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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버스’의 승리를 위해: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조직적 동참을 끌어내자

서울로 진출한 ‘희망의 버스’가 이번에도 성공을 거뒀다. 8월 27~28일 4차 ‘희망의 버스’에 참가한 7천여 명은 물대포까지 대동한 경찰의 철통 수비를 뚫고 도심 한복판을 누볐다.

이명박 정부는 2년 만에 공안대책협의회를 열어 “불법 행동 엄정 대처”를 선언했지만, 통쾌하게도 바로 다음 날 “‘희망버스’ 시위대에 또다시 밀리고 말았다.”(〈조선일보〉)

희망버스가 계급적 요구와 연대를 상징하는 정치운동으로 발전하자, 보복 탄압이 시작됐다.

물론, 3차 대회에 견줘 대열이 다소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바로 한 주 전에 5천여 명 규모인 ‘희망 시국대회’를 열었고, 경찰의 방해로 참가가 쉽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운동의 열기가 식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조중동도 “3주째 서울 도심이 시위대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더구나 2주 넘게 농성과 시위를 이어 온 한진중공업·쌍용차·재능교육 노동자들을 비롯해 대학 청소·조선소 사내하청·전북 고속 등 투쟁 작업장 노동자들은 희망의 버스로 더 크게 결집했다. 노동조합운동의 부문주의적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호소가 이들의 가슴을 울렸을 것이다.

여기에 문정현 신부와 강정마을 주민들, 부산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 일본에서 온 원정 투쟁단 등도 가세했다. 희망의 버스는 명실상부한 이 시대 연대 투쟁의 아이콘이 됐다.

이 때문에 보수 언론들은 이제 “지긋지긋하다”며 “서울까지 무법천지를 만든 ‘절망 버스’”를 사법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자존심을 구긴 이명박 정부와 경찰도 “공권력에 도전하는 모든 행위”를 엄단하겠다며 보복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제 아무리 협박과 호통을 퍼부어도, 레임덕 위기를 가리지는 못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겐 투쟁을 더 발전시킬 기회다.

그런데 노동조합·진보정당 상층 지도자들은 여전히 투쟁 건설보다는 민주당·참여당 등과 야권연대에 주력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노총 희망 시국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야권연대’의 들러리 같은 느낌을 받았다.

희망 시국대회와 4차 희망의 버스는 별개로 조직됐고, 민주노총·금속노조의 집회 동원력은 커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회 청문회가 보여 준 것처럼 국회에만 기대서는 조남호를 꺾을 수 없다. 청문회 이후 정동영은 스타 정치인으로 등극했지만,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는 여전히 철회되지 않고 있다. 사실 정동영이 ‘살인하지 말라’고 조남호를 몰아세우며 들고 있던 사진 속의 노동자들이 노무현 정부 때 죽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비전

심지어, 조남호는 물러설 생각이 있는데 이명박 정부가 노동자들의 사기 고조와 투쟁 확산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는 비전을 제시할 노동자 단결 투쟁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렇게 재벌·정부를 압박해야, 저들은 ‘양보하지 않아서 생길 손해가 양보할 때의 손해보다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물러설 것이다.

그런데 금속노조 지도부는 그런 투쟁을 건설하기보다 민주당 등과 보폭을 맞추며 순환휴직 등 선제적 양보안 제시와 중재에만 힘을 쏟고 있다. 조남호는 모두 거부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것은 투쟁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

4차 희망의 버스가 선언문에서 밝힌 것처럼, 이 운동은 그동안 주요 고비를 넘기며 발전해 왔다. “1차 땐 공장 담장을 넘고, 2차 땐 기만적인 [노사] 합의를 넘고, 3차 땐 정부 여당과 수구집단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넘고, 이번엔 청와대와 경찰의 훼방을 넘었다.”

그동안 이 운동은 승승장구해 왔고 주도적 활동가들은 운동의 한가운데서 제기된 첨예한 정치적 논쟁에서도 비교적 훌륭하게 대처해 왔다.

예컨대, 이들은 채길용 집행부의 배신을 비판했고, 정리해고·비정규직의 불가피성 주장에 일침을 가했고, 연대 투쟁이 대안이라는 메시지를 제시했다.

이런 활동가들은 앞으로도 계속 운동의 대의를 방어하고 대중의 자신감을 고무해야 한다. 특히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조직 노동조합운동에 더 개입주의적이어야 한다. 상층 지도자들의 타협적이고 온건한 태도에 비판적일수록 더욱 더 개입해서 좌파적 압력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송경동 시인은 얼마 전 “더 큰 힘으로 5차 희망의 버스를 결의하고, 민주노총과 금속은 파업을 결의하자”고 했다.

정말이지, 이제 희망의 버스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조직된 노동자들의 힘이 필요하다. 5차 희망의 버스는 민주노총과 공동 주최하고, 민주노총 조직 노동자들의 조직적 동참을 적극 끌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