눈에] 쓸모없어 보이는 이들은 구빈원에서 끔찍한 고통을 당해야 했다.
영양 상태
영국 국가는 1899~1902년 남아프리카 보어 전쟁 당시 혼란에 빠졌다. 많은 청년이 참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과 영양 상태가 나빴기 때문이었다.
영국 자본주의의 이해관계를 보호하려면 체계적인 복지 국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더 많은 지배계급이 깨달았다. 그래서 1906년 자유당 정부가 학교 급식과 연금을 도입했다.
본가들은 영국이 독일과 미국과 성공적으로 경쟁하려면 변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논쟁은 빈곤이 보통 사람들에게 주는 고통보다는 주로 빈곤이 자본주의의 경쟁적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수동적으로 사고 팔리는 다른 상품 같은 물건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보통 임금뿐 아니라 ‘사회 임금’을 쟁취하려고 투쟁한다. 이 두 임금이 모두 어느 정도는 자본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말이다.
1942년 베버리지 보고서를 계기로 영국 지배자들은 복지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그러나 제2차세계대전 이후 복지 국가가 등장한 것은 기층의 압력 덕분이었다.
보수당 의원인 퀸틴 호그는 당시의 분위기를 잘 요약하는 발언을 했다. “만약 우리가 국민들에게 개혁을 선사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우리에게 혁명을 선사할 것이다.”
노동당은 보편적 복지 제도를 도입했다. 이것과 국민의료보험(NHS) 덕분에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사장들은 자본주의 체제가 원활히 잘 돌아가고 이윤이 많이 창출될 때만 이런 개혁들을 용납할 준비가 돼 있었다. 1970년대 중반 자본주의 장기 호황이 끝나자, 복지 국가는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저항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에는 여전히 일정 수준의 복지 국가가 필요했다. 또, 하루아침에 노동자들의 저항을 억누를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내부 시장”, 하청, 민영화, 민간 연금 확대 등이 도입된 것이다. 이들은 사회보장 기능을 탈정치화하려는 시도들이다.
이런 조처들은 한편으로는 복지 혜택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지원하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기 쉽게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복지 부문의 노동자들을 단속하는 데 이용할 수 있었다. 몇몇 기업주가 여기서 돈을 버는 부수 효과도 있었다.
우리 지배자들은 지금 복지 비용을 깎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그러나 그들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일정 수준으로 사회 지출을 유지해야 한다.
그들은 영국을 저임금 경제로 내세우려 한다. 이것은 영국의 상당히 높은 숙련 수준을 낮은 임금과 결합시키려는 것이다.
심각한 구조조정은 지출을 줄이려는 의도와 건강하고 숙련된 노동자들을 원하는 산업의 필요 사이에 심각한 긴장을 유발할 것이다.
사회 지출은 계급 체제를 반영한다. 노동자들은 복지 서비스 유지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많은 돈을 지불한다. 노동자들이 내는 세금은 불비례적으로 많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동시에 복지 국가를 가능케 하는 사회의 부를 생산한다.
오랜 공격이 있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복지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거의 대다수 사람이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배자들은 복지 서비스를 삭감하는 데 성공할 때마다 자신이 승리했다고 느낀다.
그래서 보수당이 복지 혜택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배계급은 일정 수준의 사회 지출이 필요함을 잘 안다. 자본주의는 복지 국가를 완전히 해체할 수 없다.
그러나 국제적 위기의 심각성과 영국 자본주의의 취약성 때문에 우리 지배자들은 사회 지출을 줄이고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끊임없이 받을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성공할 것인가는 우리편의 저항이 얼마나 강하냐에 달렸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미국은 왜 이란의 목을 죄는가?
김용욱 ohotonge@left21.com
최근 언론의 국제면 최대 쟁점 중 하나는 미국의 강도 높은 이란 제재다. 주류 언론이 이란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철저히 친서방적이다. 이란이 ‘국제사회’의 권고를 어기고 핵무기 개발로 연결될 수 있는 핵발전소 건설과 우라늄 농축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은 아직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았고 우라늄 농축은 서방이 협상에 관심을 보일 때마다 중단해 왔다. 게다가, 과거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을 묵인하고 최근 인도의 우라늄 농축을 돕고 베트남과 핵개발 협정을 준비하고 있는 등 정작 핵 확산에 열심인 것은 미국이다.

△2009년 이란 대통령 아마디네자드와 이라크 대통령 탈라바니 정상회담 미국의 이라크 점령 실패로 이란의 이라크 내 영향력이 커졌다. ⓒ사진 출처 un.president.ir
이런 이중잣대는 최근에 절정에 달했다. 지난 며칠 동안 신문 국제면의 작은 기사들까지 찬찬히 챙겨 본 독자들은 “이란, 무인 정찰기 개발”, “이란 신형 지대공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의 제목들을 봤을 것이다.
그러나 중동 군비 경쟁을 부채질하는 당사자는 미국과 그 동맹들이다. 며칠 전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를 보면, 미국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수출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물경 6백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번 무기 거래에는 F-15 전투기 84대뿐 아니라 블랙호크와 아파치 헬리콥터도 포함된다. 이 거래를 잘 아는 이들은 거래가 성사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으로 이스라엘의 관용을 꼽는다. 이스라엘은 지금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이란 위협에 대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해묵은
반대로, 이란의 군사력은 미국과 이스라엘과는 비교 불허다. 그럼 왜 세계 초강대국은 이란을 잡아먹지 못해 난리인가?
먼저, 미국에게는 해묵은 원한이 있다. 1979년 이란 혁명은 당시 중동에서 미국의 최고 동맹이던 팔레비 왕조를 몰아냈다. 이것은 미국에게 베트남전 패배 이후 최대의 위신 손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의 인질을 구출하려는 미군 특공대 작전은 특공대를 실은 헬리콥터가 사막에서 고장으로 추락하면서 대재앙으로 끝났고 미국 정부는 새 이란 정부와 협상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그 뒤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이란에 보복을 해 왔다. 이란인들을 무려 1백만 명이나 죽음으로 몰아 넣은 이란-이라크 전쟁에도 미국이 깊숙이 개입했다. 부시 정부 때 네오콘이 완수하려 한 중동 재편 계획에서 이란 공격은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였다. 네오콘들은 이라크 침략을 앞두고 “테헤란으로 가는 길은 바그다드를 통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떠들어댔다.
그러나 이런 네오콘의 야심은 그야말로 ‘중동 사막에 묻혀 버렸’고 오바마는 추락한 미국의 위신을 회복하느라 바쁘다. 2007년 이후 미국이 이라크에 가져 왔다는 안정은 저항세력의 분열로 미국이 그중 한쪽과 손을 잡는 행운 덕분에 가능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사령관인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는 이런 분열 전략을 통해 미국이 베트남전 같은 처참한 패배를 당하는 것을 가까스로 막고 상황을 ‘안정’시켰다.
이라크 전쟁 실패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이란 영향력이 확대된 것이다. 이란은 이라크 정부 내에 친이란 인사를 통해 또 자신이 지원하는 민병대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이라크 상황 전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때 중동 지역 정치를 좌우하던 이란-이라크 대결 구도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실패한 이라크 침략 덕분에 이란 영향력이 대폭 확대되는 것으로 끝났다. 바로 이 점이 미국이 이란을 가만두지 않으려는 두 번째 이유 — 지금은 이것이 더 중요하다 — 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이것은 미국이 이란을 함부로 군사 공격할 수 없는 딜레마를 안겨 주기도 했다. 자신만만한 이란을 바로 그 때문에 가만 놔둘 수도 없지만, 동시에 함부로 공격할 수도 없다.
최근 스트랫포 연구소 연구원 조지 프리드먼은 한 중요한 보고서에서 이 점을 지적했다. “설사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성공리에 공격하더라도 이란은 여전히 이라크[내 미군과 친미 세력]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 페트레이어스의 전략은 언제나 이라크를 뒤덮는 암운인 이란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페트레이어스의 능력 밖의 일이자, 솔직히 당장은 미국 능력 밖의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란이 그토록 자신만만한 것이다.”
실제로 2009년 1월 <뉴욕 타임스> 보도가 보여 줬듯이, 2006년 이란 침략 전초전이었던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실패한 뒤부터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폭격 계획을 만류해 왔다.
이라크에서 발목이 잡히고 이란을 제압할 뾰족한 수가 딱히 없던 부시 2기 정부의 대이란 정책은 성의 없는 협상과 새로운 제재(부시 정부에서 3차까지 진행됐다)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지지부진했다.
오락가락
오바마 정부는 부시와 달리 필요하면 이란과 직접 대화도 하겠다고 했고 이란 국민에게 보내는 성명도 발표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요구한 것은 이란이 먼저 무릎을 꿇으라는 부시 정부의 협상 전제 조건과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부시 때보다 훨씬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동안은 오바마의 이란 정책도 대화와 제재, 군사 행동 위협 사이에서 오락가락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어떤가? 이스라엘의 존립 근거 자체가 예상치 못한 군사 행동으로 중동 지배자와 민중을 벌벌 떨게 하는 데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미국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 정부는 흥미로운 행동을 했는데, 2002년 사담 후세인과 알카에다 사이의 ‘동맹 관계’를 입증했다고 거짓말을 한 사기꾼 언론인(과 네오콘)과 손잡고 <아틀란틱>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증명하는’ 기사를 기고한 것이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호전성을 보여 주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지만 다른 한편, 이스라엘의 약점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대미 여론전을 벌이는 이유는 아직은 성공적인 이란 공격을 감행하려면 미국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이란 공격의 칼자루는 미국 정부가 쥐고 있다.
지금 미국 정부와 이란 정부의 관계가 완전히 꼬여 있지만 미국 정부가 장래에 이란 정부와 타협할 가능성을 전면 배제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역대 미국 정부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불구대천지 원수와 대타협을 해 왔다. 1970년대 초 북베트남의 승리로 동남아에서 소련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닉슨 정부가 마오쩌둥과 한 타협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언젠가 자신의 힘의 한계를 느끼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을 얻기 위해 이란 정부에 손을 내밀 수도 있다.
그러나 이란의 타협은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미국 패권 전략의 상당한 변화(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 경제 위기와 잠재적 경쟁자의 등장으로 고민하는 1등 제국주의 강국에게 그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미국 정부가 그런 변화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내리면 그들은 그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떤 곤경에 빠져 있든 상관없이 과감한 모험(이란 공격)을 벌일 수 있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이란 제재 반대 논거 부적절하다
유병규
오바마 정부가 이란 독자 제재를 강화하자 이명박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9.6퍼센트가 이란산이다. 또한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한국의 최대교역국이다.
미국의 이란 독자 제재 동참에 뒤따르는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도 미국의 압력에 따른 이란 제재에 반대한다. 하지만 비판의 내용에는 아쉬움이 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겠다는 정부가” 하는 일이 오히려 “이란과 교역을 하는 우리 기업의 피해”를 키울 것 같아 “기업인들의 걱정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주들의 피해를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화되는 이란 제재로 진정으로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것은 평범한 이란 민중이다. 이명박 정부의 이란 제재 동참은 ‘이란 민중 학살’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란의 ‘인권’이든, ‘핵무기 확산 방지’든 어떤 명분을 들더라도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유일한 관심은 제국주의적 이해다. 이란은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최대 걸림돌이다. 이란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모두에 상당한 경제적ㆍ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란을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의 중요한 목표다. 경제 제재도 이것을 위한 수단이다.
경제 제재로 고통 받는 것은 지배계급이 아니라 평범한 민중이라는 것을 지난 역사는 보여 준다. 1990년대 이라크 민중은 미국과 유엔의 경제 제재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경제 제재로 이라크인이 1백만 명 넘게 죽었다. 대부분 대량살상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입이 금지된 의약품이 부족해 죽었다. 특히 쉽게 치료 가능한 질병을 앓던 어린이 50만 명이 의약품이 없어 죽어야 했다. 제제 정책은 총성만 없을 뿐 ‘조용한 학살’ 수단이다.
반면 아마디네자드 정부는 자신의 동료들을 부유하게 하는 국유 기업 민영화 정책을 지속하는 데 경제적 어려움을 활용할 수 있다. 노동자들의 생활 조건을 공격하는 데도 제재를 핑계 삼을 것이다. 그리고 민주화 운동 같은 저항운동은 ‘미국의 앞잡이’라며 공격받을 것이다. 제재는 운동을 탄압하는 명분을 주며 아마디네자드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따라서 이란과 교역하는 한국 기업주들의 피해가 아니라 이런 점들이 진보진영이 이란 제재에 반대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이백윤 지회장을 만나다
“비정규직과의 연대는 정규직의 생존권과 직결돼 있습니다”
8월 25일 현재, 기아차 ‘모닝’을 생산하는 동희오토 노동자 7명은 서울 양재동 현대ㆍ기아자동차 본사 앞에서 용역들의 폭력과 방해 속에서도 45일째 꿋꿋이 노숙농성을 이어 나가고 있다. 8월 19일 저녁에 열린 연대집회에서 이백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장을 만나 대법원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판결 이후 상황과 투쟁 방향에 대해 들어 봤다.
이백윤 지회장은 먼저 동희오토는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고용노동부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8월 19일 파견제 폐지를 위한 투쟁 문화제 ⓒ사진 이미진
“웃기는 거죠.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같이 일하면 그건 불법 파견이고, 정규직 노동자 1명도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들로만 라인이 꾸려지면 합법 파견인 겁니까?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제 생각엔 대법원 판결의 적용을 최소화하려는 게 저들의 의도인 것 같습니다.
“동회오토 현장 노동자들도 ‘우리는 해당 안 되나?’ 궁금해하는데, 사측에서는 ‘조용히 일이나 해라’ 하는 상황이죠.
분리
“사측의 전략은 기아차 정규직 노조의 임금단체협상과 타임오프 투쟁, 불법 파견 투쟁, 그리고 동희오토 투쟁, 이 세 가지를 철저하게 분리하려는 것입니다. 기아차노조 정규직 지도부가 양재동 본사 앞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노숙농성에 같이 돌입하자마자, 사측이 갑자기 급선회해서 기아차노조에 이틀 만에 조건 없는 성실 교섭을 약속하고 지금 급속도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동희오토 투쟁은 탄압하고 있죠.
“그런데 동희오토를 보면 모닝의 후속 차종이 지금 들어오고 있어요. 처음에 기아차 정규직노조와 합의할 때는 모닝만 동희오토에서 만드는 것으로 합의했는데도, 사측은 이를 무시하고 후속 차종을 들여보내려 하고 있죠. 그리고 내년에는 전기차를 동희오토에서 생산하려 합니다. 노조 측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물량 외주화를 시도하고 있고 이것은 사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우리는 동희오토 투쟁에 기아차 노동자들이 연대해 달라고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외주하청화가 기아차 정규직ㆍ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죠. 또 외주하청 공장엔 노동조합을 제대로 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기아차가 파업할 때 동희오토 노동자들이 같이 파업하면 파업의 파급력이 더 커지는 거죠.
“이런 이유들로 기아차 노동자들의 연대를 호소하고 있는데, 더디게나마 발전하고 있지만 많이 늦습니다. 자본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에 비해 좀 늦다는 생각이 들어 솔직히 안타까운 심정이죠.”
이백윤 지회장은 “동희오토와 같은 외주하청 공장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 현대ㆍ기아차 노동자들이 이것을 어떻게 지지ㆍ보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하고 강조했다.
인터뷰ㆍ정리 윤필언
입력 2010-08-26 ⓒ레프트21
전교조 대의원대회
정부의 노조 규약 시정 명령을 거부하다
김성보 (전교조 대의원)
지난 6월 2일 교육감 선거 결과는 이명박 정부의 경쟁 교육과 전교조 탄압 반대를 보여 줬다. 그런데도 경쟁 교육 강화의 앞잡이 이주호를 교과부 장관으로 임명한 8ㆍ8 친위대 개각에서 드러났듯이 이명박은 태도를 바꾸지 않을 듯하다.
전교조는 정면으로 맞서 싸울 각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교조는 8월 14일 대의원대회에서 해고 조합원들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라는 노동부의 규약 시정 명령을 거부했다. 시국선언이나 일제고사 선택권 보장 등 정당한 조합 활동을 하다가도 조합원들이 해고되는 마당에 이들을 조합에서 퇴출시키라는 요구는 노동조합활동을 정면에서 공격하는 것이다.
전교조는 대의원대회의 단체협약 승인 권한을 삭제하고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단협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라는 요구도 노동조합의 민주주의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 판단해 수정을 거부했다.
노동부가 2차 시정명령이나 벌금 등을 부과하려고 한다면 무기한 농성과 선봉대 투쟁, 범국민대회 조직 등 전교조 사수 총력 투쟁을 한다는 계획을 결의했다.
사수
전교조는 합법화를 위해 10여 년 동안 법외노조로 투쟁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법외노조가 되는 것은 전교조에게도 힘겨운 길이 되겠지만, 이명박에게도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다.
전교조는 조직을 지키기 위한 총력 투쟁 외에도 이명박의 친부자 경쟁 교육에 맞서 무상급식, 무상교육, 혁신학교 등 진보적 교육 개혁에 힘써 나가기로 결정했으며, 학생 인권 보장과 학교 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참교육 운동도 적극 펼쳐 나가기로 결의했다.
당장은 9월 11일 개정교육과정 시행 반대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건설플랜트 노동자 투쟁
울산·포항·광양의 성과를 여수에서도
조명지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의 투쟁과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플랜트 노동자들은 정유공장, 석유화학공장, 발전소, 제철소, 조선소 등 기간산업설비의 건설ㆍ유지ㆍ보수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GS칼텍스 등 주요 업체들의 건설공사가 대부분 올해 종료되고 이후 설비투자 계획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문건설업체들은 건설 노동자들에게 임금 삭감과 단협 개악을 요구했다. 수년간 싸워 얻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후퇴시키려 한 것이다.

