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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현장 취재(11월 15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가 투쟁으로 폭발하다

새벽 5시 30분,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시트1부 노동자 40여 명이 사측의 폐업에 맞서 시트1부를 점거했다. 그러나 사측은 곧바로 관리직과 용역깡패 5백 명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무자비한 폭력 때문에 점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현대차 사측은 동성기업 폐업 몇일 전부터 공장점거에 대비해 예행연습을 했고, 울산 북구청에 신고하지도 않은 채 불법으로 공장 담벼락을 허물고 새로운 물류 운반로를 확보하는 등 만전을 기했다.

경찰은 언제나 그랬듯이 철저히 사측의 호위병 노릇을 했다. 사측이 고용한 용역깡패의 폭력 때문에 순식간에 시트1부는 아수라장이 됐다. 결국 시트1부를 점거한 노동자들은 경찰서로 끌려가고 일부는 부상을 입었다.

사측관리자들과 용역깡패, 경찰들에 의해 부상당한 노동자들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었다"

“저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오전 7시 15분경에 시트1부 공장 인근에 모인 노동자들은 “우리는 할 수 있다! 공권력은 물러가라”고 외치며 경찰 저지선을 뚫고 시트1부 앞에 집결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이후 2시간 동안 진행된 집회는 용역깡패들의 무자비한 폭력을 규탄하는 장이었다.

“우리가 조를 짜서 10명이 가면 용역깡패는 백 명이 덤볐다. 깡패들은 철근과 우리가 만들어 논 시트, 소화기를 던졌다. 머리에서 피가 나는데도 계속해서 던졌다. 저들은 인간도 아니었다. 머리가 깨졌는데도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곧바로 경찰에 넘겼다. 동지들이 쓰러지는 모습에 가슴이 찢어졌다. 겁이 났다. 덤볐다가는 내가 죽을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당장 공장 안에 들어갈 수 없지만 당당히 정규직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번 싸움으로 경찰서 가는 거 쪽팔리지 않다. 투쟁!”

“동지들이 폭행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깡패들은 끌려가는 동지들을 또 팼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현대차가 할 짓인가?”

울산 현대차 1공장 정문 앞에_모인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공장안을 바라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초대 사무장인 서쌍용 동지는 투쟁을 호소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2004년에 노동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는데 검찰은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그런데 지금은 대법원과 고등법원에서 정규직화 판결을 내렸다.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를 제대로 챙기자. 우리 몫이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싸우고 주변 동지들이 연대한다면 승리할 것이다. 아무리 험난한 길이라도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면 가자.”

고무적이게도 정규직 활동가 20여 명이 참가했다. 1공장에서 불법파견 철폐를 내걸고 대의원에 당선한 활동가들, 4공장에서 비정규직보다 더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에 열심인 활동가, 금속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금속민투위) 소속 활동가들이 연대 의지를 밝혔고 많은 박수를 받았다.

노동자들은 시트2부로 자리를 옮겨 또다시 연좌시위를 벌였다. 어느덧 집회 규모가 늘어나 4백여 명이 넘었다. 집회에는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울산시당의 임원들이 참가해 적극적 연대 의지를 밝혔다. 노동자들의 기습 시위에 당황한 사측은 시트1공장에 이어 또다시 시트2공장에 벽을 뚫고 부품을 빼내야 했다.

발언대에 올라선 시트2부 사업부 대표의 연설에서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 동안 폼 잡던 원청 관리자들 지금 뭐하고 있는가? 경찰 뒤에 숨어 있다. 시트1부 동지들은 점거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이제 우리가 약속 지켜야 할 차례다.”

“우리 요구는 크지 않다. 인간으로써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 같다. 조용조용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자. 정규직화 투쟁으로 주인공이 되자.”

