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 압박·무시가 낳은 위험한 북한 핵실험
대북 제재와 강경 대응은 재앙을 키울 뿐이다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그 여파는 한반도의 심각한 불안정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끔찍한 전쟁 경험을 직간접으로 겪은 남한 민중이 북한 핵실험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북한의 핵개발ㆍ미사일 발사 등의 행동은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경쟁을 부추기는 행위이자, 경제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을 희생한 대가라는 점에서 결코 지지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바로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대북 강경 정책이 불러온 결과다.
이미 미국의 대북 압박은 1994년에도 한반도 전쟁 위기를 부른 바 있다. 제네바 합의 이후 잠시 위기가 지연됐지만, 부시 정부가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이라크ㆍ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해 핵 선제공격 대상에 올리자, 북한은 본격적으로 핵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 네오콘들은 “우리는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를 쳐부쉈다. 우리는 북한군에 대해서도 똑같이 할 수 있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다 2003년 여름 무렵부터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미국은 마지못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게 된다. 그러나 미국이 1994년 제네바 합의 때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을 내밀어 협상을 지연시키거나 핵ㆍ미사일ㆍ인권 등을 빌미로 압박을 지속하면서 6자 회담은 큰 진척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북한은 2005년 2월 핵무장 선언을 한다. 이라크 수렁에 빠져 있는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여유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확실한 안전 보장을 받아내려는 계산이었다. 미국이 이런 북한을 달래려고 하면서 2005년 9ㆍ19 공동성명, 2007년 2ㆍ13 합의 등이 있었지만 미국은 매번 약속을 지키지 않고 다시 압박을 재개하곤 했다. 이런 미국의 압박과 무시를 참지 못한 북한은 2006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했다.
오바마 정부 또한 북한의 키리졸브 훈련 중단 요구를 무시하고 한반도 주변에서 엄청난 대량살상무기를 동원한 군사 훈련을 강행했다.
지난번 북한의 로켓 발사는 이런 오바마 정부의 대북 압박ㆍ무시 정책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번 북핵 실험 또한 미국이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을 통해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강경하게 비난하고 제재를 추진하려 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따라서 강대국들의 북한 비난과 제재 시도는 위선이고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3월 키리졸브 훈련에 참가한 핵항공모함 이 훈련 이후 북한은‘ 오바마는 부시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최근 PSI 전면 참가를 선언했다. 그러자 북한은 곧장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며 “그에 따르는 군사적 행동”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지난 1월부터 구축함ㆍ전투기 등을 전진배치하고 북한군의 공격 지점에 대한 정밀폭격 훈련을 해 왔다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와 미사일 방어(MD) 추진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강경 대응과 군비 증강은 일본과 중국 등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해 더 큰 위험을 부를 것이다.
한편 <레프트21>이 예측했듯이 지난 번 로켓 발사 직후 이명박 정부는 범민련 등 진보진영 활동가들을 탄압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는 정부를 비판ㆍ반대하는 진보적 활동가들을 ‘친북’ 혐의를 씌워 탄압하려 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견해와 관계 없이 북핵을 빌미로 한 국가보안법 이용 마녀사냥에 공동으로 맞서야 한다.
핵무기 애호가들의 위선적 북핵 비난
미국은 북핵을 비난하지만, 미국이야말로 1만 기 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실전에서 유일하게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핵무기 중독 국가’다.
오바마가 강화하려는 NPT(핵확산방지조약)는 기존의 핵무기 보유국의 핵은 문제시하지 않는 ‘핵독점권 보장 조약’이다. 이런 위선적 정책 때문에 미국은 프랑스ㆍ중국 등의 핵보유를 막지 못했고, 북한의 사례에서 보듯이 핵보유 도미노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만 위선적인 게 아니다. 일본 우파들은 북한 ‘위협’이 불거질 때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독자적 핵무장 명분 쌓기에 주력해 왔다. 일본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수천 기의 핵무기를 만들 능력을 준비해 두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남한에서도 한나라당ㆍ자유선진당 내 일부 우파 정치인들이 ‘핵주권’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나섰다. 이참에 핵 재처리 권리는 확보하자는 것이 대다수 우파들의 야심이다.
이런 ‘핵무기 애호가’들이 북한 핵실험을 비난하고 호들갑떠는 것은 역겨운 위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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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첫 화면으로ⓒ<레프트21> 6호 | 발행 2009-05-23 | 입력 200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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