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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기고:
민영화 재앙 물꼬 트려는 영리병원 대못 박기

넉 달도 안 남은 정권이, 또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두고 기어이 일을 벌이고야 말았다. 보건복지부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고시해 영리병원을 끝내 허용한 것이다. “임기 끝까지 일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이 ‘외국’ 의료기관은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이다. 당장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투자자는 삼성증권, 삼성물산, KT&G가 50퍼센트, 그리고 일본 다이와증권이 50퍼센트를 투자한 컨소시엄으로 사실상 삼성재벌 소유의 기업이다.

내국인 진료도 1백 퍼센트 가능하다. 전체 의료진의 10퍼센트만 외국면허를 가진 의사를 두면 된다. 사실상 국내기업이 운영하고 한국인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는 국내영리병원이라는 의미다.

경제자유구역에만 한정돼 있으니 문제가 없을까? 경제자유구역은 인천 송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구, 부산 등 광역시만 3곳이고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에 있다.

게다가 병원협회는 “해외자본에게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전면적인 영리병원의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번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허용은 한국의 병원자본과 재벌 들이 애타게 기다려 온 영리병원 전면허용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임기 말까지 이렇게 영리병원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게는 이 정권 말기 영리병원 허용 조처가 삼성재벌을 위한 이명박 정권의 막판 먹튀로 볼 때에만 겨우 이해가 간다. 애초 이명박 정권의 영리병원 허용정책도 삼성경제연구소가 단독으로 기재부와 복지부의 용역을 받아 만든 정책이다.

2011년 3월, 삼성이 인천송도의 영리병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18대 국회 막판까지 법 개정이 집요하게 시도됐다.

10월 30일 영리병원 허용 규탄 긴급 기자회견 공공부문 민영화를 저지하지 않는다면 모든 복지·경제민주화 공약은 거짓이다. ⓒ고은이

삼성경제연구소

국민들의 반대로 영리병원 허용이 실패하자, 두 발 벗고 나선 것이 사실상 삼성계열인 〈중앙일보〉다. 법 개정이 안 되면 시행령을 바꿔서라도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1주일 동안 1면부터 사설까지 기사 도배를 했다. 그러자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지시 하에 지식경제부가 시행령을 바꿨다. 이것이 올해 4월 20일이다.

그러나 보건산업진흥원(국책연구원이다) 보고서를 보면 개인병원의 20퍼센트만 영리병원으로 전환해도 의료비가 연 1조 5천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가 20퍼센트만 늘어나도 의료비가 연간 3조 2천억 원이나 늘어난다.

이것만이 아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전국의 지방병원 1백 개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도 52개 지자체가 응급의료기관이 없고 48개 지자체는 분만실이 없다. 여기서 또 1백 개의 지방병원이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지방에서는 살지 말라는 이야기다.

정부나 어떤 논자들은 OECD 국가들은 모두 영리병원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나라들은 공립병원 비율이 90퍼센트가 넘는 나라들이다. 미국조차 공립병원이 35퍼센트고 OECD 평균 공립병원 비중은 75퍼센트다. 한국의 공립병원은 7퍼센트다. 93퍼센트의 사립병원이 이미 대도시에만 모여 지극히 상업적 진료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영리병원까지 허용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재앙일 뿐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의료 민영화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가스와 철도의 민영화도 추진하고 있고 심지어 KS마크까지도 민영화하려 한다. 그 결과는 의료비와 가스요금·철도요금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수많은 복지 공약 이전에 박근혜, 그리고 문재인과 안철수가 해야 할 일은 지금 당장 이명박 정권이 막판까지 몰아붙이고 있는 민영화를 중단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그들의 모든 복지공약은 거짓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임기가 넉 달도 남지 않은 정권이 제정신이 아닐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참아야만 하는가.

10월 31일 사회보험과 가스노동자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이 정권 막판 ‘막장 민영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는 복지부 앞에서 영리병원 강행 규탄 기자회견과 항의행동을 벌였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15만 볼트 철탑 위에는 올라가지 못하더라도. 대통령 선거만 바라보고 기다리다간 그전에 나라가 결딴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