△파업 중인 여수지역건설노조 ⓒ사진 제공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이런 공격에 맞서 울산 89퍼센트, 포항 82퍼센트, 광양 75퍼센트 등 전국플랜트노조 산하 대부분의 지부들이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하고 투쟁했다. 울산지부가 부분파업을 했고, 포항은 닷새 동안 전면파업을 벌였다. 그 결과 일급 1천~4천 원 인상, 근로계약기간 명시, 계약기간 3개월 보장 등을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단체협약의 주체로 전국플랜트노조를 명시해 기업주들이 산별노조를 인정하게 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여수지역건설노조의 투쟁은 장기화하고 있다.
여수지역건설노조 정상균 기획국장은 “지난 6년간 파업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5퍼센트 임금 삭감을 들고 나왔고, 단협을 개악하려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데 사측이 삭감을 들고 나오니 조합원들의 분노가 높다”고 말했다.
정상균 기획국장은 투쟁이 길어지는 이유를 두고 “조직력이 높은 여수를 분리해서 관리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며 “우리의 상황을 서울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상경 투쟁도 불사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플랜트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과 불안정한 고용 속에서도 2005년 울산 건설플랜트 파업, 2006년 포스코 점거 투쟁이 보여 주듯 강력한 투쟁을 벌여 노조를 강화하고 근무조건을 향상시켜 왔다. 이번 플랜트 노동자들의 투쟁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려면 노동자들이 단결해 싸워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줬다.
여수지역건설노조 전면파업이 20일을 넘기면서 여수 산업단지 공사에 차질이 생기고, 여수시는 2012 세계박람회 개최 준비에 차질을 빚을까 봐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여는 등 파업의 효과가 커지고 있다. 노조는 얼마 전 7천여 명이 대규모 행진을 벌여 2시간 동안 여수 시내 교통을 마비시키기도 했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한진중공업
사측의 공격 재개에 맞선 투쟁
조명지
한진중공업에서 한 노동자가 H빔에 깔려 목숨을 잃은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그는 한진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63세 노동자였다. 겨우 일주일 전에도 H빔 서포트가 넘어지는 사고가 나 노동자들이 안전장치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이를 묵살하고 작업을 강행했다. 노조는 이번 사고가 회사의 안전불감증이 부른 ‘미필적 고의에 의한 노동자 살인행위’라며 한진중공업 대표이사 이재용을 구속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지대 등 안전보강재 없이 작업 중인 헤치커버 레일 서포트 ⓒ사진제공 금속노동자
숨진 노동자가 하던 작업은 원래 한진중공업 직영 노동자들이 하던 일이다. 노조가 사측의 임금삭감과 단체협약 개악에 항의해 부분파업을 하자 사측은 하청 노동자들을 동원해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했다. 결국 이것이 비극을 불렀다.
야금야금

△8월 18일 오전 10시 서울 갈월동 한진건설 본사 앞에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제공 금속노동자
지난 2월 한진중공업 사측은 노동자들의 전면 파업에 직면해 노동자 3백52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뒤 사측은 울산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부산공장으로 전환배치하는 등 야금야금 구조조정을 해 왔다.
그리고 이제는 임금삭감과 단협 개악, 무파업 선언을 요구하며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원 감축을 할 수밖에 없다며 협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 노조는 매일 부분 파업을 하고, 서울 상경투쟁을 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조선업계 불황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정규직에게는 임금삭감을 요구하고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저임금과 무리한 작업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일용직 노동자를 수백 명씩 부려먹고 있다.
서울 상경 투쟁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노동자들이 악에 차오르고 있다. 직영과 하청 모두 고용과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마다 수십 명씩 죽어나가는 조선소에서 노동자들이 생명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규직과 하청 노동자들이 단결해 싸워야 한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서평, 《메인호를 기억하라》
언론의 의도된 거짓말을 폭로하다
이미진
사람들은 이명박의 나팔수가 돼 버린 주류 언론을 매우 불신한다. 그나마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들은 검열을 받아 불방되기 일쑤다. MBC <PD수첩>의 4대강 관련 프로그램 방송 보류 조처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 준다.
우리가 날마다 접하는 뉴스 보도와 신문 기사는 과연 얼마나 진실을 담고 있을까. ‘허위의 시대, 언론의 거짓말’들을 신랄하게 폭로하는 에릭 번스의 《메인호를 기억하라》는 언론에 품는 사람들의 의구심을 확인해 준다.

△《메인호를 기억하라》 에릭 번스, 책으로 보는 세상, 1만 7천 원, 3백84쪽
《메인호를 기억하라》를 보면, 과거 미국 언론사에서 언론이 특정 목적에 이바지하는 한 반드시 진실일 필요는 없었다.
에릭 번스는 미국의 우파 뉴스 채널 폭스뉴스의 유명 프로그램 <폭스뉴스 워치>를 오랫동안 진행하다가 사표를 제출하고는 “폭스뉴스는 뉴스가 아니라 이야기”라고 고백한 언론인이다. 에릭 번스는 언론의 단순한 실수부터 의도된 거짓말까지 흥미진진한 사례들을 들려 준다.
H L 맹컨은 ‘가공의 전쟁 속보’를 통해 러일 전쟁 당시 해전 결과를 실제 전장에서 소식이 들어오기 2주 전에 사실인 양 보도했다.
언론은 1930년대 린드버그 아들 유괴 사건 때는 확실하지 않은 증거로 이주 독일인을 연쇄살인범으로 몰아 단죄하기도 했다.
미국이 스페인과 패권 전쟁을 벌이는 명분이 됐던 메인 호 폭발 사건에서 우파 언론의 거짓 선전의 ‘진수’를 볼 수 있다.
1898년 2월 미 해군 소속 전함 메인 호가 쿠바의 수도 아바나 앞바다에서 폭발한 다음 날부터 <뉴욕저널> 같은 극우 신문들이 이 폭발의 배후에는 스페인이 있다고 선동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 맥킨리는 이 사고가 선내 탄약고의 우발적 폭발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파 언론의 전쟁 선동을 이용해 스페인과 전쟁을 시작했다. 당시 미국 지배계급은 스페인이 지배하던 쿠바를 얻고 나아가 제국주의 국가로 도약하고자 했던 터였다.
언론의 진실 왜곡은 미국 언론에만 해당하는 건 물론 아니다. 우리도 숱하게 경험했고 경험하고 있다.
한국 언론은 1980년 광주 민중항쟁을 ‘북한의 사주를 받은 불순 분자와 폭도들의 난동’으로, 피비린내 나는 파병을 정의로운 ‘평화 유지 활동’으로 둔갑시켰다.
그러나 이런 기사를 사람들이 곧이 곧대로 다 믿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 있고 한 명을 영원히 속일 수 있지만 모든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이 사람이 보고 있는 기사는 진실일까? ⓒ사진 이미진
우파 언론은 천안함 침몰을 북한 소행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나 사람들은 결정적 근거 ‘1번’을 조롱했다. 4대강 사업이 친환경 녹색 사업이라는 정부와 주류 언론의 홍보를 믿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되겠는가.
이 책은 언론의 거짓말들을 신랄하게 폭로하지만, 언론과 정치의 상관관계를 밝히기엔 부족한 듯하다. 언론이 단지 판매 부수 확대를 위해서만 거짓과 왜곡을 일삼는 것은 아니다.
소수인 지배계급은 지배를 유지하려고 다수에 대한 소수의 착취와 지배를 은폐하고 어떻게든 자신의 사상을 지배적인 사상으로 만들려 한다. 주류 언론은 이런 지배자들의 목적에 충실하다. 언론의 왜곡과 거짓말은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체제의 불합리와 맞닿아 있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영화평
<레오파드>
루키노 비스콘티의 <레오파드>는 마르크스주의자가 만든 위대한 영화다. <레오파드>는 이탈리아 역사의 중요한 시기를 한 남자 — 시칠리아 왕조 가문의 귀족인 살리자 왕자 — 의 얘기를 통해 보여 준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860년에 이탈리아는 말로만 통일 국가였다. 오늘날의 이탈리아 영토는 수십 개의 소국들로 나뉘어져 있었고 통일된 정치나 시민사회, 심지어는 언어도 없었다. 유럽에서 가장 반동적인 왕조의 통치를 받던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후진적 지역이기도 했다.

