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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15 국제 반전 시위 10주년:
제국주의에 맞선 “슈퍼파워”가 탄생한 날

2003년 2월 15일은 세계사에 남은 날이었다.

워싱턴에서는 어처구니없이 오만한 조지 W 부시와 오만한 네오콘 정부가 “새로운 미국의 세기” 운운하며 이라크 침공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전쟁 발발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았던 그 때 ‘테러와의 전쟁’에 맞선 “슈퍼파워”(〈뉴욕타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 세계 6백여 도시에서, 2천만 명이 넘는 대규모 반전 시위대가 거리에 출현했다. 1백만 명이 넘는 시위대가 거리를 가득 메운 도시들도 있었다. 심지어 TV 뉴스의 기상캐스터들조차 “내일 시위에서 행진하시는 분들은 날씨가 추울 듯하니 단단히 차려 입고 나가시길 바랍니다” 하며 일기예보를 마칠 정도였다.

거대한 존재감을 과시한 전 세계적 저항은 어느 나라고 할 것 없이 지배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고, 이후의 세계 정세를 결정지었다.

베트남 전쟁 이후 유례 없는 규모의 급진화가 세계를 휩쓸었다. 전쟁의 잔혹함과 전쟁을 추진하는 체제에 대한 분노가 만연했다.

이날 한국에서도 “반전 운동의 막이 올랐다.”(〈통일뉴스〉) 서울에서만 5천여 명이 거리에 나왔다. 시간이 갈수록 반전 여론은 광범해졌고, 운동의 규모도 점점 커졌다. 몇 년 동안 수많은 청년들이 거리에 나왔고 급진화했다.

2003년 3월 20일에 부시는 끝내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5월 ‘승전 선언’ 이후에도 끊임없는 저항에 시달려야 했다. 점령에 맞선 전 세계적 반전 운동이 계속됐고, 무엇보다 이라크 민중의 저항이 분출했다.

부시는 재선했지만, 반전 운동은 굴하지 않고 되살아나 네오콘을 정치적 코너로 몰아넣었다. 결국 제국주의 세력은 패배했다. “악의 축” 이란으로 확전하려던 그들의 계획은 좌절됐다. 부시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치욕적인 지정학적 패퇴를 감수하며 이라크에서 철군해야 했다.

전 세계에서 거리로 나섰던 수천만 명은 이후에도 반전 운동의 기반이 됐다.

“부시의 푸들”이라는 치욕적 별명을 얻었던 영국의 블레어는 간신히 총리 자리를 유지했지만 정치적 식물인간 처지를 면치 못했다.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던 스페인 아스나르 정부는 선거에서 참패하고 권좌를 내놔야 했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대한 반전 여론을 거슬러 이라크 파병을 강행한 노무현은 고(故) 김선일 씨의 사망 이후 지지 기반이 결정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저항의 세기’

반전 운동은 제국주의에 맞선 국제적 대안을 제시했다. 1999년 시애틀 항쟁 이후 본격화되던 반세계화(반자본주의) 운동이 반전 운동을 만나, 제국주의를 위협하는 진정한 “슈퍼파워”가 무엇인지를 힐끗 보여 줬다.

전쟁이 계속되는 내내 제국주의에 맞서 투쟁한 중동의 투사들은 전 세계의 반전 여론이 그들의 편에 서 있다는 것에 크나큰 자신감을 얻었다.

전쟁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수감됐던 이집트 활동가들은 국제적 반전 운동을 보며 환호했다.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가 정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바로 이런 사람들이 오늘날 아랍 혁명의 주축이 됐다.

물론 제국주의도 전쟁도 끝난 것은 아니다.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1백 년 전 제1차세계대전 발발 당시와 비교”(〈파이낸셜타임스〉)될 정도로 불안하게 고조되고 있다.

그러므로 전쟁에 반대하는 모든 투사들은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새로운 저항의 세기’로 바꿔버린 위대한 반전 운동은 그런 투쟁을 더 잘 건설할 수 있는 교훈과 영감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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