1공장과 2공장에서 기습 파업이 벌어지다

현대차 사측은 용역깡패와 경찰을 동원해 강경 진압하면 노동자들의 기를 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사측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분노만 키웠다. 울산 1·2 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격적으로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노동자들이 시트 1공장과 2공장 앞에서 집회하던 중에 1공장과 2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후 1시부터 파업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동자들은 1공장과 2공장 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해 울산공장 정문 앞으로 향했다. 도로를 점거한 채 울산공장으로 행진하는 노동자들의 표정에는 사측과 경찰 폭력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이제는 제대로 한 번 붙어보자’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2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투쟁 과정에서 자신이 겪은 변화를 설명했다.

“처음에는 가만히 앉아 있으면 법원에서 해결해 주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쟁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파업 대열 앞에 서 있었다. 우리는 사기가 충만하다.”

아래로부터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가 건설되다

현대차 사측은 1·2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허둥댔다. 반면, 아침부터 집회, 행진, 용역깡패와 경찰 폭력에 지칠 만도 한 노동자들의 대열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대열이 늘어났다.

애초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쟁대위의 투쟁 계획은 시트1·2부를 제외하고는 잔업거부를 예정했다. 그러나 새벽에 시트1부 노동자들의 점거와 연행, 경찰 폭력에 대한 분노, 정규직 활동가들과 울산 지역 단체들의 연대가 늘어나면서 노동자들의 자신감은 드높아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쟁대위의 파업 지침에 기다렸다는 듯이 화답했고, 곧바로 1, 2공장의 라인을 끊고 파업에 돌입했다. 울산공장 전체의 분위기가 서서히 달궈졌다.

1공장 정규직 대의원회는 “정규직 조합원 및 관리자들의 대체 인력 투입에 단호히 대처하고 비정규직 투쟁을 엄호· 지지한다”고 결정했다. 결국 1공장의 몇몇 라인이 멈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2공장의 일부 라인도 멈추고, 4공장 역시 일부 대의원들이 관리자에 항의해 1시간가량 라인이 멈췄다.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집회하는 대열도 어느덧 1천 명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다. 집회에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도 참가해 현대차 사측의 불법을 규탄하고 광범하게 연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은 뜨겁게 환호했다.

다만, 현대차 정규직노조 이경훈 지부장의 발언은 실망스러웠다. 이경훈 지부장이 무대에 올라서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함성과 박수를 보냈는데, 그는 야유로 잘못 알아들은 듯했다. 그는 “왜 야유를 보내느냐?”며 다소간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또, “하루아침에 정규직을 요구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직접고용을 요구할 것인지, 아니면 고용을 유지하면서 점차 요구를 관철시켜 나가야 하는지 고민이다”고 했다. 이경훈 지부장의 발언에 박수치는 노동자들은 거의 없었다.

1공장을 완전히 장악하다

1공장 조합원들이 생산라인을 멈추자 투쟁 대오는 1공장으로 집결했다. 오후 9시 야간조 조합원 수백 명이 1공장 출입을 막고 있던 사측의 저지선을 뚫고 1공장 진입에 성공했다. 오후 10시 이후 나머지 사업부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도 1공장 진입에 성공해 8백여 명의 조합원들이 1공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이 1공장 점거를 성사시킨 것이다.

15일 오후9시 의장1부생산라인점거

1공장에서 원하청연대회의를 구성해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를 모범적으로 실천해 온 정규직 조합원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1공장 정규직 대의원 대표와 조합원들이 1공장 2층 진입로를 몸으로 막고 버텼다.

밖에 있던 노동자들이 1공장에 진입할 때도 정규직 대의원들이 앞장서 길을 안내하고 사측 관리자들을 밀어냈다. 사측 관리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해 밀고 나가자 길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1공장에 있던 노동자들과 나머지 노동자들이 저지선을 뚫고 만나는 순간 환호와 박수가 공장을 가득 메웠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진정한 힘을 느낀 순간이었다.

1공장을 점거하면서 투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제 투쟁은 시트부를 넘어 전체 공장으로 확대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진정한 현대차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