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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정부에게 ‘공기업화를 통한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자

박근혜 정부와 마힌드라 자본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통과 절규를 여전히 들은 척도 않고 있다.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전원 복직을 요구하며 시작된 철탑 농성은 1백 일을 훌쩍 넘겼다.

이 상황에서 죽음의 행렬을 끝내고 쌍용차 문제를 해결할 진정한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박설이 노동자연대다함께 산업조직자팀과의 토론을 바탕으로 ‘공기업화’ 요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22번째 죽음을 계기로 쌍용차 해고자들이 대한문 농성에 나서면서,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가 다시금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구호는 경제 위기 속에서 고용불안과 생활고에 신음하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숱한 역경 속에서도 투쟁을 이어온 쌍용차지부 동지들이 만들어 낸 사회적 메아리였다.

총·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이런 대중 정서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마힌드라 측이 무급휴직자 복귀와 8백억 유상증자 계획이라도 내놓은 것은 바로 이런 상황의 압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힌드라는 이 정도로 사태를 마무리 짓고자 한다. 마힌드라 사장 코엔카는 “해고된 인력을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면 회사의 흑자 전환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해고자들을 복직시킬 수 없다고 못박았다. 더구나 마힌드라의 ‘먹튀’ 가능성이 농후해지면서, 사측의 고용 보장 가능성은 더 요원해지고 있다.

박근혜는 국정조사 약속을 뒤집었고, 새누리당 이한구도 “사기업의 노사 분규에 정치권이 개입하면 안 된다”며 ‘노사 자율’을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용을 누가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가? 공장 안팎의 노동자들 모두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이런 물음에 답하며, 운동의 방향을 명확히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더는 죽이지 말라” 동료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대한문 분향소 철거에 항의하는 쌍용차 해고자들. 죽음의 행렬을 끝낼 진정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윤선

1.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마힌드라

① 해고자 복직에 선을 긋는 마힌드라

마힌드라는 압력에 떠밀려 무급휴직자들을 복귀시켰다. 그러나 8·6 합의로 보자면 약속한 기한을 한참 넘긴 3년7개월 만의 일이었다.

게다가 무급휴직자들은 아직 안정적인 일자리와 임금을 보장받지 못한 상태다. 공장 안 노동자들도 1·2 라인의 일감 부족과 낮은 임금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 때문에 올 초 한 노동자가 자살하기까지 했다. 다른 한편 공장 안 노동자들은 살인적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기도 한데, 사측은 일시적인 물량을 비정규직 확대로 메우고 있다.

특히, 마힌드라는 4백55명 이상의 재고용은 불가능하다며 해고자들의 복직에 선을 긋고 있다. 국정조사 압력에 시달리던 코엔카는 지난해 9월 직접 국회 환노위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이제 와 해고자 복직을 주장하는 것은 인수 계약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사실상 ‘해고자 복직은 불가하다’고 밝힌 상태다.

마힌드라는 이들의 고용을 보장할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면 죽음의 행렬이 언제 다시 시작될지 알 수 없다.

② 점점 커지는 ‘제2의 먹튀’ 가능성

무엇보다 우려되는 대목은 바로 농후해지는 마힌드라의 ‘먹튀’ 가능성이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인수 당시 “우리는 상하이차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했지만, 지난 2년간 한 푼도 직접 투자하지 않았다.

코엔카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4년간 9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국정조사 등을 회피할 요량으로 내뱉은 빈말에 불과했다. 그는 지난 2월 말을 바꿔 “앞으로 직접 투자는 없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이런 마힌드라의 행보는 상하이차와 꼭 닮았다.

상하이차도 처음 쌍용차를 인수했을 때, 매년 3천억 원씩 1조 2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세 차례에 걸쳐 직접 투자를 약속하고 특별 협약까지 했지만, 이 또한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쌍용차의 2대 주주였던 산업은행조차 2008년 말에 “상하이차가 하루빨리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는 동안, 노동자들의 고통도 계속됐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시에 공증까지 받아가며 약속한 ‘고용 승계 및 보장’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2005년엔 비정규직을 대거 채용했다가 이듬해부터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삼았고, 2007년엔 정규직 4백70여 명, 비정규직 5백여 명을 해고했다. 2008년 말부터 전환배치와 강제 휴직을 잇따라 실시했고, 급기야 노동자 3천여 명을 공장에서 쫓아냈다.

