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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서평, 《당과 계급: 노동계급에게는 어떤 정치조직이 필요한가?》:
혁명조직이 사회 변혁의 필수적 무기인 이유

《당과 계급: 노동계급에게는 어떤 정치조직이 필요한가?》, 레온 트로츠키 외 지음, 책갈피, 208쪽, 9천 원 ⓒ책갈피

경제 위기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에 노숙자가 10만 명이나 되고, ‘잘 나가는’ 유럽에서 쓰레기통을 뒤져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집트, 그리스, 스페인 등에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 노동자들이 저항에 나서고 있다. 노동자들의 저항이 전진하고 승리하려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조직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에 의문을 품고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정당이나 정치조직 자체를 의심한다. 1퍼센트만 대변하는 보수 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 정당을 바라보는 눈도 곱지 않다. 스탈린주의 정당들이 운동을 통제하고 소련이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과 거래하는 데 운동을 이용했던 기억과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제국주의 전쟁에 참전하고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추진한 경험 때문에 정당 거부 정서가 팽배하다.

한국에서도 2008년 촛불 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운동에서 정당 문제는 뜨거운 논란거리다. 게다가 최근 통합진보당의 선거 부정과 이후 분열로 인해 진보 정당에 대한 실망과 환멸도 정치조직에 대한 거부감에 일조했다.

볼셰비키

《당과 계급》은 운동 내에서 제기되는 정치조직, 지도에 대한 이런 흔한 오해와 수많은 편견에 도전한다.

이 책에 실린 글 다섯 편은 모두 한편으로는 노동계급 투쟁과 사회주의 조직 사이의 관계를,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 혁명의 역사적 경험, 스탈린 체제가 등장한 방식과 이유, 그 과정에서 볼셰비키당의 구조가 한 구실을 설명한다.

트로츠키의 “계급, 당, 지도부”는 1936~39년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코 장군이 이끄는 파시스트들이 승리한 이유를 설명한다. 스페인 노동계급이 ‘미숙해서 패배했다’는 생각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왜 잘 조직된 혁명가들의 조직이 혁명의 승리에 필수불가결한지를 설명한다.

토니 클리프가 쓴 “트로츠키의 대리주의론”은 혁명적 엘리트가 노동계급을 대신한다는 ‘대리주의’가 왜 문제이고 어떻게 나타나는지 설명한다. 볼셰비키가 노동자 대중정당에서 스탈린의 반혁명 이후 프롤레타리아의 이름으로 지배하는 권위주의 정권으로 바뀐 것은 혁명의 고립 때문이었다고 자세히 설명한다. 또 대리주의를 해결할 방법은 오직 노동계급의 독립적 행동뿐이라고 결론짓는다.

크리스 하먼의 “당과 계급”, 던컨 핼러스의 “혁명적 사회주의 정당을 향해”는 중앙집권적 조직은 관료주의를 낳고 변질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중앙집중적 당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1917년 이전의 당과 계급”은 독일 여성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의 당 개념에 대한 논쟁 글이다. 캘리니코스는 당 건설에 관한 로자 룩셈부르크의 태도에 어떤 약점이 있었는지 심도 깊게 분석하며, 독립적 혁명정당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이 책에 실린 글은 모두 20세기 국제 노동계급 운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변혁 정당과 노동자 대중의 관계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이용해 “혁명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투사들에게 혁명적 사회주의의 관점에서 당과 계급을 분석한 이 책은 훌륭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