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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와 ‘테러와의 전쟁’

미국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새로운 지역, 즉 아프리카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에 우호적인 군사기지들의 연결망과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관할할 지휘 체계를 구축하려는 계획이 한창 진행중이다.

많은 아프리카인들은 미군기지가 그렇게 확대되면 기존의 내전들이 더 격화하고 인종 갈등이 심화하는 한편, 아프리카의 석유와 천연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된 서방 다국적기업들의 지배력이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에티오피아의 소말리아 침략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그것은 미국의 대리전이고, 그 전쟁에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하거나 난민이 됐다. 실제 희생자는 널리 알려진 다르푸르보다 더 많을 것이다.

그 침략은 이슬람법정연맹 정부 ― 15년 만에 처음으로 소말리아를 안정시킬 수 있을 듯했던 ― 를 공격한 것이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이슬람법정연맹이 미국의 통제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알카에다와 이슬람법정연맹의 연계설을 들먹이며 이른바 “이슬람주의의 위협” 운운했지만, 사실 이슬람법정연맹은 알카에다에 동조하지 않는다.

미국 제국주의의 야심은 올해 2월 대통령 부시가 새로 아프리카를 관할할 미군 통합 사령부, 즉 아프리카사령부를 창설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분명히 드러났다.

현재 아프리카의 주요 미군기지는 에티오피아와 국경을 맞댄 지부티에 있고, 약 1천8백 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은 아프리카 전역에 다양한 공군기지와 해군기지도 보유하고 있고, 이른바 “수련 잎” 기지들[연못 위에 떠 있는 수련 잎처럼 발판 구실을 하는 기지]도 몇 군데 더 구축해 놓았다. 현지 군대가 유지·관리하는 그런 시설들은 미국의 군사 공격 범위를 확장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현재 가봉·케냐·말리·모로코·상투메프린시페·세네갈·튀니지·우간다·잠비아에 그런 시설들이 있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정부들은 미군과의 동맹 때문에 자국이 테러리스트의 표적이 될 것임을 점차 깨닫고 있다. 마치 영국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한 것 때문에 테러 공격을 당할 위험이 더욱 커진 것처럼 말이다.

리비아·나이지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 정부들이 미군의 아프리카사령부를 멀리하려 했다. 잠비아 정부의 장관 마이크 물롱고티(Mike Mulongoti)는 아프리카사령부를 끌어들이는 것은 “거인을 집 안에 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상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군은 아프리카사령부 프로젝트를 정당화하는 근거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1998년 동부 아프리카의 미국 대사관들에 대한 폭탄 공격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테러리즘이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 뒤의 중요한 문단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최근 아프리카는 중동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원유 수입처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그 보고서는 더 나아가 아프리카사령부의 구실을 미군 남부사령부에 비유한다. 중남미 지역을 관할하는 남부사령부는 미국이 좌익 산디니스타 정부를 무너뜨리고 엘살바도르의 [우익] 암살단을 지원하기 위해 1983년 창설됐다.

아프리카사령부는 10월부터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 본부는 현재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다. 7백 명의 미군 병력이 주둔하는 데 따른 명백한 경제적 혜택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아프리카사령부 본부를 유치하겠다고 진지하게 제안한 아프리카 나라는 오랜 내전에서 겨우 회복되고 있는 라이베리아뿐이다.

구상(Initiative)

소말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이 재앙으로 끝난 지 2년 뒤인 1995년에 미국 국방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결국 우리가 아프리카에서 발견한 전통적인 전략적 이익은 미미하다.”

그 때 이후 사정은 완전히 바뀌었다. 대통령 부시는 2006년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이 중동에서 수입하는 석유의 75퍼센트 이상을 2025년까지 다른 곳의 석유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염두에 둔 유력한 대안이 바로 아프리카였다.

경제력과 제국의 힘은 항상 결합돼 있다. 2005년 “테러와의 전쟁” 진척 상황에 대한 미국 상원 보고서는 아프리카에 대해 매우 우려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알카에다 조직의 영향력과 응집력을 엄청나게 과대평가했기 때문이다.

그 해에 미국은 아프리카 서부 연안의 10개국과 함께 해상 안보망을 구축하기 위해 ‘기니만 방어 구상’(Gulf of Guinea Guard Initiative)을 출범시켰다. ‘기니만 방어 구상’의 작전 지역은 아프리카의 주요 석유 매장지와 정확히 일치한다.

몇 달 뒤 미군 특수부대 약 7백 명이 알제리·차드·말리·모리타니·모로코·니제르·나이지리아·세네갈·튀니지의 군대와 함께 3주 동안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

이런 군사 작전들은 아프리카 경제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기구들의 경제 권력을 강화하는 과정과 함께 진행된다. 심지어 아프리카에서 가장 친(親)서방적인 지도자들도 아프리카의 외채 위기 발생 과정에서 이들 기구가 한 구실을 알고 있다.

서방 은행들과 다국적기업들의 지배력은 안 그래도 비참한 대다수 아프리카인들의 경제 상황 악화에 일조했다.

1995년 나이지리아 국가에 의해 처형당하기 전에 켄 사로 위와[나이지리아의 언론인·소설가·환경운동가]는 셸이나 BP 같은 다국적기업들의 악행을 폭로하고 있었다. 그런 기업들이 나이지리아의 석유를 이용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 동안 평범한 나이지리아인들은 고통을 겪고 있었다.

지난 10월 평소에는 딱히 미국의 이익에 적대적이지 않은 케냐의 신문 〈스탠더드〉(Standard)는 아프리카사령부가 창설된 바로 그 때 탄자니아 정부가 “상업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석유 매장지를 자국 해안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우간다가 자국 서부 지역에서 검은 황금을 발견한 지 딱 1년 만이다” 하고 보도했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이해관계가 되살아난 이유가 석유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무력을 과시하는 데는 알카에다 ―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 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

중국은 지금 미국에 이어 아프리카의 두번째 교역 상대국이다. 아프리카와 중국의 무역액은 지난해 5백55억 달러에서 올해 7백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수그러들 조짐이 없다.

다른 제국주의 열강도 [아프리카에서] 저마다 영향력을 강화하려 애쓰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는 최근 아프리카를 순방했고, 시에라리온에 대한 영국의 군사 개입도 똑같은 과정의 일부였다. 토니 블레어가 아프리카위원회(Commission for Africa)를 제안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남아공이나 나이지리아 같은 아프리카의 아류 제국주의들도 나름대로 영향력을 과시하려 애쓰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아프리카사령부의 노골적인 미국 패권 과시에 적대적인 또 다른 이유이다.

지극히 불균등한, 그러나 아프리카 일부 나라들의 엄청난 경제 성장은 또 다른 효과를 낳고 있다. 거대 도시들이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20년 뒤에는 인구 1백만 명 이상의 대도시가 미국보다 기니만 지역에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극단적 빈곤 속에 살아가는 이들 도시의 대중은 저항의 온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방 열강의 제국주의 군대와 경제적 투자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중국의 무장하지 않은 투자를 받아들일 것인가(그러나 중국은 아프리카에 막대한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 그도 아니면 서방이나 중국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연합에 의존할 것인가 이 셋 중에서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

아프리카 전역의 도시들에서 벌어지는 저항 운동은 제3의 대안을 제공하고 있다. 이집트·나이지리아·기니·남아공에서 이미 노동자들과 빈민들은 움직이고 있다. 이런 운동들은 라틴아메리카의 운동 수준만큼 높아져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에 모두 반대하는 대중 투쟁이 여러 나라에서 벌어질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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