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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위영일 지회장 인터뷰: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삼성 왕국’에 맞서 투쟁합시다”

삼성의 악랄한 노조 탄압이 또다시 한 젊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10월 31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최종범 조합원이 노조 탄압에 벼랑 끝에 내몰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위영일 지회장이 이 비극의 진정한 원인과 삼성에 맞선 투쟁을 말한다. 위영일 지회장이 최종범 열사를 생각하며 직접 쓴 시도 함께 싣는다.

삼성전자서비스 위영일 지회장 ⓒ이미진

최종범 열사는 지회 창립 초기부터 함께한 삶의 강렬한 욕구를 가진 젊은이었습니다.

살기 위해서 노조에 가입했고, 쉬지도 않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자기 목숨을 던진 것을 보면 삼성에 대한 벽, 정부에 대한 벽을 느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희망이 있었는데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고용노동부의 삼성 면죄부에 절망을 느낀 겁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이 보란 듯이 노조 탄압을 자행하자 삶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있던 젊은이가 결국은 삶의 끈을 놓으면서까지 세상에 알려 달라고 유서에 남기고 자신의 뜻을 이어받아 끝까지 싸우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사장 이제근은 도의적 사과는커녕 열사의 죽음을 왜곡하고 저급하고 비열한 술수를 쓰고 있어요. 최종범 열사가 월 5백5만 원의 고임금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자살’은 개인적 문제가 원인이었다는 겁니다.

최종범 열사는 9월에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밤 10시~11시까지 일했어요. 5백5만 원은 자재비, 고객에게 못 받은 돈, 차량유지비 등이 포함된 겁니다. 열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장은 충분히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탄압을 이겨내며 조직을 건설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의 출범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7월 14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출범식. ⓒ이미진

삼성의 임금 체계는 대한민국 법에서 정한 상식을 뛰어넘고 있어요. 노동법상에는 시급이나 월급이나 연봉으로 임금을 주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은 기본급은 하나도 없이 건당 수수료로 임금을 주고 있습니다. 성수기인 6, 7, 8월에만 몸이 부서져라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만 돈을 벌 수 있어요. 몸이 망가져도 새벽 1시까지 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수기에는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1백만 원도 못 받아 갑니다. 포항의 한 대의원은 81만 원을 받았어요. 기름값, 통신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가져가는 돈은 겨우 30만 원입니다. 그런데 월세가 30만 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생활하라는 겁니까. 죽으라는 소리죠. 카드도 끓기고 기름도 못 채우고 있습니다. 이게 초일류 글로벌기업 삼성에서 민초들이 겪는 삶의 현장입니다.

불법파견뿐 아니라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도 위반하고 있는 삼성을 비호하고 있는 게 바로 박근혜 정부입니다.

근로감독관이 조사하러 현장에 왔을 때, 한 조합원이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을 제기하니까 자신은 불법파견 조사하러 왔지 근로기준법 위반 조사하러 온 건 아니라며 발뺌했어요. 길거리에서 강도를 당해 경찰을 불렀더니 “나는 교통과지 수사과가 아니다”며 모른 척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자본을 위해 존재하는 겁니까?

삼성의 노사전략 문건에는 노조가 설립 시에 채증과 표적감사 등을 통해 노조원을 탈퇴시키고, 분란을 조장해 이탈시켜 노조를 와해시켜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교섭을 최대한 지연시키라는 내용도 있고요. 삼성의 무노조 경영 전략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에서도 표적감사와 일감 빼앗기 등의 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겁니다. 열사도 표적감사의 대상이었습니다.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투쟁할 겁니다.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겁니다. 더 이상 젊은이들이 안타깝게 죽지 않게 말입니다.

삼성에 맞서려면 조합원들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는 삼성이라는 왕국에 맞서 민란을 일으켰습니다. 구경만 하지 말고, 응원만 하지 말고 연대의 손길을 보내 주세요. 함께 행동해야 합니다. 노동자, 사회단체, 정당 가릴 것 없이 한마음 한뜻으로 싸웁시다.

아! 하늘아, 잿빛 하늘아!

더 이상 빛깔 고운 푸르름을 내지마라!

이 땅의 비정규 설움으로 내동댕이쳐,

모가지 터져라 우는 피울음으로

그렇게 또 그렇게

잿빛 하늘이 되어라!

열사의 넋이 그 한을 풀기 전

너 하늘아

다시는 푸르름을 내지마라!

우리의 소망이 분노가 되어

이 설움의 땅 위를 훨훨 날아오르기 전까지

너는 그래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