△<레오파드> 루키노 비스콘티, 키노필름, DVD
시칠리아와 현대적이고 산업화된 이탈리아 북부 — 특히 당시 통일 움직임을 주도하던 피에드몽 — 와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났다.
살리나는 자신이 대표하는 옛 세계가 몰락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사실은 영화 초반부에 바로 드러난다. 살리나 가족은 저택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이때 소동이 벌어진다. 저택 안에서 한 병사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그는 시칠리아에 상륙한 가리발디 군의 병사였다. 가리발디의 군대는 나폴리에 근거지를 둔 봉건 왕조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당시 가리발디는 이탈리아 민족주의의 영웅이었다. 가리발디는 화려하고 대담한 인물로 빈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고 추종자가 많았다. 가리발디의 항쟁은 처음에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그래서 귀족들조차 분열했다. 살리나가 아끼는 조카 탄크레디는 살리나에게 자신이 가리발디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한다. 탄크레디는 온건한 통일을 꾀하는 피에드몽 왕조를 지원하는 것이 공화국보다는 낫지 않냐고 반문한다.
탄크레디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모든 것이 변해야 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아저씨?” 이 말은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살리나 왕자의 행동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다.
결국 시칠리아 귀족들은 새 지배계급인 북부의 신흥 부르주아지와 타협했다. <레오파드>는 이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고, 가리발디와 그 지지자들로 상징되는 혁명의 급진주의가 새로운 사회의 제도 속으로 어떻게 흡수되는지 보여 준다.
이 과정을 상징하는 것은 죽음이다. 영화 초반부 죽은 가리발디 병사의 모습에서부터 총살형을 집행하는 소리를 배경으로 한 신부가 마지막 의례를 치르기 위해 걸어가는 모습까지 영화 곳곳에 ‘죽음’이 배치돼 있다. 마지막에 가리발디의 저항군들은 부르주아지의 버림을 받고 총살당한다.
감독인 루키노 비스콘티는 귀족 가문 출신으로 나중에 공산주의자가 됐다. 그는 쥐세페 디 람페두사의 동명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람페두사도 귀족 가문 출신으로 자기 조상의 얘기에 근거해 그 소설을 썼다.
<레오파드>는 우리가 한 개인의 운명과 삶을 이해하고 동정하게 해 준다. 동시에, 이 영화는 그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적 격변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 준다. <레오파드>는 위대한 작품이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정성진 칼럼
중국의 마르크스주의 : 통치 이데올로기에서 저항의 사상으로?
정성진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마르크스주의 연구》 편집위원장)
지난 7월 중국에 처음 다녀왔다. 그 사이 중국을 가려면 몇 번 갈 수도 있었지만, 국가자본주의 중국에 별로 흥미가 당기지 않아서인지, 한 번도 가게 되지 않았다. 이번 방문은 상하이에만 3박 4일간 머무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꽤 소득이 있었다. 우선 필자가 참석한 마르크스주의 국제학술대회에서 중국 마르크스주의의 최근 동향을 주마간산 격이라도 접할 수 있었다.
그동안 필자는 중국에서 마르크스주의는 지배계급의 통치 이데올로기일 뿐이며, 최근 중국 대학에서는 마르크스주의 관련 과목들이 폐강되고 대신 MBA 경영학 과정이 인기를 끈다고 들어왔다. 하지만 필자는 이번에 중국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면모를 접할 수 있었다.
우선 중국에서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의 풀이 방대할 뿐만 아니라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목격했다. 예컨대 필자가 방문한 대학의 철학과에는 전임교수만 해도 50명이 넘었는데 그 대부분이 마르크스주의 철학을 전공하고 있었으며, 청년 대학원생들 다수도 마르크스주의 쪽으로 학위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동안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쏠렸다가 요즘은 신자유주의 대학 구조조정의 와중에서 존립의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 나라 대학 철학ㆍ인문학의 처지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또 이 철학과 교수들은 마르크스를 베버, 루카치와 관련시키거나, 알튀세, 하버마스, 비데, 네그리, 바디우와 마르크스의 접점을 탐색하는 등, 마르크스주의를 자유분방하게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하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이들 다수는 초기 마르크스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 서구 마르크스주의의 소외론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완
적어도 이들은 중국 공산당의 교시, 즉 지배계급의 통치 이데올로기를 구체화하는 수단으로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사상 통제가 종전보다 크게 이완된 것으로 보였다. 예컨대 한 중국 철학 교수는 현재 중국에서 마르크스주의는 이론과 자유정신의 추구를 본령으로 하는 마르크스 자신의 사상과 정반대로 몰이론적 이데올로기로 전락해 인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공안’의 제지를 받지 않고도 발표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논문이 모든 중국 학술지에서 출판을 거절당했다는 그 교수의 폭로에서 보듯이, 중국 공산당의 출판 독점과 사상 검열은 아직 작동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는 중국에서 마르크스주의가 노동자 계급의 저항과 자기해방 사상으로서 본래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예컨대 중국 대학에서 철학과의 경우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이 주류이지만, 경제학과의 경우 헤게모니는 이미 미국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자들에게 넘어갔고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은 급속하게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는 우리 나라는 물론 대부분의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이 마르크스주의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공산당은 물질적 현실의 구체적 모순들을 다루는 경제학 혹은 경제분석의 영역에서 마르크스주의적 접근은 곧바로 자신들의 국가자본주의 지배 체제 자체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도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간파해, 마르크스주의 연구를 가능한 한 철학 같은 추상적 관념의 영역에 제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술대회 한 참석자가 냉소적으로 풍자했듯이, “돈은 우리가 벌 터이니, 너희들은 공부나 해라”(번역하면 “경제(학)는 우리 지배계급이 알아서 할 터이니, 너희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철학이나 해라”로 될 것이다)는 식이다.
실제로 올 봄 중국 전역에서 노동자 파업의 물결이 있었지만, 학술대회에서 이를 언급한 중국인 학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중국 국가자본주의의 억압과 착취의 현실에서 유리되고 중국 공산당이 보장한 ‘마르크스학’(Marxology)의 영역에서 안온하게 철학을 논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왕후이처럼 서방에는 꽤 반체제적 지식인으로 알려진 중국의 이른바 ‘신좌파’들도 이와 같은 중국 마르크스주의 연구의 상부구조 편향과 이와 관련된 개혁주의적 편향에 저항하기는커녕 이런 편향을 심화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마르크스주의 학자들 상당수는 이론을 논할 때는 상당히 자유분방하고 비판적이었다가 주제가 중국 현실로 돌아오면 갑자기 경직돼 변호론과 궤변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한 지도적 중국 철학자는 세계화에 관해 발표한 논문에서, 세계화에는 ‘나쁜 세계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르크스가 1848년 《공산당 선언》에서 묘사한 것과 같은 ‘좋은 세계화’도 있는데, 이번 상하이 엑스포를 계기로 중국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대신 조화와 호혜의 새로운 진보적 세계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그 토마스 프리드먼의 《세계는 평평하다》를 마르크스의 용어로 되풀이한 것으로서, 마르크스 사상을 왜곡하고 마르크스의 이름을 빌려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 사례였다.
오늘날 중국의 대다수 마르크스주의 지식인들은 실생활에서도 보통 중국 노동자 계급과 현격히 괴리된 특권층의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현재 중국 대학 교수들 월급의 평균 수준은 중국 도시 노동자 월 평균 임금의 열 배에 이르는 약 1만 위안(약 2백만 원)이었다. 이는 다른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마오쩌둥의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임금격차다.
이런 조건에서 중국 노동자들이 대체로 대학 교수로 종사하는 중국의 마르크스주의 지식인들을 자신들의 벗으로 생각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것 역시 마르크스주의 지식인들을 체제 내로 포섭하기 위한 중국 지배계급의 분할지배 공작의 결과라고 본다면 과잉해석일까?
변화
최근 중국은 2007~9년 세계경제 위기 국면에서 구사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소진되면서 경기가 다시 둔화되고 있다. 이 경우 올 봄 노동자 파업의 물결을 훨씬 뛰어넘는, 아마도 우리 나라 1987년 7~9월 노동자대투쟁을 연상케 하는 대규모 전국적 노동자 투쟁이 분출할 수도 있다.
상하이 엑스포 전시장을 가득 메운 인파와 데이트할 곳이 없어 황포강변으로 쏟아져 나온 젊은이들의 열망과 기대, 절망이 교차되는 눈빛에서 필자는 뭔가 큰 변화가 임박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중국 노동자 운동이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는 반자본주의 혁명 운동으로 발전하려면 마르크스주의와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현재 중국 노동자들은 그동안 자신들을 억압하고 착취한 중국 공산당의 통치 이데올로기로서 공식 마르크스주의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오늘날 중국의 ‘신좌파’나 ‘마르크스학’ 연구자들과 같은 마르크스주의 지식인들에 대해서도 적대감이나 최소한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중국의 기존 마르크스주의 지식인들의 급진화를 통해서 극복될지, 혹은 노동자 대중 안에서 ‘유기적 지식인’의 출현이라는 방식으로 돌파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마르크스주의와 노동자 운동의 결합이라는 화두를 놓고 수십 년 동안 씨름해 온 우리 나라 좌파의 경험은 중국 좌파에게도 유용한 시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논설
미국은 이라크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미국이여, 우리는 승리했다. 전쟁은 끝났다. 우리는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가져다 줬다.” 이라크에서 철군하는 미군 전투부대인 제4스트라이커 여단 소속 한 병사의 말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에서 이룬 업적은 한 사회 전체를 파괴한 것이다. 1백만 명 넘는 이라크인들이 전쟁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공식적인 미군 사망자 수는 4천4백16명이다. 전비는 1조 달러였다.
이라크인 4백만여 명이 피난을 갔고 그중 상당수가 두려움에 귀향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 서비스는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고, 대다수 이라크인들이 직면한 현실은 빈곤과 공포다.
전쟁이 부추긴 종파주의는 더욱 강화됐다. 전쟁 전에는 이라크에 존재하지 않았던 알카에다가 지금 활동 중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은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거짓말과 똑같다.
오바마 정부는 전투부대 철군이 이라크의 새 시대를 뜻한다고 주장한다. “이라크에서 전쟁이 아니라 정치가 시작됐다.” 부통령 조지프 바이든의 말이다.
8월 31일 이후 미국이 이라크에서 수행하는 임무는 ‘이라크 자유 작전’에서 ‘신새벽 작전’으로 바뀔 것이다.
교묘하게
오바마 정부는 이라크와 상호안보협정을 맺었다. 이것은 이라크 내 외국 군대의 공식 지위를 확정한 협정이다. 전투부대는 철군했지만, 미국은 이라크에 주둔할 미군 병사 5만 명을 전투부대에서 “자문-지원 여단”으로 교묘하게 재분류했다.
이것은 명칭 변경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군 지휘관들도 이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전투부대 철군이 미군이 참전하는 전투의 종식을 뜻하냐는 CNN 기자의 질문에 레이 오디어노 이라크 주둔 사령관은 “아니다” 하고 말했다.
“전투 작전 수행을 위해 편성된 우리 부대가 주둔한다는 뜻이다. … 주둔 부대가 자문ㆍ훈련ㆍ지원을 조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체 방어 능력은 물론이고 필요시 또는 요청시 전투 작전을 수행할 것이다.” 오디어노는 미군이 2020년까지 이라크에 주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미군 전투복을 착용한 병사들만이 아니라 민간업자 수만 명이 이라크에 있다. 오바마 정부는 “유례없는” 민간 활동에 착수했다. “민간업자들의 소규모 군대”가 이 활동을 지원한다.
따라서 버락 오바마가 이라크 전쟁을 끝낸 게 아니다. 이라크 전쟁은 7년이 지났는데, 제2차세계대전보다 더 긴 전쟁이다.
미국인 사회주의 저널리스트 존 리드는 20세기 초에 이렇게 썼다.
“엉클 샘은 퍼주기를 하지 않는다. 그는 한편에는 여물을 다른 한편에는 채찍을 가득 담은 가방을 갖고 간다. 엉클 샘의 약속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누구든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이라크에서 패배했다. 이라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지만 그것이 승리를 뜻하지 않는다.
조지 부시가 7년 반 전에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을 때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군사적 우월성과 경제적 지배에 도전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석유 공급을 통제하고 이라크에 수립될 친서방 정권을 중동의 ‘민주적’ 해결책의 방아쇠로 삼아 이란을 고립ㆍ약화시키려 했다.
그런 희망은 재로 변했다.
미국은 자신들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줬다. 그러나 상황을 좌우하고 자기 의지대로 사회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 주지는 못했다. 이란은 2003년보다 더 강력해졌다.
미국은 이라크에 친서방 정권을 못 세운 게 아니라 아예 정부가 없다. 3월 7일 총선이 끝난 지 반 년이 다 돼 가는데도 완전히 교착 상태다.
석유 공급조차 계획대로 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BP와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가 공동으로 남부 이라크의 루마일라 유전 개발권을 따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은 이라크에서 굴욕을 당하고, 적에게는 공포심도 주지 못하며 친구한테는 사랑 받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정부는 어설픈 부시 정부가 이루지 못한 목표를 다른 전략과 전술을 구사해 이라크에서 완수하고자 한다.
미국 국부무 차관보 필립 크롤리는 전투 임무 종료가 “역사적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대(對)이라크 책무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라크에 엄청나게 투자했고, 이라크 통합을 위해 투자한 것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 한다.”
이렇듯 오바마는 전임 정부의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그가 반전 미사여구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것은 반전 여론이 매우 강한 정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가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있어도 바뀌지 않는 게 있다. 미국 제국주의의 우선순위다. 이것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도록 했고, 모든 대통령은 그 우선순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라크 전쟁의 파괴가 끝나기를 바라고 오바마가 그 일을 해 주기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현 상황은 분수령이라 할 수 있다.
오바마의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사기는 그에게 큰 기대를 갖고 투표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실의에 빠뜨렸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환멸 때문에 냉담이나 냉소에 빠졌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지배하는 상황에서조차 이라크 전쟁을 끝내지 않는다면 이제는 스스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라크에서 미국에 대항하는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그 동맹들이 유혈낭자한 전쟁을 되풀이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제국주의에 맞선 용기 있는 저항, 세계 도처에 일어난 반전 운동은 미국이 이미 패배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PD수첩> 방영 투쟁
MB맨 김재철의 방송 통제를 저지하다
박설 snow@left21.com
8월 17일 전파를 타지 못한 <PD수첩>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편(이하 ‘4대강’ 편)이 결국 일주일 만에 방영됐다. MBC의 청와대 낙하산 사장 김재철이 대중적 압력과 저항에 밀려 꼬리를 내린 것이다.
방송을 틀어막은 김재철의 무리수가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내 <PD수첩> 시청률은 평상시의 두 배로 올랐다. 온라인에선 <PD수첩>을 응원하는 글도 쇄도하고 있다.

△김재철의 패배는 이명박의 패배다 8월 23일 MBC 본사 앞 승리 보고대회. <PD수첩>의 승리는 사태가 이명박 뜻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점을 보여 준다. ⓒ사진 이윤선
이번 사건은 이명박의 패배요, <PD수첩>과 이를 지지한 많은 사람들의 승리다. 8월 23일, 승리 소식에 들뜬 사람들은 방송 결정이 난 상황에서도 촛불집회에 몰려들었다.
집회에 참가한 박명희(성공회대 학생) 씨는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기뻐하며 이번 승리를 디딤돌 삼아 “4대강 사업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원(보건의료인) 씨는 “정부 정책에 반대해 보편적 가치를 걸고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반겼다.
이번 사건은 4대강 삽질과 친기업ㆍ반노동 정책의 지속을 선언한 8ㆍ8 개각 이후 ‘쓰레기 개각’이라는 반발에 직면한 이명박의 꾀죄죄한 처지를 더 군색하게 만들었다.
노심초사
이번에 정부는 4대강 대운하 삽질의 진실이 드러날까 봐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쪼인트 까이고 군기 들어’ 돌아온 김재철이 필사적으로 방송을 막았고, 국토해양부가 절차도 무시하면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감행했다.
특히 정부는 애초 ‘4대강’ 편에 담겨 있던 “비밀팀”, “영포회”, “운하” 등의 단어에 굉장히 민감했다. 권력의 핵심부가 국민을 속이고 여전히 대운하를 추진하고 있다는 진실을 덮고 싶었던 것이다.
‘4대강’ 편을 책임 제작한 최승호 PD는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유독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의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인터뷰를 할지 말지에 대해서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청와대의 영향을 받고 있었어요. 아마도 지금은 [정부의 위기가] 더 결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정책에 대한 반대가 극적으로 치달을까 봐 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는데도 김재철은 방송을 내보내지 못하겠다고 버텼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언론 통제 시도는 먹히지 않았다. MBC 노동자들은 “언론인으로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집회와 농성을 이어가며 사장에 맞섰다. MBC노조 연보흠 홍보국장은 이런 노동자들이 지키고 있는 한 “MBC를 ‘한나라당의 놀이터’로 전락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지난 7월 파업에서 승리를 거둔 “KBS 새 노조의 존재 자체가 우리에게 힘이 됐다”고도 했다.
연 국장은 대중적 여론과 항의 행동도 이번 승리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이 김재철 사장에게 정치적 부담을 줬기 때문에 그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김재철을 향한 압박이라는 게 청와대를 향한 압박이거든요.”
실제로 <PD수첩> 불방 결정 직후 시민들과 진보 단체들은 발 빠르게 촛불을 들고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환경단체들과 종교계도 4대강 반대 시위를 이어갔고, 5백60여 개가 넘는 단체들이 1만 인 촛불집회를 예고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결국 MBC 노동자들과 시민들과 진보운동의 힘이 정부로 하여금 백기를 들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연 국장은 이번 싸움이 “끝이 아니다” 하고 말했다.
“사측은 이번으로 끝내지 않을 것입니다. 김재철이 내년에도 연임할 수 있으려면 임명권자[이명박]에게 뭔가 확실한 걸 보여 줘야 하니까요.”
65퍼센트에 이르는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 삽질을 지속하고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강행하려는 이명박 정부에게 언론 통제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최근 자존심을 구긴 국토해양부가 ‘4대강’ 편이 “왜곡됐다”며 법적 대응을 협박하고, KBS의 MB맨들이 경찰청장 후보자 조현오의 막말 동영상을 담은 <추적 60분>의 방송을 막아선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PD수첩>의 승리가 보여 주듯, 사태는 이명박 뜻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미 KBS 새 노조는 <추적 60분> 불방에 대응하기 시작했고, <PD수첩> 측도 국토해양부에 맞서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 반대 운동도 탄력을 얻었다. 시민ㆍ사회단체들과 종교계ㆍ노동계ㆍ학계ㆍ정당 등 제 단체들은 무기한 거리농성에 돌입하고, 대규모 집중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승리는 이명박 정부의 정치 위기가 운동에게 기회를 제공하며, 이 기회를 이용해 단호한 투쟁을 벌이며 연대를 확대할 때 우리가 이길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이번 승리를 발판 삼아 이명박의 공세에 맞선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PD수첩>이 밝힌 4대강의 거짓말과 진실
박설 snow@left21.com
<PD수첩> ‘4대강’ 편은 청와대가 직접 나서 4대강을 대운하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것은 진보진영이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해 온 비판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
‘4대강’ 편을 보면,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 중단을 선언한 지 석 달 만에 4대강 사업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이를 주도한 청와대 인사들은 대운하에 꼭 필요한 ‘최소 수심 6미터’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6미터 깊이 사다리꼴 모양의 준설은 대운하 추진의 증거다. ⓒ사진 출처 MBC <PD수첩>
방송에선 표현이 완화됐지만, 최승호 책임 PD가 이미 여러 차례 밝혔듯이, 이 태스크포스가 ‘비밀팀’이고 이를 주도한 청와대 인사들은 ‘영포회’ 회원들이다. 비밀팀 부팀장을 맡았던 행정관 김철문은 이명박의 고등학교 후배로, 팀 내에서 “그의 발언은 곧 청와대의 뜻으로 해석됐다.”
<PD수첩>은 2008년 말에 발표된 4대강 사업계획 초안이 넉 달 만에 대운하 사업으로 변모하는 데 이명박의 직접 개입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4대강 사업에 관여해 온 박재광 교수는 이명박이 수심 변경을 지시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더구나 <PD수첩>도 폭로하듯이, 정부가 사업 목표로 내세운 ‘홍수 예방’과 ‘물 부족 해결’은 완전한 사기였다. 정부는 홍보 동영상까지 허위로 제작하면서 온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 4대강 사업 추진 지역 대부분은 홍수 피해, 물 부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이었다.
<PD수첩>을 본 사람들이라면 “4대강 사업은 대운하가 아니다”는 국토해양부의 뻔뻔스런 거짓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대법원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판결 이후 현대차 공장
기대감으로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이 늘고 있다
정동석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