문제는 지금 상하이차의 ‘먹튀’ 과정에서 드러난 투자 약속 불이행, 임금·노동조건 하락, 기술유출 시도 등이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힌드라는 일정한 기술력을 획득한 뒤 손 털고 떠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마힌드라가 해고자를 복직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리라고 기대하기는 난망한 듯하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지 않고 오히려 ‘먹튀’를 예고하고 있는 마힌드라 측에 분명한 책임을 묻고, 정부가 공기업화를 통해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

2. 명백한 정부의 책임

정부는 쌍용차의 비극적 사태를 만든 명백한 책임 당사자다.

우선,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팔아 넘긴 책임이 전적으로 정부에게 있다. 정부는 워크아웃 상태였던 쌍용차를 2004년 ‘먹튀’ 가능성이 높은 상하이차에 매각했다. 이는 비극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다.

상하이차로의 매각은 정부의 매각 정책이 갖는 총체적 문제점을 보여 줬다.

정부는 2002년에 공적자금 등의 명목으로 쌍용차에 1조 2천억 원을 쏟아붓고는, 투입한 돈의 절반도 안 되는 헐값에, 그것도 ‘먹튀’ 기업에 매각했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문제제기에는 아랑곳 않고 상하이차의 기술 유출을 눈감았고, 상하이차가 부도를 내고 떠날 때도 마지막까지 지분을 팔아 자금을 회수해 갈 수 있도록 방조했다.

둘째, 정부는 상하이차의 ‘먹튀’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노동자들에게 가혹한 구조조정을 강요했다. 당시 이명박은 “오죽하면 회사가 해고를 하겠냐” 하며 상하이차를 옹호했고, 급기야 법정관리 하에서 노동자 3천여 명을 하루아침에 잘라 버렸다.

2009년 6월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고용을 유지하는 방향”의 공적자금특별법 개정을 촉구했지만, 이런 정당한 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셋째, 정부는 ‘제2의 먹튀’ 우려가 있는 마힌드라에 쌍용차를 또다시 매각했다. 마힌드라로의 매각은 노동자들의 고통을 끝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머지 않은 미래에 제2의 먹튀로 또다시 커다란 소용돌이를 부를 수 있다.

2009년에 발생한 해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또 한 번의 구조조정이 벌어진다면, 그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다.

정부는 지난 정책이 잘못됐음을, 그것이 수많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불안과 죽음에 몰아넣었음을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여기서 민주당도 예외가 아니다.)

쌍용차의 거듭된 위기

쌍용차의 사례는 체제의 불안정성에 내던져진 노동자들이 얼마나 비참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1998년 대우그룹에 매각, 1999년 워크아웃 돌입, 2004년 다시 상하이차에 매각, 2009년 법정관리 돌입, 2011년 또다시 마힌드라에 매각. 쌍용차가 이런 위기를 반복하는 십수 년 동안, 노동자들은 강제 휴직되고, 해고되고, 임금이 깎이고, 끝을 알 수 없는 불안에 시달렸고, 결국 일부는 죽음을 택했다.

이제 지난 십수 년간 지속된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정부가 그간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쌍용차를 공기업화해 해고자들을 비롯한 쌍용차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3. 일자리 보장을 위한 대안 ― 공기업화

① 공기업화 요구의 의의

경제 위기 시기에 기업의 부도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을 때 ‘정부가 일자리를 책임져라’ 하는 요구는 매우 중요한 투쟁의 고리다.

물론, 현재 마힌드라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마힌드라가 해고된 노동자들을 재고용할 의지도 능력도 보여 주지 못하고, 직접 투자도 하지 않겠다고 하고, 따라서 먹튀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3천 명에 이르는 해고자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기업화를 대안으로 내놓는 것은 정당하다.

게다가 앞에 썼듯이 정부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이 크다.

우리가 공기업화를 요구하는 것은, 국가 소유가 더 진보적이어서가 아니다. 흔히 국가를 노동과 자본을 중재하는 중립적 기구로 보지만, 그렇지 않다. 국가는 자본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자본 축적과 노동자 착취의 최상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에도 공기업화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는 쌍용차 같은 기업을 인수할 경제적 능력이 있다. 사실, 정부가 아니라면 위기에 직면한 기업에 거액의 자금을 대고 고용을 보장할 주체는 없다. 그럴 만한 자금력이 있는 사기업주나 투기자본 들은 노동자들의 일자리엔 관심이 없다.

