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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
최악과 차악 뒤에 있는 것

미국 대선이 본격적인 국면으로 들어갔다.

오바마의 카드는 4년 전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는 자신이 ‘99퍼센트’의 수호자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 그래서 건강보험 적용 확대, 불법체류자 단속 중단 등 4년 전 공약들을 다시 꺼내 들었다.

눈길을 끄는 공약은 ‘부자 감세 중단’이다. 소득 상위 1퍼센트에 대한 소득세 감면 혜택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이미 2년 전에 부자 감세를 중단할 기회가 있었다. 애초에 이 감세 법안의 만기는 2010년이었는데, 오바마 자신이 2년을 추가로 연장한 것이다. 게다가 법안 만기 연장을 중단한다고 해도 부유층의 세금은 고작 4퍼센트 오를 뿐이다.

올해 미국 반전 집회 오바마와 롬니 모두 제국주의·친기업 정책을 지지하는 1퍼센트의 대변자 ⓒ사진 출처 Debra Sweet (플리커)

사정이 이러니, 많은 미국인들이 오바마에게 4년 전만큼 뜨거운 기대를 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집권 초 80퍼센트의 지지를 받던 대통령이 재선을 걱정할 상황인 것이다.

〈한겨레〉는 오바마를 대선 후보로 추대한 민주당 전당대회가 인종과 성 지향의 다양성이 충만했던 “무지개빛 축제”였다며, 오바마를 지지하는 것이 ‘99퍼센트’를 위한 일인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오바마의 4년은 ‘1퍼센트’에 맞서는 4년은 아니었다. ‘1퍼센트’와 타협하고 그들을 위해 일하는 4년이었다.

그럼에도 오바마가 근소하게나마 우위에 있는 것은, 롬니의 공화당이 얼마나 불신받는지를 보여 준다. 노동자를 정리해고해 수천억 원을 챙긴 사모펀드 재벌 롬니의 말이 노동자들에게 순순히 먹힐 리 없다.

롬니의 슬로건은 ‘강한 미국’에, 소득 상위 1퍼센트에 대한 소득세를 현행 35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내리겠다고 하고, 의료보험을 전면 민영화하겠다고 하는데다, 불법 이민자 단속을 부활시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미주리 주 상원의원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토드 아킨스가 ‘강간을 당한 여성은 임신이 안 되기 때문에 예외 없이 낙태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정신 나간 발언을 해 비난을 받았는데, 사실 이것은 롬니의 선거 공약이다.

기독교 근본주의 우익을 포함한다 해도 전체 인구의 4분의 1, 기껏해야 3분의 1 정도만이 롬니를 지지하겠지만 옛 오바마 지지자들이 실망 때문에 투표에 대거 불참할 것이라는 것에 공화당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것이 바로 롬니가 극렬 보수 폴 라이언을 러닝메이트로 삼은 이유다. 원래 갖고 있던 우익 지지층이 투표에 더 많이 참여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공통점

그러나 롬니와 오바마 사이의 거리는, 그들이 서로 비난을 퍼붓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것보다는 훨씬 가깝다. 롬니와 오바마 모두 태평양에서 미국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옹호하며, 이스라엘을 지원하겠다고 말한다. 이란과 북한을 압박하겠다고 하는 것도 똑같다.

오바마는 선거 운동 때부터 이런 과제들을 자기가 롬니보다 더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바마가 파키스탄에서 벌이는 드론(무인전투기) 전쟁이나, “인도적 개입” 운운하며 리비아에서 벌인 공중전 등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실로, 오바마와 롬니는 여러 모로 공통점이 많다. 둘 모두 미국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을 공격해 미국 기업이 세계에서 더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한쪽은 포퓰리즘적 언사를 하고 다른 한쪽은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내고 있지만 말이다.

안타깝게도, 미국의 진보·개혁 세력 일부는 이 점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2008년에도 ‘오바마를 위한 진보’라는 단체를 만들어 민주당 선거 운동을 한 주요 노조 지도자 일부는 이번에도 오바마에 대한 무비판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바마의 전쟁 수행과 경제 정책을 호되게 비판해 온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도 롬니 낙선을 위해 민주당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두 가지 전통》(노동자연대다함께)의 저자인 미국 사회주의자 핼 드레이퍼는 미국 양당 체제를 두고 “차악을 찍는다고 최악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고 평한 바 있다.

1964년 미국 대선에서도 전쟁광이자 매카시즘의 선봉장이었던 공화당 후보 배리 골드워터를 낙선시키려고 민주당의 “평화 후보” 린든 존슨에게 투표했지만, 결국 린든 존슨 자신이 공화당과 손잡고 베트남 전쟁에 뛰어들고야 말았다는 것이다.

그림의 한 편에는 수십 년 동안 ‘미워도 다시 한 번’의 심정으로 민주당에 투표하는 사람들을 이용해 온 주류 양당이 있다. 그리고 그림의 다른 편에는 위스콘신 주의회 점거, ‘점거하라’ 운동, 인종차별 반대를 외친 수십만 명의 대중 시위 등 급격히 성장하는 투쟁이 있다. 미국의 진보 운동은 전자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후자를 더 키우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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