△12일 낮 12시 현대차울산 1공장에서 열린 현대차 불법파견 대법판결관련 보고대회에 참가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합원 가입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제공 금속노동자
지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분위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으로 그야말로 “들썩들썩”하다.
주로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루 1백 명 이상씩 가입해 울산공장만 비정규직 조합원 수가 1천5백 명을 넘어섰고 전주와 아산공장까지 합치면 2천5백 명에 이른다. 나는 최근에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을 만났다.
“대법원에서 판결났으니까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 가입했다”, “사장이나 소장이 노조 가입하면 해고하겠다고 위협했는데 지금은 대놓고 함부로 하지 못한다.” 비정규직 지회 이상수 지회장은 “지회 집행부가 못 따라가는 분위기”라며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든든하다”고 했다.
그러나 사측은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수용하고 시정하기는커녕 2공장 비정규직 7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2년 이하 비정규직을 계속 해고해 노조 가입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다. 따라서 2공장 비정규직 해고 철회 투쟁과 노조 가입 캠페인을 결합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정규직 노조와 현장조직들이 나서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해 해고를 철회시킨다면 노조 가입 캠페인도 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소중한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금속노조의 조직력을 확대하고, 비정규직 차별도 없애고, 정규직ㆍ비정규직 이간질도 분쇄해야 한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자 공격을 막아낼 디딤돌이 될 것이고 노동운동 위기 극복의 길이 될 것이다.
현대차에서는 정규직 노조 이경훈 집행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물론 “불법파견 문제를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며 성명서도 발표했고 사측에 특별교섭도 요구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규직 집행부의 요구 수준은 대법원에서 판결한 ‘2년 이상 정규직화’에 그치고 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2년 이하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정규직화나 적어도 직접고용을 통한 고용보장을 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1공장의 ‘원하청 연대회의’의 활동은 고무적이다. 1공장 ‘원하청 연대회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공동으로 노조 집단 가입 캠페인을 전개하고 노조에 소속된 비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결의했다.
현장 조직들도 성명을 발표하고 홍보물을 부착하는 등 연대에 나섰다. 그런데 최근 현장조직 전체 의장단 회의에서 비정규직 지회가 요청한 연대 행동(출근ㆍ중식투쟁)을 ‘정규직 집행부가 먼저 하면 하겠다’며 미룬 것은 실망스럽다. 지금같이 분위기가 좋고 고무적인 상황에서 노조 지도부 눈치 보고 뒤꽁무니 쫓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현장조직과 활동가ㆍ대의원 들이 앞장서면서 노조 집행부가 더 적극 나서도록 압박해야 한다. “비정규직 스스로 싸우는 것은 기본이지만 정규직 노조와 함께 실질적으로 사측을 압박할 수 있는 싸움”(이상수 비정규직 지회장)이 돼야 한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한반도 주변 긴장과 이란 제재 문제를 다룬 지난 두 호 기사를 읽고
복잡하게 얽힌 국가 간 관계를 세심하게 읽어야
독자편지 | 김하영
동아시아 문제를 다루다 보면 미묘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얽히고설킨 국가간 이해관계를 분석할 때 특히 그렇다. 국가 질서는 위계적이며 동시에 모든 국가는 저마다 자기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행위 주체이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간에는 동맹과 협력, 갈등과 적대가 끊임없이 작용한다.
냉전 시기처럼 동맹과 적대 관계가 비교적 굳어진 때는 이런 문제를 다루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행위 주체들의 선택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는 중대한 지각 변동 시기여서 ― 국가간 힘 관계 때문에 행위 주체의 선택이 의도대로 관철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 이런 문제를 다룰 때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점들이 더욱 많다. 그래서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설명하려다 보면 독자의 이해를 돕기보다 오히려 다른 측면을 놓치는 결과를 낳기 십상이다.

△키 리졸브 훈련 중인 한국군과 미군 미국은 자국의 필요 때문에 능동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해 왔다. ⓒ사진 이윤선
예를 들면, 강동훈 기자는 <레프트21> 37호 기사에서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문제에 “미국을 적극 끌어들임으로써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의 긴장도 불사했다”고 썼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공공연한 지원을 바랐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과의 동맹관계 때문에) 괜한 문제에 끌려들어 온 것처럼, 그래서 이런 기회를 사후적으로 이용하기만 하는 것처럼 말한다면 그것은 사실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게 아니다. 천안함 사건이 한미합동 군사훈련 기간에 벌어졌다는 사실만 봐도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이 서해 바다에 (중국과 관련해) 큰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용욱 기자가 쓴 <레프트21> 38호 기사의 제목 ― ‘북한 압박하다 이란 제재 함정에 빠진 이명박 정부’ ― 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는 바람에 세계 체제 질서라는 더 큰 맥락을 놓친 경우인 듯하다.
마치 이명박 정부가 미국을 ‘끌어들여’ 북한을 제재하게 된 대가로 미국에게서 이란 제재를 요청받게 된 것처럼 말하는데, 이것은 여러모로 정확한 묘사가 아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강경 꼴통 정책을 비웃는 것은 통쾌하지만 말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강력한 이란 제재 동참 요구로 곤란에 빠진 것은 대북 제재에 목매 왔기 때문이라기보다 (필자 자신도 지적하듯이) 한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미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다른 전통적 동맹들도 그렇듯이 말이다. 또, 북한을 악마화하기는 그 누구보다 미국 자신의 필요라는 점도 무시해선 안 된다.
이 짧은 글에서 미중 관계나 이란 제재를 둘러싼 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모두 다룰 수는 없다. 다만 위와 같은 설명 방식의 약점을 한 가지만 지적하면, 한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지나치게 중요성을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동북아 긴장이 벌어지지 않을 것처럼 또는 이란 제재 같은 곤혹스러운 문제에 봉착하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자유주의자들은 정책 변화나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한다.
물론 한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강대국 간 질서 속에서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이 바로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입증한 바다.
또, 일본이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로 “동북아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 동맹 자리를 한국 정부에 빼앗[겼다]”는 표현은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지위는 역사적으로 보나 지정학적으로 보나 그렇게 쉽게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천안함 사건을 이용해 동아시아에 화려하게 복귀하려는 미국” 같은 표현도 오해 소지가 있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단 한 번도 동아시아에서 발을 뺀 적이 없으므로 “복귀”할 일도 없다. 현재 미국이 하려는 일은 흔들리는 패권을 지키려는 것이다. 아직 동아시아에서 어떤 국가나 동맹도 미국을 대체하지 못했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김형우 금속노조 부위원장·불법파견 정규직화 특별대책팀장 인터뷰
“단결과 투쟁을 위한 절호의 기회”
모승훈 인터뷰ㆍ정리

△현대차 정문앞에서 일인시위중인 김형우 부위원장
7월 말 대법원의 불법 파견 정규직화 판결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판결의 핵심은 ‘제조업에서 간접고용은 파견노동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나와야 할 판결이고 오히려 부족한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불법이면 불법이지 2년 이상만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법원이 우리에게 투쟁할 기회를 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금속노조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1천여 명 이상 새로 가입했다고 하던데요?
울산에 가서 봤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들 분위기는 들썩들썩합니다. 저도 간담회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절대 다수가 노조 가입원서를 쓰는 것을 보면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노조 가입을 망설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2005년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정규직의 연대 부족으로 흐지부지돼서 좌절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일단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을 조직해서 투쟁과 희망을 보여 줘야 합니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압도 다수인] 2년 이하 비정규직들도 조직해야 합니다.
정규직 노조와 활동가들의 구실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정규직들이 결합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정규직 노조는 조합원들이 늘어나서 좋고 함께 싸우는 데도 좋을 것입니다. 단지 당위로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를 위해서 연대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1사1노조[정규직ㆍ비정규직 노조의 통합]도 추진해야 합니다. 사실 대법원에서 1사1노조 하라고 판결을 내려 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조직화가 어느 정도 되면 투쟁과 교섭을 병행할 생각입니다. 문제는 이번 판결이 현대차만의 일은 아니란 것입니다.
사내하청이 있는 작업장이나 무노조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판결입니다. 다른 작업장까지 조직해서 노동조합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입니다.
비정규직 운동을 이어가려면 2년 이하 비정규직 조직화가 중요합니다. 우리끼리 2년 이상과 이하로 분열해서는 안 됩니다.
또 정부는 하반기에 파견업종을 제조업까지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단체까지 포괄하는 대책위를 구성해 파견법 개악도 막아 내야 합니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강제병합 1백 년 한일 심포지엄에 다녀와서
독자편지 | 최미선
지난 8월 14일, 민주노동당,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등과 일본 진보진영이 공동 주최한 ‘강제병합 1백 년에 즈음한 한일 민중진보진영 공동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이 심포지엄은 <레프트21> 38호 ‘한일병합의 역사에서 이끌어내야 할 교훈들’ 기사를 흥미롭게 읽은 내게 동북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해 반제국주의적 시각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 줬다.
한국 측 발표자인 평화통일연구소 강정구 소장은 한반도 평화 체제를 위한 핵심 조건으로 한미군사동맹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 남북한 군축을 제시했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의 부상과 북한 핵이 쇠퇴해 가는 미국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위험한 전망을 제시했다.
G2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평화공존 5원칙’을 제시하기 때문에 호전적인 미국과는 다르고 진보진영이 이를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중국도 미국이 중동에 발이 묶인 틈을 타 호시탐탐 동북아시아에서 패권을 발휘하고 싶어하는 제국주의 국가다.
북한 핵무기 개발을 지지하는 것도 민중진보진영이 취해서는 안 될 태도다.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한 와타나베 겐주 일본 측 발제자의 말처럼 “미국을 필두로 하는 핵대국은 물론 일본이든 북한이든 모든 나라의 핵개발, 핵실험, 핵보유에 반대”해야 한다.
일본 측 발제자가 일본 민중진보진영이 간 나오토 정권의 ‘비핵화 3원칙’ 완화 시도를 저지하는 운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줬는데 무척 반가웠다.
한 일본 참가자는 “평소 운동에 대한 이견 때문에 노동조합과 함께 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오키나와 투쟁에 함께 하자 10만 명이 모인 투쟁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며 평화운동이 노동운동과 공통점을 찾아 전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주장했다. 이처럼 동북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한 운동에 조직된 노동계급이 연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헌정회육성법
의원 특혜와 불의를 보여 주다
전지윤 ratm71@left21.com
올해 2월에 국회에서 통과된 법 하나가 뒤늦게 대중적 분노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1년 이상 국회의원을 지냈고 현재 65세 이상인 사람들 전원에게 사망시까지 매달 1백30만 원을 지급한다는 ‘헌정회육성법’이 그것이다.
그전에도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해 왔는데 이번에 개악된 것이다. 국회의장 판공비에서 지급하던 것을 국가예산에서 정식 지급하기로 했고, 지원금 액수도 1백10만 원에서 1백30만 원으로 올렸다.
이 개악안은 2월 24일 국회에서 토론도 없이 하루 만에 국회 운영위, 법사위, 본회의를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그것도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과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을 제외하고 여야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지지했다. 이 사실은 언론들의 침묵으로 묻혀 있다가 뒤늦게 밝혀졌다.
의원 자리에 있으며 온갖 특권을 누리고 대부분 거짓말과 배신, 심지어 비리까지 저지르는 집단에게 이런 특혜를 줘야 하냐고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다. 전직 의원들 과반수가 재산 5억 원 이상이고 대부분 고급 주택과 자가용을 가진 부유층이기에 사람들은 더 울화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 법대로면 재산이 무려 1조 5천억 원이 넘는 정몽준도, 성추행을 저지른 최연희도, 여성 비하 막말을 쏟아낸 강용석도 지원금을 받게 된다. 더구나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을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삭감해 왔다. 무엇보다 쥐꼬리 같은 최저임금, 최저생계비 등을 찔끔 올리기도 힘든 상황에서 분노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가난한 독거 노인이 추운 겨울에 보일러도 없이 지내다 얼어서 썩은 다리를 잘라내게 됐다는 뉴스 속에서 왜 전직 국회의원들의 신선놀음을 위해 1년에 1백30억 원이나 예산을 낭비해야 하는가.
당혹스러운 것은 민주노동당 의원들 전원이 이 안을 찬성했다는 것이다. 이정희 대표는 “그것까지 반대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생각으로 법안 통과에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하고 말한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국회의원의 부당한 특권을 폐지하겠다던 국회 입성 때 약속을 팽개친 것이다. ‘독자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실현하겠다’던 약속을 팽개치고 민주당과 동맹하듯이 말이다.
2000년에 기성 정당의 부패와 특권을 바꾸겠다고 약속하며 민주노동당이 국회로 진출한 이후 6년이 흘렀다. 그런데 이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민주당과 동맹 추진에 앞장설뿐 아니라 기성 정당의 잘못된 관행과 의회 시스템에 물들어가고 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 씁쓸하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민주노동당 배진교 구청장은
“경영자적 마인드”가 아니라 복지 제공을 위해 투쟁해야
김재헌 (민주노동당 종로구위원장)
수도권 최초 진보 구청장인 민주노동당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은 취임 초기부터 ‘소통’을 강조해 왔다.
배 구청장이 펼치려는 무상급식, 무상교복, 필수 예방접종 무상실시, 영유아 보육지원, 65세 이상 틀니 무상지원, 주민참여예산과 같은 진보적 정책들은 주민들과 소통해 지지를 획득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역의 기업주들과 고위 관료, 우파 세력들은 이런 정책들을 훼방 놓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배 구청장의 ‘소통’은 다소 모호한 듯하다. 남동공단 기업주들이 진보 구청장의 친노동자 정책을 걱정하는 것을 두고 배 구청장은 “경영자와 구청장에게는 공단 활성화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경영자든 노동자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했다.
“남동공단 경영자들이 ‘이제부터 구청이 민주노총 편만 드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분들의 생각처럼 급진적으로 뭔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기초단체장을 넘어 “경영자적 마인드”를 갖겠다고도 했다.

