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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지도부 선거에 부쳐:
전투성과 연대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금속노조 신임 지도부 선거가 시작됐다. 이번 선거에는 현장실천연대·전국회의·전국현장노동자회 등 세 개 현장 조직이 통합 후보를 구성해 단독 출마했다.

9월 26~28일 투표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선거는 아직까지 큰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 금속노조 지도부가 이렇다 할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고 “산별노조 무용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투쟁 작업장 노동자들과 좌파 활동가들 사이에선 후보들에 대한 비판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박상철 위원장 후보가 현대차 이경훈 지부장이 속한 현장 조직 소속이라는 점에서 정당한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박상철 후보는 지난 현대차지부 임원 선거에서 무원칙하게 이경훈 지부장과 같은 우파와 손을 잡았다. 이경훈 집행부는 지난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벌인 25일간의 점거파업에 찬물을 끼얹은 장본인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세 현장 조직은 금속노조의 혁신 과제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무원칙하게 선거연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금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의 주력 부대인 금속노조가 위기에 처한 이유를 규명하고, 평가와 과제를 제시하는 것일 텐데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금속노조 비정규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무너진 금속노조, 변혁과 연대의 회복을 위한 토론회’는 의미있는 평가의 자리였다.

이 토론회 주 발제를 맡았던 김소연 금속비투본 본부장(기륭전자분회 분회장)의 글을 싣는다.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

15만 금속 노동자들의 꿈과 희망을 안고 출범한 금속노조가 지난 몇 년 동안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변혁성과 연대는 사라지고 노사영합(협조)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첫째, 변혁적 노동운동이 실종됐습니다.

[지도부는] 2007년 6월 한미FTA 저지를 위한 금속노조 총파업 이후 단 한 번도 전국적 정치파업을 조직하지 않았습니다. 2008년 5월 촛불항쟁이 타오를 때 금속노조·민주노총의 연대 파업 호소가 이어졌지만, 촛불이 사그라지기 시작한 7월이 돼서야 단 한 차례의 두 시간 파업만을 진행했습니다.

2010년 4월 타임오프 저지 총파업도 천안함 사건을 이유로 연기하더니, 끝내 실종되고 말았습니다.

둘째, 연대 투쟁의 전통이 침몰하고 있습니다.

2009년 쌍용차 조합원들의 처절한 77일 파업에 대한 연대 파업 결정도,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25일 점거파업에 대한 연대 파업 결정도 모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2011년 김진숙 지도위원의 목숨을 건 크레인 고공 농성과 유성기업 동지들의 투쟁을 연대 파업으로 맞서기는커녕, 선거를 이유로 임단협(임금·단체협약)마저도 조기 타결했습니다.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희망 버스’에 대해서도 방관자로 전락했습니다.

셋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금속노조는 우리 사회의 핵심 쟁점인 비정규직 사내하청 문제로 어떤 의미있는 합의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인 1사1조직도 현대차·한국지엠 등 주요 작업장에서 시도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조차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므로 정규직’이라고 판결했지만, 현대차 비정규직의 25일간 파업에 대해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연대 파업도 외면했습니다. 직업안정법·파견법 등 노동법개악 시도에 대해서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넷째, 노사영합(협조)주의가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2008년 현대차지부가 무쟁의 대가로 주식을 받은 후, 정파를 가리지 않고 대기업의 노사영합주의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기본급 인상을 통한 생활임금 확보와 투쟁을 통한 고용 안정이 아니라, 무쟁의를 통한 수천만 원의 일시금과 정규직 전환배치를 통한 비정규직 해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투쟁을 통해 대기업 정규직의 안정된 일자리를 사회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요구를 내걸어 노동운동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섯째, 관료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만들어낸 ‘희망 버스’ 투쟁을 회피하고, 투쟁 사업장들의 절박한 요구로 만들어진 ‘공동투쟁단’을 비롯해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절차와 형식을 들이대며 연대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변혁성과 연대성를 잃어 버린 금속노조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또다시 선거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은 살아있습니다.

노조법 개악에 맞선 2010년 금속노조 특별단체교섭 찬반 투표에서 많은 우려 속에서도 조합원들이 정치파업을 결정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25일 점거파업에는 수많은 정규직 조합원들과 전국의 활동가들이 지지와 연대를 보냈습니다.

사회적 연대도 넘실대고 있습니다.

2010년 11월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벌인 6년간의 투쟁에 수많은 시민·사회 단체가 함께해 1천8백95일 만에 정규직화를 쟁취했으며,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백 일 넘게 양재동 노숙 투쟁과 광범한 연대로 5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지엠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은 지역의 연대를 만들어 냈고, 복직에 합의했습니다. 세 차례에 걸친 ‘희망 버스’는 노동자와 시민의 연대, 사회적 연대 투쟁의 절정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8월 27일 밤 서울 도심을 누빈 4차 ‘희망의 버스’ 금속노조는 이런 투쟁에 앞장서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끌어 올리고, 부문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지금 전경련 회장과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을 비롯해 노동자의 피땀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재벌들의 탐욕과 이를 비호하는 이명박 정권에 대해 사회적 분노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희망 버스’는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연대 투쟁을 점화시켰습니다. 노동운동이 단호하게 싸워 나가고 시민·사회가 연대한다면, 변화가 시작될 것입니다. 금속노조는 이런 투쟁에 앞장서며 변혁성과 연대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무너진 금속노조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