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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인화:
교육을 돈벌이 삼으려는 서울대 법인화 중단하라

9월 2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서울대 법인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법인’ 서울대는 사립대와 마찬가지로 ‘이사회 소유’로서 국가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인사·행정 체제를 개편하고 수익사업·기금모금도 할 수 있게 된다. 이사회가 최고결정기구가 된 만큼 총장 직선제는 폐지되고 이사회에 총장 선임 자격이 주어진다. 서울대 법인화는 1990년대부터 추진돼 왔으나 번번이 학내외의 반발로 좌초했다. 그러나 이명박 취임 직후부터 ‘대학자율화’ 정책의 일환으로 법인화 추진이 본격화했다.

교과부 차관 이주호는 서울대 법인화를 계기로 “나머지 국립대의 법인화도 본격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총대를 멘’ 서울대에 ‘국·공유재산 및 물품의 무상 양여, 수익사업 수익금에 대한 법인세 면제, 재정 지원 등’ 특혜를 약속했다.

전체 대학(3백55곳)에서 국립대가 몇곳(44곳) 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국립대 법인화는 곧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다. 이미 정부가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방기해 온 결과 현재 국립대들은 ‘국립대’ 간판을 달기 민망할 정도다.

한국의 고등교육 재정에 대한 정부부담률은 GDP 대비 0.6퍼센트로, OECD 평균 1.0퍼센트의 절반수준이다. 이 때문에 서울대도 재정 중 국고의 비중은 4분의 1수준(26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민간부담률은 1.9퍼센트로 OECD 평균 0.4퍼센트의 4배에 이른다. 정부의 책임 방기로 생긴 구멍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메워왔다는 소리다. 그래서 한국의 사립대는 물론이고 국립대 등록금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울대는 10년 전보다 등록금이 2.5배에서 3배 가까이 올랐다.

‘재정 지원’을 명분으로 기업들도 국립대에 은근슬쩍 발을 들여놓았다. 서울대는 대표적으로 지난해 ‘기술지주 주식회사(Seoul Techno Holdings, Inc)’를 설립해, 대학에서 개발한 연구, 기술, 지식을 상품화해 수익을 창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요자 중심교육’, 즉 기업이 원하는 인력 양성을 위한 학사 제도들(영어강의 확대, 제2전공 의무화)도 도입했다.

서울대가 법인화되면 그나마 남아있던 공공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이런 과정을 훨씬 더 노골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교과부 차관 이주호는 “[서울대] 법인화 이후에도 정부는 재정 지원을 줄일 의도가 없다”고 했지만 부자들 세금은 깎아주고 복지 예산은 ‘과감하게’ 삭감하는 이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교과부는 내년 교육예산을 지난해에 비해 6.9퍼센트나 삭감했다.

서울대 안팎에서 법인화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법인화는 등록금 인상으로 학생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덩달아 “현재 국립대 등록금은 사립대의 절반으로, 그나마 [사립대] 등록금 인상을 막아온 것인데 서울대 법인화는 사립대 등록금 인상의 물꼬를 터”줄 것이다.(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교직원들의 처우도 나빠질 것이다. “요즘도 전기·수도·난방·가스·전화 다 외주 용역”을 쓰는 마당에, “법인화되면 당연히 [교직원 임금을] 삭감하지 않겠는가.” (배진수 서울대 공무원노조 위원장)

서울대 총장 시절 법인화를 강력히 추진해 온 정운찬은 당시 한 인터뷰에서 “[서울대가 법인화되면] 말하자면 사립대가 되는 것이고 하나의 커다란 기업이 되는 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요컨대 정부가 법인화 명분으로 내세우는 ‘자율성 확보와 획기적 재정확충을 통한 경쟁력 강화’는 공공성으로부터의 ‘자율’과 학생·학문을 수단으로 하는 ‘획기적 돈 벌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21일부터 사흘간 ‘법인화 찬반 학생 총투표’를 진행한다. 총투표 결과 반대 의견이 우세한데도 본부가 법인화를 강행한다면, 동맹휴업의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서울대 법인화는 의료, 수도, 철도 등 공공부문을 민영화해 모든 것을 시장에 팔아 넘기려는 흐름의 일부다. 교육 공공성을 파괴할 서울대 법인화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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