△남동구도시관리공단지부가 12일 근로기준법 준수ㆍ단체협약 이행ㆍ셔틀버스 폐지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공단 앞에서 개최했다. ⓒ사진제공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그러나 현실에서 기업주와 노동자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상생’할 수 없다. 서로 다른 계급적 이해관계 때문에 대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 구청장이 ‘상생’을 추구한다면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을 자제시킬 수 있다. ‘경영자적 마인드’를 언급하는 것은 이런 염려를 더 크게 한다.
당장 배 구청장이 관할하는 남동구도시관리공단 노동자들이 구청을 상대로 임금단체협상 투쟁을 벌이고 있다. 남동국민체육센터 순환버스 폐지 방침 철회, 토요일 유급 휴일 준수, 임금 인상, 고용안정 등 지역 주민 복지와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에 직결된 요구를 하면서 말이다.
이 상황에서 배 구청장은 ‘경영자적 마인드’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기각하거나, 양보를 종용할 것인가? 아니면 기업주와 부자들을 지원할 돈을 노동자들의 복지와 일자리를 지키는 데 쓸 것인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와 소통하고 연대하는 것이 배 구청장이 펼치려는 진보적인 정책들을 실현하는 길이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석면 지하철 역과 이윤지상주의
독자편지 | 송현송
나는 지하철 노동자다. MBC <후플러스>에 방영된 지하철 석면 이야기를 보고 폐암 판정을 받은 내 동료들이 떠올랐다.
2000년에 서울지하철 역사 냉방화 공사가 있었다. 지하철 냉방화 공사나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되면 천정재를 다 뜯어내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발암물질인 석면에 대거 노출된다.
야간에만 작업해야 하는 지하철공사의 특수한 조건 때문에 지하철 운행시간 종료 후 역사 안 침실에서 잠을 자야 했던 역무 노동자들은 고스란히 공사소음을 견디고 먼지를 마셔야 했다.

△지하철 석면 문제를 다룬 <후 플러스> 방송장면 25년 동안 근무한 한 역무노동자(아래)는 결국 폐암으로 숨졌다. ⓒ사진 출처 MBC <후 플러스>
새벽에 지하철 운행이 시작되기 전 서둘러 작업을 종료하면서 빗자루로 먼지를 승강장 밖 선로로 쓸어내렸고, 그 먼지에 무엇이 섞여 있는지도 모른 채 아침 출근길 승객들은 먼지를 마셨을 것이다. 역무 노동자들도 일반 마스크와 다름없는 것을 쓰고 근무했다.
역무 노동자들은 퇴근하면 무조건 좋은 공기를 마시려고 산을 타든지, 삼겹살을 먹으며 나름의 ‘치료’를 하는 게 다였다.
그런데 운동을 열심히 해 ‘몸짱’으로 불렸던 고참 선배 노동자가 어느날 갑자기 폐암 판정을 받았고, 몇 년 동안 투병하며 산재 판정을 받으려고 싸우다 돌아가셨다. 그 후로도 노동자 몇 명이 폐암 판정을 받았다.
석면은 20~30년 동안 잠복하다 병을 일으킨다고 하니, 시간이 흐를수록 폐암에 걸리는 노동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당시에는 공사 기간에 외부 숙박료가 고작 며칠치밖에 책정되지 않았다. 선배 노동자들은 지하철 역사 안 침실에서 자다가 도저히 열악한 환경을 참을 수 없어 뛰쳐나와 속옷바람으로 공사를 중단시키고 공사기간 동안 외부숙박료를 전부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싸웠다.
노동조합 산업안전부에서도 석면 문제를 제기하며 투쟁해 왔다. 덕분에 지금은 공사기간에 역무 노동자들이 석면에 노출될 위험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후플러스> 보도에서 나왔듯이 석면의 위험은 일상적으로 도사리고 있다.
석면 문제가 제기된 후에도 지하철공사는 이윤 때문에 석면을 친환경자재로 바꾸지 않고 있다. 석면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기술도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다고 한다.
노동자와 승객의 건강을 위협하는 석면을 친환경자재로 바꾸고, 석면 제거 기술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돈을 투자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미군의 이라크 “전투 임무 종료”
미군은 이라크·아프간에서 완전 철군하라
김덕엽 (반전평화연대준 공동간사)
8월 말 미군의 이라크 “전투 임무 종료”에 맞춰 오바마는 전투 병력을 철군시켰다. 언론에 비친 귀환 병사들의 인터뷰는 하나같이 “무사히 돌아와서 기쁘다”, “가장 큰 성과는 집에 돌아왔다는 거다” 하며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미군은 이라크 전쟁에서 지금까지 무려 군인 4천4백19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군 5만 6천 명이 이라크에 남아 있다. 그리고 전투병력이 철군한 직후 미군 한 명이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서 작전 중 사망했다. 비극은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라크 미군 사망자 추이 총 4,413명 (자료 : iCasualties)
2003년 부시는 ‘이라크의 자유’라는 작전명을 내세워 이라크를 침략했다. 지금까지 이 전쟁 때문에 1백만 명이 넘는 이라크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고향을 등지고 해외로 피신한 난민이 1백80만 명이 넘고 국내에서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다.
반면, 전쟁의 명분이던 대량살상무기는 어디 있는가? 맷 데이먼이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 제거하는 임무를 받고 파병된 미 육군 준위를 연기한 영화 <그린존>이 풍자했듯이 애당초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
그렇다면 날조된 거짓말로 전쟁을 시작한 범죄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부시는 집권 말기인 2008년 12월 이라크를 방문해 이라크인 알 자이디에게 신발 역습을 받은 것 이외에는 전임 대통령으로서 모든 혜택을 누리고 있다.
가장 화려한 삶을 사는 자는 블레어다. 이 자는 중동 평화 특사로 공식 활동을 하며 기업들의 막대한 후원으로 돈방석에 앉더니 최근 투자은행까지 설립했다.
“지정학적 대참사”
그런데 오늘날 이라크 전쟁은 전쟁범죄자들이 잘 먹고 잘사는 씁쓸한 결말 그 이상을 의미한다. 미국은 부상하는 경쟁 국가들을 제압하고 지정학적 요충지인 중동을 재편해 제국의 패권을 공고히 하려고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7년 동안 미국이 이라크 전쟁으로 얻은 것이라고는 군사력의 과시와 지정학적 우위가 아닌 “지정학적 대참사”다.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은 대외 정책에서 정당성의 위기를 겪게 됐다. 그뿐 아니라 아무리 세계 최강 군사 대국이라도 자기편이 많지 않은 곳에서 민중의 저항에 직면했을 때는 패배할 수 있다는, 오래된 진리를 재확인해 줬다.
‘아프팍’ 전쟁에서 인기를 잃은 오바마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 철군을 자신의 중요한 치적으로 삼고 싶어 한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했듯이 미군 철수는 부시가 이미 말라키 정부와 합의한 것이자 이라크 전략을 수정(이라크에서 대규모 미군을 철군시켜 아프가니스탄에 집중하자는)하자는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임 정부 대외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오바마에게는 사실상 이라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아프팍’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미군을 이라크에 묶어 둘 수 없었을 것이며, 이미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실패한 전쟁’으로 인식된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의 지배자들은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렇다면 이제 이라크 전쟁은 끝난 것인가? 2011년까지 이라크 경찰을 양성하려고 남겨 둔 미군 5만 6천 명까지 모두 철수하면 미국은 이라크에서 손을 뗄 것인가?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미군은 이라크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는커녕 안정적인 친미 정부도 수립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란처럼 이 전쟁으로 오히려 중동 내 영향력이 커진 국가들이 자신이 나간 자리의 공백을 메울까 봐 곤혹스러워 한다.
지난 3월 선거 이후 이라크는 아직 정부도 구성되지 않았다. 이라크 주변을 둘러싸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란, 시리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모두 자신이 지지하는 이라크 내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로버트 게이츠는 “새로 들어서는 이라크 정부가 미군의 계속 주둔을 위한 협상을 원할 경우 우리는 이에 응할 것”이라며 미군은 2011년 이후에도 계속 주둔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군사전문가 앤서니 코데스만은 “이라크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승리하지도 않았다”며 섣부른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오바마 정부에 조언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군사력을 총력 집중한 ‘아프팍’ 전쟁이 ‘실패한 전쟁’으로 돼 가는 지금 이라크 전쟁에서 발을 빼면서도 자꾸 뒤돌아 보는 것 말고는 달리 대안이 없어 보인다.
혹여 이라크에 이어 ‘아프팍’ 전쟁에서도 회복하지 못한 제국의 체면을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고 이란 공격 카드를 꺼내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것만이 상처 입은 야수를 확실히 잠재우는 길이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이스라엘의 반아랍 인종차별주의
김은영
이스라엘의 한 퇴역 군인 여성이 군 복무 당시 눈가리개를 하고 결박당한 팔레스타인 남성들 앞에서 조롱하듯 웃으며 찍은 사진들을 페이스북에 올려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이 사진들의 제목은 ‘내 생애 최고의 시절’이었다. 페이스북을 방문한 친구가 ‘너 참 섹시해 보인다’고 적자, 별일 아니라는 듯 서로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스라엘 여군 출신인 에덴 아바르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비난 여론이 커지자 이스라엘군은 이 여성의 행동이 “도덕과 윤리 기준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고 “부끄러운 짓”이라며 위선을 떨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부도덕한 이스라엘 군인 한 사람이 저지른 돌출 행동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유대인 정착촌 건설 등 팔레스타인 점령 정책과 학살을 자행하며 인종차별을 정당화한 결과다. 이 사진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아래 팔레스타인인들이 겪는 일상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지난달에는 순찰 중인 이스라엘 병사들이 무슬림의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에 맞춰 장난스런 춤을 추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사진을 공개한 이 퇴역 군인 여성은 뻔뻔하게도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며 군 안에서 이와 유사한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변인 가산 카티브는 “팔레스타인 사람을 모욕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점령자의 속내를 보여 준 사진들”이라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은] 정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도덕하며 부패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학살이 끝나야만 팔레스타인의 일상적인 고통과 억압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팔레스타인 점령을 중단하라!
입력 2010-08-26 ⓒ레프트21
사학재단에 맞서 성미산 지키기
독자편지 | 박은경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는 성미산이 있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공동체의 중심인 성미산을 개발하려는 홍익재단에 맞서 산에 텐트를 치고 1백 일 가까이 농성 중이다.
2003년에 서울시가 배수지 공사를 위해 성미산 정상의 나무를 벌목했을 때도 마을 주민들은 힘을 모아 산을 지켜냈다. 이후 해마다 성미산에 나무를 심어 왔는데, 또다시 홍익재단이 산을 깎아 사립학교를 이전하려고 해 마을 주민들이 온몸으로 포크레인을 막아서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성미산의 생태적 가치가 높은데도 산의 3분의 1을 훼손하는 공사를 허가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 게다가 산의 절개면이 영구 음지 상태라 학생들에게 해로운 학습 환경이다.
서울시와 교육청은 사학재단의 개발 이익을 위해 눈감아 주고 있다. 지난 5월 26일 서울시교육청이 성미산에 건축 승인을 했고,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학교 이전을 승인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차량 통행을 위한 도로점용 허가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시공사인 쌍용건설과 하청업체 삼은개발은 공사를 진행한 만큼만 단계적으로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다가 마을 주민들과 충돌을 빚고 있다. 지난 8월 15일에도 술에 취한 인부가 자정이 넘은 시각에 벌목을 했고 이를 막으려는 주민이 전기톱에 발목을 다치기도 했다.
그런데도 서울시교육청은 주민들의 공사 중단 명령 요청을 묵살하고, 서울시교육청 사학지원과는 “서울시교육청의 건축승인이 난 것이면 도로점용허가가 난 것이나 같으니 홍익재단의 건설은 불법행위가 아니”라며 홍익재단을 비호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곽노현 진보교육감에 걸었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곽노현 교육감은 후보일 때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어 보이니 자신이 교육감이 되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어디 갔는가. 서울교육청은 이제라도 대체부지 선정을 위한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주민들은 매일 저녁 문화제를 열고 있는데 오는 9월 4일과 5일에는 천막농성 1백 일을 맞아 광화문에서 행사를 할 예정이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파키스탄
수재민들의 절망이 분노로 바뀌다
유리 프라사드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당원)
파키스탄에서는 홍수 피해가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은 계속해서 실패로 끝남에 따라 수재민들의 절망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
정부 각료들은 이제 수재민들이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무장 경호원들을 한 무리씩 대동하지 않고서는 감히 수해 지역을 방문하지 않는다.

