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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

영화 〈레미제라블〉은 요즘처럼 암울한 대선 결과 때문에 의기소침하고 절망적인 투사들에게 용기를 주는 드라마다.

영화의 배경은 프랑스 혁명이다. 물론 프랑스에서 혁명은 1789년에 최초로 일어나 봉건제를 폐지했으나 정치 체제는 혁명과 반동을 거듭하며 결국 1815년에 왕정이 복귀한다. 1830년 7월 반동적인 왕인 샤를 10세에 맞서 일명 ‘바리케이드’ 혁명이 벌어져 샤를 10세를 쫓아낸다.(이와 유사하며 더 강력한 혁명이 1848년 2월에도 일어난다.) 그러나 심각한 경제 위기 등으로 민중의 고통은 계속됐고 이런 상황에서 1832년 6월에 일어난 실패한 봉기가 영화의 배경이 되고 있다.

작가 빅토르 위고는 1830년, 1832년, 1848년을 경험하며, 1862년에 이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 속 가련한 인물들 중 감옥에서 태어나 빈민을 억압하는 앞잡이가 된 자베르가 포함되는 것을 보면 당시 혁명의 기운이 어떠했는지, 빅토르 위고가 얼마나 피지배자들을 사랑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자베르가 자살에 이르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자베르 심리에 대한 묘사는 소위 다른 ‘빨간 영화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26년〉에서 살아있는 ‘죄인’ 때문에 계엄군으로 작전 중 귀가 잘리는 피해자면서도 그 ‘죄인’을 위해 보좌관으로 생을 마감했던 마상열, 〈남영동 1985〉에서 민주투사들을 고문해 왔지만 자신의 착취와 소외를 느끼며 김종태(김근태를 모델로 삼은 인물) 앞에서 자신의 괴로운 심리를 잘 보여준 이계장 등. 매우 유사한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즉, 지배자들을 위해 그들이 내세우는 법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삶과 생각을 바치지만 결국 현실과 이상적 신념이 맞지 않는 심리적 ‘멘붕’을 겪는 과정 말이다.

바리케이드 앞에서 한 소년이 저항하는 민중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할 때, 패배감에 젖어 있던 투사들이 절망을 딛고 일어나 손에 손을 맞잡는 장면은 다시 한번 주먹을 불끈 쥐게 했다. 그야말로 명장면이다. 몇 번이고 혁명의 노래가 나올 때마다 뮤지컬식의 지루함이 싹 가시고, 오히려 함께 노래하고 싶어졌다.

비록 얼마 전에는 한진중공업 비정규직 노조에서 투쟁하다 사측의 1백85억 원 손해배상과 일방적인 무기한 휴직을 당했던 최강서 동지의 죽음과,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 대한 사측의 폭력에 분노했고 현대중공업 해고 후 4년째 복직 투쟁 중이던 이운남 동지의 죽음이 있었지만 말이다.

이 모든 죽음들이 박근혜 정권 탄생에 절망하는 노동자들의 눈물일 테지만 우리는 물러서지 않는다.

두 사람은 스스로 죽음을 택했지만 죽는 순간까지도 민주노조 사수를 부탁했다. “함께 살아야 한다”는 구호는 대선 전이나 후나 여전하다.

민중의 노래 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