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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파병 강행 방침이 김선일 씨를 죽였다

이 글은 6월 23일 새벽에 ‘다함께’의 성명서로 채택돼 발표됐다.

비통한 마음을 다잡고, 냉정을 잃지 않으려 애쓰면서 우리의 의견을 발표하고자 한다.

우리는 다른 모든 선량한 시민과 함께 김선일 씨(이하 존칭 생략)의 안위를 걱정했다. 우리는 알자르카위가 김선일을 처형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알자르카위는 우리의 실낱같은 희망을 저버렸다. 그와 그의 조직 ‘유일신과 성전’은 분명히 악행을 저질렀다.

그러나, 김선일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 김선일의 목숨을 놓고 칼자루를 쥔 게 알자르카위였다면, 김선일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길은 정부가 테러범들의 요구를 들어 주는 길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그러기는커녕 파병 강행 방침을 거듭 확인하기만 했다. 오늘 아침에 할 예정이라는 ‘대국민담화’에서도 노무현은 이 방침을 거듭 확인할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그는 테러범들의 ‘반인륜적 범죄’, ‘잔혹’, ‘냉혈’을 언급할 것이다.

조지 W 부시 일당도 그랬다.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 수행을 거듭 다짐하며 벌써 팔루자를 공습해 무고한 민간인 수십 명을 살상했다.

그러나, 누가 더 잔혹한 ― 천 배, 만 배, 수십만 배 더 잔혹한 ― 반인륜적 냉혈한인가? 지난 15개월 동안 이라크인들 1만 명 이상을 살해한 자들, 아부 그라이브 감옥에서 이라크인들을 비인간적으로 잔혹하게 고문하고 학살한 자들이야말로 진정한 테러범 아니겠는가?

부시의 거짓말과 달리 이라크는 애초에는 알카에다 등 테러 단체와는 아무 관계도 없었다. 이 점은 근래에 미국 CIA(중앙정보국) 국장이었던 조지 테닛이 정보 조작을 했다 해서 부시의 속죄양으로 사임해야 했던 사건에서 분명히 입증됐고, 미국 권력자들의 일부도 시인한 바였다. 본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사담 후세인과 이라크를 세속적이라 해서 배척했다.

그러나, 테러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을 끌어들인 것은 바로, 다름 아닌 미국과 영국 등 열강의 정복과 점령이었다. 그리고 노무현은 이들 서방 열강의 제국주의적 모험에 동참하려 한다.

김선일 살해범들의 말대로 한국 정부는 “이라크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을 위해서” 파병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원칙대로 파병’이라는 강경 방침을 고수해 김선일을 처형한 것이다.

정부의 원칙은 무엇인가? 국민의 생명을 희생시켜서라도 제국주의적 모험에 동참하는 것, 온 세계가 경멸하는 부시 일당(‘국제사회’)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아랑곳하지 않는 ‘국익’이 과연 국민의 이익인가? 아니면, 국익은 계속 미국과 동맹함으로써 이익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소수 권력자들의 이익인가?

파병 방침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김선일이 생겨날 것이다. 어쩌면 마드리드에서처럼 서울에서 수백 명의 김선일이 한꺼번에 생겨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정부가 파병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스페인인들이 아스나르를 끌어내렸듯이 우리 한국인들도 노무현을 끌어내려야 할지 모른다. 우리가 그를 (우익의 탄핵에서) 구출해 냈으므로 우리가 그를 끌어내릴 수 있다.

최일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