△집과 생계를 잃은 사람들에 대한 구호는 파키스탄 국가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사진제공 <소셜리스트 워커>
지난주에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외곽의 파괴된 마을들을 보러 온 영국 개발부 장관과 보수당 의장이 타고 있던 차량 행렬을 절망에 찬 한 무리의 군중이 공격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성난 군중이 4륜 구동 차량들을 에워싸고 도로를 막았다. 군중이 던진 돌에 방탄 유리가 깨지고 6만 파운드 상당의 기물이 파손됐다.
“시위자들 가운데 일부는 화염병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텔레그래프>는 계속해서 이렇게 보도했다. “이 같은 시위들이 발생한 직접적 계기는 홍수로 인한 정전 사태였다.… 파키스탄 군은 시위를 진압하려고 군중에게 발포해 두 명을 죽였다. 그 결과 긴장이 더욱 증폭됐다.”
전문가들은 홍수가 북부 지역에서부터 남쪽에 있는 펀자브 주와 신드 주의 농업 지대로 확산됨에 따라 이 같은 시위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파키스탄 정부는 집과 생계를 모두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구호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희생
이번 홍수에 관해 파키스탄 정부 각료 한 사람이 8월 24일에 한 발언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희생을 치르고 있는지를 보여 줬다.
보건부 장관 쿠시누드 라샤리는 신드 주 자코바바드에 있는 공군기지를 미군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수가 자코바바드 주민 70만 명을 강타했을 때 이 공군기지를 인명 구조에 활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라샤리에 따르면 “공군기지를 미국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코바바드의 홍수 피해 지역에서 의료 구호 활동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부 “개발 프로젝트” 탓에 사태가 더욱 악화된 데 대해서도 분노가 커지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의 댐과 제방 네트워크가 재난을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댐과 제방의 목적은 전력을 생산하고 관개 시설에 물을 공급하며 홍수를 방지하는 것이었다.
인더스 강을 이렇게 막음으로써 국토 한가운데에 방대하고 비옥한 지대를 만든다는 것이 애초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의도치 않은 문제가 나타났다. 인더스 강 상류에 하류에 비해 훨씬 많은 토사가 쌓이게 됐고, 그 결과 강바닥이 높아져 종전에는 메말랐던 땅이 강물 범람에 취약해진 것이다.
물에 잠긴 인더스 분지 일대의 지도를 보면 가장 피해가 큰 지역들은 댐이나 제방 주변 지역이라는 것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준설 작업과 댐의 유지ㆍ보수가 비용이 많이 들고 인간의 실수가 개입하기 쉽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세계은행은 여전히 그러한 프로젝트가 “선진적”이라며 선호하고 있다.
2004년에 세계은행은 반대 목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파키스탄 정부에 제방 건립 자금으로 1억 4천4백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 돈으로 재건될 펀자브 주 타운사의 초대형 제방이 필수적인 홍수 예방 시설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주에는 이 제방이 강물에 뚫리면서 다시 한 번 수해가 일어났다.
이 “홍수 예방 시설” 주위로 물길이 치고 들어오면서 관개 시설에 범람하고 토목 공사 덕분에 안전해졌다는 이곳 농경 지대가 물에 잠긴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제방 상류 쪽의 강바닥에 토사가 위험할 정도로 많이 쌓였다고 몇 년 동안 경고해 왔지만 세계은행은 이를 무시했다.
파키스탄 정부 관리들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제공받기 위해 이번 주에 세계은행 측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파키스탄 정부가 이 돈으로 가장 먼저 하려는 일 중 하나는 분명 홍수 예방 시설을 더 짓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홍수 예방 시설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종래의 “선진적 프로젝트”가 또다시 추진된다면 지금과 같은 재앙이 되풀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특권층 자녀에게 유리한 MB의 새 교육과정
김성보 (전교조 대의원)
노무현 정부 시절 준비한 교육과정이 2009년부터 시행되자마자 이명박 정부는 2011년에 적용할 새 교육과정을 몇 달 만에 만들어냈다.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수업량(수업시수)은 그대로 둔 채 한 학기에 배우는 과목 수만 8개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특정 교과목을 특정 학기에 몰아서 3년치를 한꺼번에 배우게 하는 집중이수제가 도입되며, 수업시수의 20퍼센트는 학교 당국에 편성 자율권을 주겠다고 한다. 그러면 입시에 필요한 국어, 영어, 수학의 수업시수가 증가할 것이다.
교과부는 여덟 과목만 배우니 학습 부담이 줄어든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학교들에서 미리 짜 본 가상 시간표를 보면, 도덕을 1학년 때 매일 한 시간씩 수업해서 1년 만에 세 학년치 교과서를 모두 배우게 되는 일도 생긴다.
일등에서 꼴찌까지 줄 세워야 하는 내신평가 제도에서 중간고사 때 교과서 한 권을 통째로 공부하며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은 무시무시할 것이다.
사교육 의존성도 키울 것이다. 입시에서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는 특정 교과목을 한 학기나 한 학년 안에 배우지 못한다면, 학생들은 학원에서 그 과목을 듣게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맞춘 난이도와 교과 간 상호작용은 깡그리 무시하고 학교별로 다르게 뒤죽박죽 짜는 교육과정은 학생들을 고려한 게 아니다.
공교육과는 별개로 학생 개인의 교육과정을 짜서 학업을 진행할 수 있는 특권계층을 위한 것이다.
말로는 학습 부담 경감을 말하면서도 정작 공교육의 혼란을 부추기고, 사교육비 증가를 불러 올 이명박의 개정 교육과정 시행을 반대한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남아공 노동자 1백만 명 파업
비브 스미스 (영국의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프리카국민회의(ANC) 정부는 군대, 경찰과 법원을 이용해 공공부문노동자 1백30만 명의 파업을 파괴하려 한다. 이 총파업에는 교사, 공무원 노동자와 보건 노동자 등이 참가하고 있다.
군대는 이번 주 월요일[8월 23일]에 37개 주립 병원을 접수했다. 군인들은 피켓라인[대체 인력 투입 저지 행동]을 유지하던 파업 노동자 수십 명을 연행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파업 노동자들은 탄압에 굴복하지 않고 [8월 24일 현재] 6일째 전면 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소셜리스트 워커>
지난 주말 법원은 핵심 서비스 사업장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파업 참가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을 국가에 부여했다. 남아프리카노동조합회의(COSATU)의 무궤나 말룰레케는 “우리는 정부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파업할 겁니다” 하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노동조합(SAMWU)은 이번 주 월요일 성명을 발표해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자신들도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요구
이 파업은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체제] 종식 후 가장 중요하고 전투적인 파업일 것이다. 파업의 당면 쟁점은 임금과 주거 보조금 인상이다.
노조는 8.6퍼센트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이것은 물가상승률보다 1퍼센트 높은 것이다. 노조는 또한 주거 보조금을 두 배로 늘려 매달 1천 란드[약 16만 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파업의 배경에는 지난 15년 동안의 지지부진한 변화에 대한 분노가 있다.
전국교육보건연합노조(NEHAWU)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전선으로 나간다. 모든 노동자는 피켓라인으로 모이자.” NEHAWU는 시위, 피켓라인, 대규모 토론회, 협상 보고 대회, 파업위원회 건설 등을 포함한 행동 계획을 제출했다.
언론과 정부는 파업 노동자들을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사람으로 묘사한다. 주립 병원 환자 사망에 노동자들이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덕분에 경찰은 마음 놓고 고무총, 최루탄, 물대포 등을 사용해 파업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주 금요일[8월 20일] 피켓라인에 서 있던 교사 6명이 다쳤다. 그중 두 명은 머리를 다쳤다.
피켓
단체 ‘킵 레프트’의 활동가인 클레어 체루티는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려고 피켓라인을 방문해 왔다.
“제가 보기에 이번 파업은 2007년 공공부문 파업과 비교해 노동자들의 참가율이 훨씬 높습니다.
“저는 헬렌 조셉 병원의 피켓라인을 방문했습니다. 2007년 파업 당시에 이 병원에는 피켓라인이 없었지만 지금은 피켓들이 출입구를 봉쇄했습니다. 교사들은 고속도로를 점거했습니다.
“경찰은 무자비하게 대응했습니다. 경찰은 사전 경고도 없이 병원의 파업 노동자들을 공격했습니다.
“파업 노동자들은 환자들이 적이 아니란 점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파업 노동자의 부모나 가족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정부가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파업 노동자들은 월드컵에는 예산을 수십억 란드[수천억 원]나 초과하면서 돈을 쏟아붓고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임금을 주지 않는 것에 분노했다. 체루티는 이렇게 말했다. “노동자들이 아직도 과거 아파르트헤이트가 초래한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현실입니다.”
파업이 지속되면서 노동자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2007년 공공부문 파업 당시 노조는 ‘ANC 만세’를 외치고 가두시위를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도 이 구호는 별로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번 파업 때 노조는 그 구호를 외치지 않았습니다. 조합원들의 분노가 워낙 크기 때문이죠.
COSATU 의장인 스두모 들라미니는 공공부문 파업이 “정부의 정신을 확 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공 노조 운동은 전 대통령 타보 음베키 대신 제이콥 주마가 대통령이 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
체레티는 이렇게 말했다. “노조는 주마가 음베키보다 노동자에 더 관심을 보이고 덜 신자유주의적일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노동자들은 주마에 화났습니다. 주마는 파업 노동자들을 공격하면서 ‘정부는 누구든 해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아공 노동자 파업은 세계경제 위기에 맞선 저항의 일부다.
저항의 원호는 유럽에서 아프리카까지 걸쳐 있다. 우리는 그들을 지지해야 한다.
남아공 인구 15퍼센트인 1백90만 명이 판자집에서 산다.
남아공 인구 48퍼센트의 한 달 수입이 3백22랜드[약 5만 3천원]도 되지 않는다.
[남아공 수도]요하네스버그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임원 20명의 소득은 남아공 노동자 평균소득의 1천7백28배에 달한다.
남아공 은행 최고경영자들은 한밑천 챙겼다. 2009년 네드은행의 톰 보드먼은 4천3백만랜드[약 8백억]을 챙겼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의 낙태 허용 요구안 발표
“여성의 요청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라”
최미진 lionlady@left21.com
8월 31일에 낙태권 옹호 단체인 ‘임신ㆍ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네트워크)가 낙태 요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요구안은 낙태 처벌에 맞서 여성의 선택권을 일관되게 보장하기 위한 급진적 요구들을 포함하고 있다.

ⓒ사진 이미진
산부인과의사회의 안이나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 안이 여성의 낙태 선택권을 기간과 사유에 따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낙태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데 반해, 네트워크의 요구안은 여성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성의 요청에 의한 낙태 시술을 전면 허용하라고 주장한다.
네트워크 요구안은 여성의 요청 이외의 다른 낙태 제한 조건을 두는 것에 반대한다. 낙태 상담 의무화나 숙려기간 제도, 보호자ㆍ배우자 동의 요건은 여성의 낙태 의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누구든 돈이 없어 불안전하게 낙태하는 비극을 막을 제도를 도입하라고 요구하면서 낙태 시술에 의료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한 사례로 제시한다.
원치 않는 임신을 막기 위해 청소년 피임 교육을 강화하고 응급피임약을 의사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하라는 요구도 포함돼 있다.
이 발표는 한국에서 최초로 낙태 허용 요구를 공공연하고 분명하게 제기한다는 의의가 있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진보정당 후원 교사 징계 항의 투쟁
‘경징계’로는 만족하지 않는 교과부
김인숙
8월 18일 경기도교육청 징계위는 진보정당 후원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1심 재판 이후로 보류했다. 재판 결과를 보고 신중하게 처리하려는 게 아니라, 혹시 경징계 결정을 미리 내리면 재판에서 전교조 교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까 봐 미룬 것이다.
지난 6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교과부의 중징계(파면ㆍ해임) 지침을 거슬러 견책, 감봉 등 경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경기도교육청의 결정은 헌법 질서와 전체 공무원의 기강을 심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6월 8일 교사ㆍ공무원 탄압 중단 기자회견 ⓒ사진 제공 전교조 광주지부
정진강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교과부 쪽 사주를 받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사실 이주호를 교과부 장관에 앉히려는 것만 봐도 정부가 내세우는 ‘정치 중립’은 역겨운 위선이다. 이주호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 교사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받았고, 교과부 차관 재직 중이던 지난 6ㆍ2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보좌진과 대책회의를 열어 선거 개입을 시도한 장본인이다. 따라서 정부가 전교조 교사들에게 강요하는 ‘정치 중립’은 살인적인 경쟁교육, 대물림 특권교육에 침묵하라는 강요일 뿐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더 단호하게 이명박 정부의 공격에 맞서야 한다. ‘정치 중립’이나 ‘실정법’의 덫에 빠져 실용적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단호하게 정치 자유를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이번 경기교육청 징계위의 ‘징계 보류’는 ‘경징계’와 같은 실용주의적 대처로는 탄압을 우회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입력 2010-08-26 ⓒ레프트21
인간답게 일할 권리를 요구한 고려대학교 미화 노동자들의 승리
이원웅 (고려대학교 학생)
지난 8월 13일에 고려대학교 미화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 보고대회가 있었다.
고려대학교 병원은 한해 18만 명이 드나드는 큰 병원이지만, 겨우 72명밖에 안 되는 미화 노동자들이 이곳을 청소한다.
노동자들은 매일 아침밥을 거르고 이른 새벽에 출근해야 했다. 또, 병원의 위험한 의료 폐기물에 노출된 채 일했다.
그러나 병원 당국은 이들이 다쳐도 응급 치료 비용조차 지원하지 않았다. 네 평 남짓한 휴게실은 70명이 쓰기엔 터무니없이 좁았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석면가루가 날리는 배관실에서 식사를 했다. 하대와 멸시도 참기 힘든 일이었다.
이런 대접을 참지 못한 노동자들은 여름방학 동안 병원 당국에 맞서 투쟁했다. 조합원들은 인원 확충, 아침 식사 제공, 휴게공간 확충, 근무 중 사고 발생 시 응급 치료 비용 지원을 요구했다.
병원 당국은 계속 대화를 거부했지만, 노동자들은 투지를 꺾지 않았다.
다른 노동자들의 연대도 돋보였다. 이화여자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등 비슷한 처지에서 일하는 미화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했다. 그래서 기자회견과 집회에는 언제나 수백 명이 참가했다.
이 투쟁에는 학생들도 함께했다. ‘고려대 학생행진’, 문과대 학생회, 다함께 고려대모임, 정경대 학생회 등이 투쟁에 함께했다.
결국 병원 당국은 노동자들의 투쟁에 굴복했다.
병원 당국은 휴게실을 더 넓혀 줬고 조합원들에게 사물함까지 지급했다. 근무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응급 처치와 아침식사도 모두 제공하고, 인원 두 명을 확충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은 투쟁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입력 2010-08-28 ⓒ레프트21
중국 소수민족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중국 공정여행
독자편지 | 김재원
나는 국제민주연대에서 주관한 중국 귀주 ‘공정여행’을 다녀왔다. 이 여행은 “착한 여행”을 모토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수민족이나 한족들에게 관광의 혜택을 돌려주려는 것이다.
귀주는 중국에서 둘째로 가난한 지역이다. 하지만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과 농촌, 이런 자연으로 인해 고립된 삶을 살면서 독특한 개성을 갖게 된 소수민족을 보려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여기서 생기는 관광수익과 석회석, 삼림 자원으로 인해 귀주는 중국에서 넷째로 소비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귀주 곳곳에 "멋진 관광 도시를 만들자!", "돈 있는 자는 창업하고, 국가는 잘 건설하고, 인민들은 열심히 일하자", "창업과 건설을 병행하는 것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등 공산당 지부에서 만든 배너가 있었다. 그들은 소수민족들의 마을을 관광지로 만들어서 많은 수익을 내고 있었다.
관광수익의 대부분이 소수민족보다는 좀 더 좋은 경제적ㆍ정치적 조건 하에 있는 한족들이 경영하는 호텔과 식당에 들어가는 듯했다. 이로 인해 생길 소수민족들의 불만을 막기 위해서인지 다른 지역보다 “당의 기층을 강화하자”, “위대한 중국 공산당 만세”라는 내용을 강조하는 배너를 많이 걸어 놓았다.
공정여행단은 소수민족들이 최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소수민족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했고, 다른 관광객들은 가지 않을 험한 오지까지 들어가기도 했다. 그리고 소수민족들이 판매하는 기념품을 많이 사고, 소수민족 초등학교에 펜 등의 학용품과 여러 과자들을 기증했다.
한국의 1970년대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열악한 농촌의 현실을 접하고, 한 달에 하루밖에 쉬지 못한다는 중국인 웨이터들이 나눠 주는 음식을 먹으면서 우리 한국인 여행단이 소수민족들에게 분명히 일시적으로나마 이익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던 한 숙소에서는 소수민족들이 지역 공산당 관료를 영접하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또, 단지 소수민족이 운영할 뿐, 한족들이 운영하는 곳과 다를 바 없는 숙소에서 묵었다. 이런 경험을 하며 우리 관광객들의 선의가 결국은 평범한 소수민족이 아닌 한족 자본가들 못지 않게 잘 사는 자본가가 되고자 노력하는 소수민족 중간계급에게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여행의 의의에 대해서 인정하고 싶다.
함께 간 국제민주연대 활동가가 말한 것처럼 이 여행이 “‘이익’을 얻는다는 생각보다는 손해를 감수한다는 취지”로 조직됐기 때문이다.(충분한 참가자가 모집되지 않아서 출발부터 적자였다.)
일반 패키지 여행에 참가한 일부 관광객들이 “왜 더 좋은 호텔에서 잘 수 없느냐”고 가이드에게 항의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공정여행에 참가한 관광객들은 소수민족을 도와준다는 선한 취지로 ‘불편’과 ‘손해’를 감수했다. 근본적인 사회 변혁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다수인 세상에서 자신이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소수민족을 돕기 위한 여행에 참가한 관광객들의 선한 의도를 폄하하고 싶지 않다.
입력 2010-08-28 ⓒ레프트21
좌초된 이명박의 8·8 개각
이명박 정부의 위기를 이용해 대중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최미진 lionlady@left21.com
이명박의 “분신” 김태호를 비롯해 “쓰레기 개각” 후보 세 명이 결국 사퇴했다. 어떻게든 레임덕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이명박의 위기도 더욱 심화하고 있다.
8ㆍ8개각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이명박의 위기 극복 방안이자 노동계급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6ㆍ2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고, 영포회 추문으로 한나라당이 ‘세나라당’으로 갈라지는 등 임기가 절반이나 남았는데도 이명박 정부가 벌써부터 ‘레임덕’에 걸리기 시작하자 개각을 통해 이를 돌파하려 했던 것이다.
이명박은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한편으로는 ‘친서민’과 ‘공정한 사회’를 내세웠다. 다른 한편으로는 ‘친위 내각’을 구성했다. 개각 후보자들은 모두 ‘MB맨’들이었다.
이명박은 이번 개각에 ‘젊음’, ‘소통’, ‘친서민’ 등 온갖 ‘좋은’ 수식어를 갖다 붙였다. 그러나 그런 위장술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증오심이 증폭됐다.
개각 후보자들의 면면이 이명박이 말하는 ‘공정한 사회’와 ‘친서민’의 실체를 분명하게 보여 줬기 때문이다.
개각 후보자들이 죄다 친서민 구호와 어울리지도 않는 MB “분신”들로 이뤄진데다,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이들의 비리는 대중의 인내심을 바닥나게 만들었다.
청와대는 청문회 직후에 “문제 되는 장관 중 일부는 바꾸고 총리는 살린다”며 성난 민심을 마지못해, 그것도 부분적으로만 수용하려 했다.
그러나 친정부 언론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조차 “뒷감당”을 걱정했고, 급기야 한나라당 내에서도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친이세력인 이재오조차 “약수터 민심”을 전하며 김태호를 자를 것을 조언했다.
대중의 분노를 거슬러 김태호를 총리에 임명할 경우 정권의 위기가 더한층 심화할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결국 이명박이 위기 타개책으로 내놓았던 개각이 위기를 더 가속화시키고 있다. 개각 후보 세 명이 사퇴하면서 이명박의 레임덕이 좀더 분명하게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은 개각 후보자 세 명만 사퇴시키고 이 상황을 수습하려 하는 듯하다. 대중적 원성의 대상 중 하나인 조현오 임명을 강행했다. 살인 진압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하고 “물대포 맞고 죽는 사람 없지 않습니까”라며 진보 운동에 적대감을 드러냈던 인물을 이명박 정부의 곤봉과 방패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런 위험한 인물을 그냥 놔둬서는 안 된다. 그도 쫓겨난 세 명과 같은 운명이 되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
장관직에 임명된 나머지 MB맨들도 반동적이고 반노동자적인 정책을 밀어붙일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다.
이명박의 친위 부대 일부가 대중 여론에 밀려 쫓겨났지만 이명박 정부는 결코 정책을 전환하지 않을 것이다. 그랬다가는 정권의 존재 이유 자체가 문제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개각 파동 위기, 돌이킬 수 없는 집권 세력의 분열 등은 대중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궁지에 몰린 이명박의 위기를 이용해야 한다. 대중의 분노를 행동으로 조직해야 한다.
이미 개각 파동 중에 MB맨 김재철의 <PD수첩> 통제 시도가 MBC 노동자들과 대중 여론에 밀려 좌절됐다.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판결, KTX 여승무원 직접고용 판결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기대감을 주고 있다.
9월 11일에는 대규모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통에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상징처럼 돼 있다.
진보진영은 이명박 정부의 위기를 이용해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운동,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 시도에 맞선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입력 2010-08-31 ⓒ레프트21
낙태 허용 요구 기자회견
“낙태는 범죄가 아니다. 낙태를 허용하라”
최미진 lionlady@left21.com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지 말라! 31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임신출산결정권을위한네트워크는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지 말라" 요구안을 발표했다. ⓒ사진 이미진
8월 31일, ‘여성의 요청에 의한 낙태’를 허용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임신ㆍ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낙태 요구안을 발표하기 위한 자리였다.
여성단체를 대표해 발언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윤상 소장은 “언제는 인구가 많다고 산아제한을 하고 이제는 인구가 많다고 낙태를 처벌하는” 국가의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31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지 말라" 기자회견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윤상 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미진

