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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덕의 유신 미화 논리에서 보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얼마 전 새누리당 홍사덕 전 의원이 수출 1백 억 달러를 넘기기 위해 유신을 한 것이고, 유신이 경제 발전을 위한 조처였고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독재가 필요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러한 발언은 심지어 박근혜조차도 쉽게 내뱉지 못하고 있는 지배자들의 진정한 속내를 벌거 벗은 표현으로 정직하게 드러낸 것이다. 동시에 이 표현은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와 적대적이라는 점까지 드러낸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성장은 이윤 증대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윤이 증대하려면 기업이 노동자들에게서 잉여가치를 더 많이 쥐어 짜야만 한다. 그것은 소수의 자본가들을 위해, 다수의 노동자들은 더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더 열악한 조건에서도 더 높은 강도로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수 노동자의 이해관계에 반해 소수 자본가들의 이익을 늘리는 것이다.

따라서 소수의 자본가가 이윤 축적을 확대하고자 한다면, 노동자들의 요구를 탄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때로는 강력한 독재 권력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가 확대되면 노동자들의 삶을 공격하는 자본을 폭로하고, 자본에 저항하는 다수의 움직임이 커져 “자본주의 성장”에 부담이 될 것이다.

1960~70년대 한국의 수출을 늘리고, 수출경쟁력을 높이려고 중공업을 발전시키려한 지배자들의 노력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이, 한국이 더 발전하려면 한국 노동자들이 더 희생해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자들은 입닥치고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수출을 늘리려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이 더 뼈빠지게 일해야 한다.

이를 강요하기 위해서는 홍사덕의 표현처럼 특별한 권력의 집중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이 더 높은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요구하는 것을 단호하게 찍어눌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논리는 반 민주주의의 논리다. 다양한 종류의 박정희 독재 옹호론은 그럴듯하게 돌려 말하느냐 대놓고 적나라하게 말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안철수나 민주당도 피할 수 없는 논리이다. 물론 이들은 대중들의 변화 염원을 일부 담으려고 하기 때문에 노골적인 우파들과는 다르다. 그러나 그들도 자본가 정당으로서 자본주의의 성장 논리를 굽히지 않는 한 착취 증대를 위한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한국 경제 날씨의 심각한 위기가 예보된 이상,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민주주의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대중들의 변화 염원을 담았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도 집권 후 여러 차례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공격했다.

수구꼴통 박근혜조차 전태일 헌화와 쌍용차 분향소 방문이라는 시커먼 손바닥으로 이 평범한 진실의 하늘을 가리려 하는 시대에, 우리는 민주주의와 개혁을 염원하는 대중들 속에 파고들어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대안은 결국 성장과 분배를 민주적으로 잘 조화하겠다는 애매모호한 말잔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논리를 내세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지배자들에 맞서는 노동자와 피억압 민중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대중적이고 반자본주의적인 투쟁임을 끈질기게 설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