게다가 정부가 “국민의 이익”을 반영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을 받는다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정부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책임지라고 요구할 가장 적절한 대상이고, 공기업은 정치적 압력 때문에 노동자들을 해고하기가 (사기업보다) 쉽지 않다.

공기업화 요구는 정부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제기한다. 마힌드라 비호냐 노동자 일자리와 생존이냐를 묻는 것이다. 이는 이 사회의 우선순위가 무엇이어야 하는 것을 묻는 것이기도 하다. 기업의 이윤이냐 노동자의 삶이냐. 이런 제기는 더 광범한 노동자들의 지지와 연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할 수 있다.

② 정부가 아니라면 누구? 공기업화가 아니라면 무엇?

만약 공기업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운동은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하나는, 마힌드라가 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마힌드라가 충분히 고용 여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거나, 고용 여력을 창출하기 위해 투자하라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마힌드라의 먹튀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런 방향의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수차례 투자 약속을 뒤집고 급기야 대량해고를 야기한 상하이차의 경험이 이를 보여 준다.

다른 하나는, 2009년에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살인 진압’을 자행한 정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책임자 처벌과 정부의 일정한 자금 지원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마땅히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쌍용차에 지원한다 하더라도, 먹튀 자본 아래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다시금 불안정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만약 정부가 돈을 지원한다면 이는 고용 보장을 위해 정부가 돈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셈인데, 그렇다면 아예 공기업화하는 게 더 낫다.

실제로 정부는 대우그룹 부도 이후 쌍용차에 공적자금 1조 원과 금융지원 2천억 원 등 총 1조 2천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만약 정부가 이때 쌍용차를 영구적으로 공기업화했다면, 고용 보장 효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2004년에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매각해 버렸고, 그러면서 다시금 비극이 시작됐다.

③ 노동자들의 단결

공기업화 요구는 현재 분열해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을 단결시킬 수 있는 요구이기도 하다.

사측과 정부는 2009년부터 줄곧 노동자들을 이간질하고 분열시켜 왔다. 지금도 공장 안과 밖, 복귀한 무급휴직자와 기존의 ‘산 자’ 등 노동자들 사이에서 반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쌍용차지부가 무급휴직자들의 복귀를 환영하고, 노동자들의 화합을 강조한 것은 정말 적절했다. 이런 접근은 해고자들과 공장 안의 노동자들의 단결을 위해서도 올바른 것이다.

그런데 이 냉혹한 현실 속에서 노동자들이 단결을 유지하고 공고히 하려면 무엇보다 모두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는 요구를 제시하지 않은 채 화합을 강조하는 것은 허약할 수 있다.

사측은 지금 ‘해고자 복직이 경영 상태를 악화시킨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는데, 당장 일감 부족과 낮은 임금 등으로 생계고에 허덕이는 노동자들은 이런 이간질 앞에 취약할 수 있다.

‘경영 정상화’ 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먹튀’의 불안에도 대처할 수 있는 공기업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꾀하며 운동의 힘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이다.

마치며

쌍용차 지부와 범대위는 지난 몇 개월 동안 국정조사를 요구해 왔다. 국정조사를 통해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밝히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정당하다. 정부와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온갖 고통을 떠넘겨 24명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게 만들었고, 국가기구를 총 동원해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정당한 저항을 짓밟았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국정조사 자체가 목적인 듯한 상황이 돼 버리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운동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분명히 하고, 국정조사를 통해 규명하고자 하는 정리해고의 부당성과 정부의 책임 등은 우리의 요구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좋을 것이다.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한 대안은 정부가 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공기업화를 해 해고자를 비롯한 쌍용차 노동자들의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마힌드라가 고용을 보장하지 못하고 먹튀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이 요구는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쌍용차 문제는 결코 쌍용차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겪고 있고, 또 앞으로 겪게 될 문제다. 쌍용차 투쟁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제시해야 할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정치적 대안이 중요한 이유다.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해고자 복직!

범국민추모대회

일시 : 2013년 3월 30일 오후 4시

장소 : 대한문 앞

주최 :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