△임신중지여성은 범죄자가 아니다. ⓒ사진 이미진

ⓒ사진 이미진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간부들도 참가했다.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낙태와 여성 노동자 문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정부는 낙태를 금지하면서 애를 다 길러줄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동안 여성 노동자들은 임신과 출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박승희 여성위원장은 “앞으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가 낙태 문제에 함께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전국지역아동센터 협의회 박경양 목사가 낙태 처벌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미진
낙태 합법화를 지지하는 의료계 목소리도 있었다. 한의사 도희 씨는 “누구보다 생명을 아끼지만, 낙태를 금지하면 여성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의사인 ‘건강과 대안’ 윤정원 연구원도 “낙태를 합법화한다고 낙태율이 증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낙태가 금지된 나라들에서 낙태 비율이 더 높다. 반대로 낙태를 불법화하면 여성들의 건강에 더 해롭다”는 점을 통계를 제시하며 주장했다.
전국지역아동센터 협의회 이사장 박경양 목사는 종교인으로서 낙태 처벌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4대강 사업으로 수많은 생명을 죽이는 정부가 생명 존중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일갈하며, “종교인으로서 생명을 존중하지만, 여성의 삶과 선택을 억압하면서까지 낙태를 처벌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낙태가 이미 합법화된 이탈리아에서 온 여성운동 활동가도 연대발언을 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낙태가 합법화하기 전에 많은 여성들이 불안전한 낙태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그는 이탈리아 급진ㆍ 좌파 정당들의 주도로 낙태가 합법화됐고, 병원에서 무료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이탈리아 여성들은 수술하지 않고도 낙태 알약을 이용해 원치 않는 임신을 초기에 막는 방법을 대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낙태가 합법인 중국에서도 한국의 낙태 선택권 지지 운동에 대한 연대 메시지가 도착했다.
네트워크 참가단체들은 준비한 낙태 요구안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아래는 낙태 요구안 전문이다.

