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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출국당한 이주노동자 인권 활동가 미누 인터뷰:
“이것이 18년간 한국에서 해 온 일에 대한 대답입니까”

‘친서민’을 표방하며 발톱을 숨기던 이명박 정부가 하반기 ‘노동자·서민 죽이기’를 위한 디딤돌로서 이주노동자 ‘인간 사냥’을 본격화하고 있다.

법무부는 10~12월을 ‘집중 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노동부·경찰청과 합동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에 나서기로 했다. 가장 힘없는 소수자들을 먼저 공격해 전반적인 공격으로 나아가려는 것이다. 이 공격의 첫 속죄양이 바로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크랙다운의 리더 미누다.

무려 18년 동안 한국에서 산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미누는 여느 이주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식당·봉제공장 등 한국 사회의 밑바닥에서 일하며 어렵게 살아 왔다.

음악에 재능이 있는 미누는 1999년 KBS 외국인 예능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정부의 감사패까지 받았다. 2003년 이주노동자 강제 추방 반대 농성에 참가하며 이주노동자 권리에 눈뜬 미누는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크랙다운을 결성해 한국 사회 이주노동자들의 고달픈 현실을 노래해 왔다. 또 이주노동자 방송국 MWTV 대표로, 다문화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며 한국 사회의 진보와 정의 실현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미누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런 미누의 이력 때문에 단속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미누마저 연행해 ‘다문화주의’ 가면 뒤에 숨어 있던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앞으로 벌어질 인간 사냥이 얼마나 야만적일지 짐작케 한다.

화성외국인‘보호소’ 면회실에서 철창을 사이에 두고 만난 미누의 표정과 목소리엔 고통보다 회한이 묻어났다.

“저는 지난 18년 동안 이주민들의 삶을 이야기하며 한국 사회와 이주민 사회의 소통을 돕고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데 힘을 보태 왔습니다. 돈도, 가족도 버리고 이 일을 선택한 것이죠. 미누라는 한 인간이 18년 동안 한국 사회에 살면서 해 온 활동들에 대한 정부의 대답이 이것이라면 솔직히 할 말이 없습니다.

“정부는 미등록이 문제라고 하지만 제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된 것은 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근본적으로 이주민에 대한 영주권, 이민 시스템이 문제인 것이죠. 정부가 말하는 ‘글로벌’, ‘선진’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한국에 이주노동자가 들어온 지 벌써 20년이 됐습니다. 정부도 한국에 이주노동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지, 정말로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주노동자 억압은 더 극심해져 올해 5월까지만 약 4만 2천여 명이 단속 추방됐다. 지난해 11월엔 단속반·경찰 2백60여 명이 마석 가구공단에 들이닥쳐 이주노동자 1백여 명을 싹쓸이 연행했고, 이런 ‘인간 사냥’을 이번에 다시 재현하려 한다.

이명박 정부의 끔찍한 ‘인간 사냥’에 맞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

국제엠네스티의 고발

이주노동자를 일회용품 취급하는 한국 정부

국제엠네스티는 10월 21일 발표한 보고서 〈일회용 노동자 : 한국의 이주노동자 인권상황〉을 통해 한국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을 통렬하게 폭로했다. 이주노동자의 이직과 체류 연장 여부를 고용주가 결정하게 만든 고용허가제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고용주의 폭력과 착취를 참고 견디거나 아니면 고용주한테서 도망쳐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고용주가 여성 이주노동자를 인신매매하듯 팔아 넘겨 성매매를 강요한 사례까지 있었다.

“이번 보고서를 준비하면서 이주노동자 60명을 만났습니다. 이들이 살고 있는 한국은 제가 알고 있는 한국과 달랐습니다. 이들의 한국 생활은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모욕적인 상황을 참고 견뎌야 하는 하루하루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불법체류자’라고 칭하며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단지 비자가 만료된 사람들일 뿐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들을 어떻게 단속하느냐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불법체류자’가 되는 이유를 찾고 이들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국제엠네스티 노마 강 무이코 동아시아 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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