△낙태는 범죄가 아니다. ⓒ사진 이미진
<임신출산결정권을위한네트워크> 임신중지(낙태)권 요구안
1. 임신중지(낙태)를 선택한 여성들을 처벌하지 말라! / 임신중지(낙태)한 여성은 죄인이 아니다!
2009 년 말부터 한국 사회는 임신중지(낙태)한 여성과 담당 의사들에 대한 고소ㆍ처벌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고소나 처벌을 통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여성들은 성과 관련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여러 억압적이고 불평등한 경험을 한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피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 최종적인 상황에서 원치 않았던 임신을 종결시킬 수 있는 마지막 방법으로 임신중지(낙태)를 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고소나 처벌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접근은 그 자체로 매우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임신중지(낙태)는 성관계, 임신, 출산, 양육 등에 이르는 삶의 재생산과 연관된 과정에서 여성 스스로 자신의 신체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판단하여 행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재생산 권리’의 하나이다.
국제사회에서도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에 근거해 임신중지(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낙태죄 폐지를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 <여성의 임신ㆍ출산 및 자기 결정권 네트워크, 이하 네트워크>도 임신중지(낙태)를 여성의 재생산 권리로 인식할 것을 주장하며, 임신중지(낙태)한 여성들의 처벌에 반대한다.
2. 본인 요청에 의한 임신중지(낙태)를 허용하라.
< 네트워크>는 여성의 의사에 근거한 임신중지(낙태)를 허용할 것을 요구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 중 임신중지(낙태)를 합법화한 국가는 23개국에 달하며 대다수 국가가 임신 후 12주에서-24주까지 혹은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기 전까지’ 등의 조건을 두어 여성 스스로의 의사에 근거한 임신중지(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네트워크>는 본인 요청에 의한 경우, 의학적으로 여성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간주되는 시기까지의 임신중지(낙태) 시술을 전면 허용할 것을 요구한다. 그 어떤 경우라도 여성이 처할 여러 조건과 의학적 상황들을 고려하여 당사자 여성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존중하여 결정할 것을 촉구한다.
3. 여성을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주체로 인정하라
모든 여성이 임신, 출산, 임신중지(낙태), 양육에 이르는 재생산 관련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관련 경험이 여성에게만 해당된다는 측면에서, 재생산 권리는 여성만의 특수한 권리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여성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성관계, 임신, 임신중지(낙태), 출산 등의 문제에 대해 여성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주체로 인정받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임신 중지(낙태)는 성적 불평등과 여성에 대한 성적 억압이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여성이 전체 삶의 설계 속에서 자신의 신체에 대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임신중지(낙태) 상담 의무화 정책, 숙려 기간 도입 제도 등은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미명 하에 오히려 임신중지(낙태)를 선택하는 여성의 자율적 판단과 결정을 무력화시키고, 임신중지(낙태) 시술을 지연시켜 후기 낙태로 이어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당사자간의 자율적 의사 소통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임신중지(낙태)에 대한 결정을 배우자 동의로 법적 강제하는 것은 배우자의 동의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여성들을 범죄화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따라서 <네트워크>는 현재 논의되는 낙태 상담 의무화 정책이나 숙려기간 도입 및 배우자/보호자 동의를 임신중지(낙태) 시술의 법적인 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에 반대한다.
4. 안전하게 임신중지(낙태)할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라
임신중지(낙태) 불법화로 낙태 시술 병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어 시술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음성적 임신중지(낙태) 수술이 증가하고 있다. 기사 보도에 따르면 시술 비용은 이미 몇백만원을 넘어 비용부담이 너무 커져 버렸고, 브로커를 통해 해외 임신중지(낙태) 원정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 비춰볼 때, 이런 분위기라면 최소한의 의료적 안전 조치조차 없는 상황에서 불법 낙태 시술소를 통한 음성적 임신중지(낙태)가 행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실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강조되는 안전한 임신중지(낙태)의 조건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맥락에서 매우 우려되는 바이며, 그 피해 역시 고스란히 여성의 몸에 돌아간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임신중지(낙태) 불법화가 강화될수록 임신중지(낙태)로 인한 여성의 건강권 침해는 높아진다. 특히 부담비용 증가로 인해 빈곤 계층 여성들이 불법 시술과 같은 음성적 임신중지(낙태)에 노출될 확률은 더욱 높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의해 더 많은 여성들이 위험한 임신중지(낙태) 시술로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신중지(낙태)는 여성 건강권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성이 안전하게 임신중지(낙태) 받을 수 있는 권리 보장을 위한 사회적 제도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하나의 대안이 바로 임신중지(낙태) 시술을 일반 의료 행위로 인정하여 의료 보험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임신중지(낙태) 접근권에 대한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영국, 독일, 덴마크 등지에서는 임신중지(낙태)에 대한 무료 시술을 보장하고 있고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는 의료보험 적용을 하고 있다.
5. 피임 등 여성의 몸에 대한 의학적 정보 접근권을 강화하고 응급 피임약을 보편적으로 시판하라.
여성이 스스로 임신과 출산의 문제를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으려면 다양한 피임법에 대한 교육과 관련 정보나 피임에 대한 접근권이 강화되어야 한다. 학교 교육 등에서 피임에 관한 교육들을 강화하고, 이후에도 여성들이 피임, 임신중지(낙태) 등 재생산 관련 의료 정보들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의학적 정보에 대한 여성들의 접근권이 강화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사에게도 환자에게 관련 의학적 정보를 고지할 의무가 부여되고, 그에 따라 여성들이 관련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원치 않는 성관계, 준비되지 않은 성관계 이후 여성이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응급 피임약 제도의 보편화가 필요하다. 현재는 응급 피임약을 복용하기 위해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대 72시간 이전에 복용해야 하는 응급 피임약의 특성상 의사의 처방전을 받고 복용하기까지의 시간경과로 인해 현실적 적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는 응급 피임약을 피임의 중요한 수단으로 바라보고, 응급 피임약에 대한 정보 제공과 구매의 보편화를 제안한다.
6. 여성이 처한 불평등한 사회 경제적 조건을 개선하라.
WHO(2007) 에 의하면 현재에도 위험한 임신중지(낙태)로 매일 182명이 사망하며 위험한 임신중지(낙태)로 죽는 여성의 46%가 24세 미만이다. 또한 모성사망의 20%가 임신중지(낙태)사망 때문이다. 임신중지(낙태)로 인한 사망은 예방가능 한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보건 정책의 수립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또한 사회경제적 정의의 관점에서 보면, 안전한 재생산에 접근하기 어려운 여성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사회적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 처해있다. 빈곤한 여성일수록 피임을 파트너와 협상하기 어렵고, 적절한 의료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다. 이는 임신을 원하거나 원치 않거나 마찬가지이다.
임신 중지(낙태)의 문제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자유와 권리의 문제이자 또한 한 여성이 한 사회에서 남성과 동등하고 평등한 시민으로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조건으로서의 평등권 문제이기도 하다. <네트워크>는 성관계, 임신, 임신 중지, 출산, 양육 등의 재생산 전 과정에서 직면하는 여성의 성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평등한 사회 경제적 조건을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
< 임신출산결정권을위한네트워크(다함께,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성소수자위원회,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 공동실천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여성주의의료생협(준), 전국여성연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NGA), 진보신당 여성위원회/성정치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동성애자인권연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붉은 몫소리, (사)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언니네트워크,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여성 공감,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여성주의팀
입력 2010-09-01 ⓒ레프트21
진화심리학자가 ‘제빵왕 김탁구’를 본다면
독자편지 | 유범현
진화심리학은 사회생물학에서 파생해 인간 본성을 연구하는 ‘우파 과학’이다. 진화심리학에서 인간 본성은, 선사시대 인간 경험이 축적된 것으로 현대인의 유전자에 기억됐다고 한다. 현재의 사회제도, 정치ㆍ경제적 불평등,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 전쟁, 종교 그리고 더 나아가 문화 자체가, 인간의 본성과 인간 생물학이 거시적으로 발현된 것이라 설명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이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본다면 어떻게 해석할까. 드라마는 배다른 형제 김탁구와 구마준의 갈등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제빵회사 사장 구일중과 가사 도우미 김미순의 아들 김탁구와, 회사 비서실장 한승재와 사장 아내 서인숙 사이에서 태어난 구마준이 서로 경쟁하는 사이이다. 구마준은 구일중 사장이 김탁구를 편애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제빵 경합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김탁구를 이기려 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먼저, 사장 구일중이 아들 구마준보다 김탁구에게 인간적으로 더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여길 것이다. 왜냐하면 구일중의 유전자를 김탁구가 갖고 있고 구마준은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에서 인간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유전자 번식을 지상 최고의 가치로 여기도록 진화해 왔다고 본다.
드라마에서 구마준과 김탁구와의 경쟁에서 김탁구가 이길 수밖에 없다. 진화심리학에서는 기업가의 유전자가 있다고 본다. 기업가에게 중요한 인간 형질인 지능과 성실성에서 구일중은 비서실장 한승재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사장이 될 수 있었다. 그러니 구일중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김탁구가 한승재의 아들 구마준을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김탁구는 제빵사 아버지의 ‘제빵 유전자’와 놀라운 후각도 물려받았다.
그러면 진화심리학의 ‘제빵왕 김탁구’ 읽기는 올바른가. 진화심리학은 유전자에 각인된 인간 본성이 불변하는 것으로 여긴다. 아버지 구일중이 구마준보다 김탁구에게 더 많은 애정을 느끼는 것은 구마준의 이기심이나 탐욕, 비서실장과 아내의 ‘부정’ 때문이 아니다. 단지 구일중의 유전자가 자신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김탁구를 알아볼 뿐이다. 그리고 김탁구의 불우한 청소년 시기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제빵 재능을 키운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유전자를 잘 타고난 김탁구가 제빵을 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할 것이다. 이렇듯 진화심리학은 인간 관계와 행동을 이해하는 데 지극히 편협한 생물학적 이해를 담고 있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기획 의도는 “물질보다는 인의지정을 지키며, 사필귀정을 믿고, 자신의 꿈을 소중히 하며 내 안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결국 내일의 행복도 얻을 수 있는 결말을 꿈”꾸는 것이었다.
그런데 진화심리학자가 보는 결말은 이미 해당 인물의 유전자 안에서 결정돼 있다. 김탁구는 승승장구할 것이고 유전자 전쟁에서 뒤진 구마준은 낙오할 것이다.
현실에서 진화심리학의 유전자 결정론이 낳는 더 큰 비극이 있다. 인간 본성은 불변하고 인간은 유전자의 로봇이기 때문에 김탁구는 성공할 것이고, 현실의 제빵회사 노동자들은 ‘게으름뱅이 유전자’를 타고나기 때문에 노동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정의롭게 만들 수 있을까. 진화심리학은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 유전자에 아로새겨져 있는 인간 본성의 숙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런 과학을 믿어야 할까. 과학은 중립적이지 않다. 진화심리학은 19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확대에 비롯한 우파 생물학의 산물이다. 진화심리학은 기업가들의 이데올로기가 됐다. 기업주들에 맞선 우리의 저항은 유전자 결정론적인 숙명론과 이데올로기 투쟁을 벌이게 됐다.
입력 2010-09-02 ⓒ레프트21
헌정회 육성법 논란
<레프트21>의 민주노동당 비판은 틀렸다
독자편지 | 임우진
국회의원 65세 이상에게 매달 1백3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헌정회 육성법을 진보정당이라 불리는 민주노동당이 찬성했다는 사실에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그러나 당시 개악안은 2월 24일에 통과됐으며 당시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노동당에 대한 서버 침탈과 서버 불법해킹 등 야당탄압으로 인해서 당의 명운이 걸려 있던 시기다. 즉, 창조한국당과 진보신당은 법안을 확인할 겨를이라도 있었지만 당시 민주노동당은 그럴 겨를조차도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본 법안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교섭단체의 주도로 통과된 법안이다. 또한 통과되면서 그 어떤 문제제기나 비판도 없었고 본회의에서도 찬반토론조차도 없었다.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이상민도 본 법안을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묻지마’ 표결했다고 밝혔다.
현재 민주노동당은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결정했고, 재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헌정회 육성법을 통과시킨 주역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한 비판은 생략한 채 민주노동당 의원만 비판한 <레프트21>의 기사는 틀렸다.
지금 현재 모든 언론들이 본 법안을 통과시킨 주역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한 비판은 생략하면서 오직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적 기사만 쏟아내고 있는데 <레프트21>마저 당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민주노동당을 비난하는 기사를 낸 것은 매우 유감이다.
입력 2010-09-02 ⓒ레프트21
헌정회 육성법에 찬성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에 대한 비판은 옳다
독자편지 | 전지윤 ratm71@left21.com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헌정회 육성법 개악안에 찬성한 것은 큰 잘못이라는 내 기사(‘헌정회육성법 ― 의원 특혜와 불의를 보여 주다’)에 대해 임우진 씨가 “당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민주노동당을 비난하는 기사를 낸 것은 매우 유감”이라는 반론(‘헌정회 육성법 논란 ― <레프트21>의 민주노동당 비판은 틀렸다’)을 보냈다.
그러나 임우진 씨가 제시한 ‘고려해야 할 상황’들은 결코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잘못을 감싸 주지 못한다.
먼저 “당시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노동당에 대한 서버 침탈과 서버 불법해킹 등 야당 탄압으로 인해서 당의 명운이 걸려 있던 시기”였다는 임우진 씨의 지적부터 보자. 이것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개악안에 찬성한 것이 잘못이었다는 사실을 더 분명히 할 뿐이다.
이처럼 탄압받는 상황에서 개악안을 반대하고 그것을 폭로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면, 정부의 탄압은 더 궁색해졌을 것이고 민주노동당 방어는 더 힘이 실렸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법안을 확인하고] 그럴 겨를조차도 없었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이정희 의원이 이번 일을 반성한 글을 보면, 이정희 의원은 개악안이 2월 24일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하루 전에 법안을 확인했다.
“[2월 23일 법안소위] 회의장에서 처음 보고, 반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하여, 현상 유지라면 그것까지 반대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생각으로 법안 통과에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본회의 이전에 의원단 총회를 열어 각각의 안건에 대해 찬반을 정하는데, 이 법에 대해서는 운영위 법안소위에서 제가 찬성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찬성 의견으로 안이 올라갔습니다.”
법안소위에서 이정희 위원이 개악안을 확인해서 찬성 의견을 올렸고, 민주노동당 의원단 총회에서 그것을 승인했고, 다음 날 본회의에서 찬성한 것이다.
“[이 법안에 대해] 그 어떤 문제제기나 비판도 없었고 본회의에서도 찬반토론조차도 없었다”는 임우진 씨의 지적도 민주노동당 의원들에 대한 변호가 될 수 없다. 내 주장은 바로 그 ‘문제제기나 비판’을 하지 않은 게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개악안 통과의] 주역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한 비판은 생략한 채 민주노동당 의원만 비판”했다는 지적도 부당하다. 내 기사의 3분의 2는 “토론도 없이 하루 만에 … 일사천리”와 “만장일치로” 개악안을 통과시킨 “온갖 특권을 누리고 대부분 거짓말과 배신, 심지어 비리까지 저지르는 집단”에 대한 비난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쓰레기 집단’에 제대로 맞서 투쟁하기 위해서도 진보정당의 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대와 약속을 저버린 민주노동당 의원들에게 더 냉엄한 비판의 잣대를 댄 것이다.
임우진 씨의 지적처럼 내 기사가 나가고 얼마 후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반갑게도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결정했고, 재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하며 ‘세상을 바꾸겠다’는 약속에 충실해야 한다.
입력 2010-09-02 ⓒ레프트21
경제 위기의 자본주의적 해법은 없다
‘재정위기와 한국 경제’ 포럼에 다녀와서
독자편지 | 한영민
나는 다함께 서울 중북부지구가 주최한 포럼 ‘재정위기와 한국 경제’에 참가해 새로운 사실과 해답을 얻었다. 이 글은 토론 내용을 내가 이해한 대로 정리한 것이다.
한국 정부와 자본가들은 IMF 위기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이윤율을 높이고, 외환을 많이 보유하는 등 정책을 펴 왔다. 그래서 한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33퍼센트로 OECD 평균인 53퍼센트보다 낮다.
하지만 재정적자가 OECD 평균보다 낮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33퍼센트라는 수치는 막대한 지방정부와 공기업의 부채를 뺀 것이며, 최근 3개월 동안 4대강을 두 번 뒤엎고도 남을 돈인 47조 7천억 원의 재정적자가 추가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재정적자가 생긴 이유는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금융권 연쇄 붕괴를 막으려고 막대한 세수를 투입했기 때문이다. 즉, 금융권의 시한폭탄을 정부가 대신 떠맡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경제가 수축되면서 세수는 감소하고 사회복지 지출 내역이 증가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재정적자는 지금까지 계속 증가해 왔다.
지방정부와 공기업의 적자도 크게 증가했다. 오세훈 재임 동안 서울시의 재정적자는 네 배로 증가했고, LH공사 역시 1백18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빚을 지게 됐다.
재정적자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 노동자 계급이 갚는다. 둘, 자본가 계급이 갚는다. 셋, 채무불이행을 선언해 다른 나라에 떠넘긴다.
채무불이행 선언은 결국 한 나라의 위기를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또 노동자 계급이 갚는 것 역시 이미 IMF때 경험했듯이 빈부격차, 비정규직 증가 등으로 노동자의 피를 자본가에게 수혈하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포럼에 참여한 한 동지의 비유처럼 ‘허리띠는 항상 졸라매야만 하고 풀 수는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역사가 노동자가 살을 내주면 자본가가 뼈까지 뜯어 간 페이지로 가득함을 볼 때, 절대로 노동자들이 빚을 갚아서는 안 된다.
애초에 위기의 원인이 자본가들의 탐욕인 것을 감안한다면, 각국에 있는 혁명적 좌파의 임무는 노동자들을 조직해 경제 위기의 대가를 자본가가 지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이상 위기는 발생하고 또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혁명적 좌파는 경제 위기를 토빈세 등의 자본주의적 개혁으로 막을 수는 없으며, 문제가 되는 자본주의 자체를 타도하는 것이 영구적인 해법임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운동을 발전시키는 구실을 해야 한다.
입력 2010-09-02 ⓒ레프트21
고려대 전 출교생에 대한 무기정학 무효 판결
“탄압의 선례로 남지 않도록 싸워서 승리의 선례를 만들었습니다”
김지윤 (고려대 전 출교생)
드디어 2006년부터 시작된 징계 문제가 끝나는 듯합니다. 9월 1일 고려대 전 출교생들에게 내렸던 무기정학 징계가 무효라는 판결이 났습니다. 대학의 신자유주의화에 맞서 싸웠던 학생들에 대한 출교, 퇴학, 무기정학으로 이어진 징계가 법정에서 모두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고려대 당국이 5연패를 한 셈입니다.

△2009년 6월 11일 무기정학 무효 확인 소송 소장을 접수하는 전 출교생들.
2006년 4월, 본관 밤샘 시위를 하며 학교의 부당한 처사에 맞섰다는 이유로 저를 포함한 고대생 7명은 입학 사실조차 삭제되는 출교라는 극단적 징계를 받았습니다. 징계 기준조차 납득할 수 없는 징계였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2005년 이건희 명예박사 학위 수여 반대 시위,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 등 대학 기업화에 앞장서서 맞섰던 학생들에 대한 표적ㆍ보복 징계라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출교 무효 소송에서 패소한 후 학교 측이 낸 항소이유서에서 징계를 내린 배경에 “삼성 이건희 회장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 반대 시위”를 언급하면서 이 점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출교 무효 판결 후 학교는 ‘사과를 한다면 다시 고려해보겠다’며 퇴학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양심의 문제”라며 조건 없이 복학시키라고 판결했습니다. 학교 측의 갖은 꼼수에도 결국 저희는 강의실로 돌아갔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2년 동안 계속된 천막 농성, 5번의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얻은 결과였습니다. 전 사회적 연대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덕분에 현재 출교됐던 학생 7명 중 3명은 졸업해 군복무ㆍ사회진출 등을 한 상황입니다. 학교에 남은 4명도 거의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모두 끝났다고 생각할 때, 학교 당국은 갑작스레 저희에게 무기정학을 내렸습니다. 학교 측이 잘못 내린 결정으로 학생 7명이 2년의 세월을 허비한 것에 끝까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였습니다.
전 사회적 연대
학교 당국으로서는 신자유주의 대학 정책에 저항하는 고려대 학생운동 ─ 이른바 ‘이건희 반대 시위’로 표출됐던 ─ 을 억누르려는 초강수였던 만큼 쉽사리 물러서지 않으려 했습니다. 지난 2008년 학교는 저희에게 퇴학을 내리며 “전국적으로 선례가 되는 케이스”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습니다.
최근 중앙대, 동국대가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등 많은 대학들이 대학시장화ㆍ기업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맞서는 학생들의 저항 역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어김없이 고려대 당국처럼 징계카드를 꺼내들고 있습니다.

△2008년 3월 18일 법원의 퇴학 무효 판결을 환영하며 복학을 촉구하는 전 출교생들.
징계는 징계 당사자만이 아니라 그 행동을 지지하는 학생들까지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학교 당국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대학 기업화에 선두에 선 대학에서 연신 징계 사태가 벌어지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중앙대에서는 현재 구조조정에 반대했던 학생이 퇴학을 당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대 출교가 전국적으로 ‘탄압의 선례’로 남지 않고 ‘승리의 선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정당하고 신중한 징계양정 절차 없이, 일단 무거운 징계처분을 하고 피징계자가 소를 제기하여 무거운 징계처분에 대해 무효확인 판결을 받으면 그 때서야 가벼운 징계처분으로 수정하여 계속적으로 반복하여 징계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징계권을 남용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무기정학 무효판결이 학교의 징계권 남용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나아가 이번 판결에서 자신감을 얻어 신자유주의 대학 정책에 제동을 거는 학생들의 저항이 계속 벌어지길 바랍니다.
입력 2010-09-03 ⓒ레프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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