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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현장 취재(11월 20일):
“정규직의 연대가 지금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 기사를 읽기 전에 “[긴급]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 분신: 현대차 사측의 야만적 탄압이 비극을 불렀다”를 읽으시오.

11월 20일 울산 현대차 공장 앞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을 지지하는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황인화 동지의 분신 사태로 더욱 격앙되고 분노했다.

저들이 만든 법을 지키라고 호소하며 노동자의 몸에 불을 당겨야 하는 현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아직 전태일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레프트21〉 특별취재팀은 분노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연대 투쟁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노동자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이 날 집회에 참가한 4공장 송남섭 정규직 대의원은 현장의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조합원 다수는 사측 논리에 동조하지 않아요. 정규직 조합원 가운데 농성하는 비정규직 아들이 있는 경우도 제법 있죠. 현장에선 정규직이 비정규직 절대 외면하지 않습니다.

“비정규직이 깨지면 그 다음은 정규직이라는 위기감이 있어요. 현대차 조합원들은 20년 동안 투쟁 현장에서 살았죠. 돈 몇 푼 때문에 자존심을 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조합원인 비정규직도 특근과 잔업을 안하고, 자발적으로 월차를 내면서 투쟁을 지지하는 경우도 많아요.”

송 대의원은 정규직 현대차지부와 금속노조에 더 적극적인 연대를 촉구했다.

“파업을 하면 생산에 타격을 줘야 하는데, 지금 알바와 용역들이 투입되고 있어요. 현대차지부에서 최소한 대체인력은 막아야 합니다.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 엄호하고 농성에도 동참해야 해요.

퇴거요청서를 전달한다는 명분으로 강호돈 부사장이 관리자와 용역깡패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폭력이 난무한 현장에서 정규직 대의원들이 앞장서 스크럼을 짜고 ‘동지’들을 보호하고 있다. TV뉴스에선 강호돈이 부상을 당했다고 거꾸로 보도했다.
노조와의 충돌로 호흡곤란을 일으켰다는 강호돈은 농성장을 나와서도 기자들과 사측관리자들에게 긴 시간 상황설명을 하였다.

“금속노조는 제발 ‘뻥 파업’을 안했으면 좋겠어요. 한 두번 겪는게 아니잖아요.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투쟁을 해야 합니다.”

사측과 이명박 정부의 가혹한 탄압에 맞서 투쟁하는 KEC 조합원들도 연대하러 많이 왔다.

KEC 투쟁을 하고 있는 금속노조 구미지부 전병옥 조합원은 이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이 투쟁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역사적 투쟁이라 생각해요

“KEC에는 비정규직이 없어요. 그러나 다르지 않죠. 정규직 공격해서 비정규직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지금부터 싸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KEC처럼 노동자들이 반도체 공장을 점거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일입니다. 점거를 풀었지만 사측은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어요. 멈추지 말고 싸워야 합니다”하며 점거 파업을 계속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결의대회. 전국에서 파업 지지 대오가 몰려 와 연대 의지를 다졌다.

파업 조합원들의 가족대책위가 구성돼 연대를 호소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적 연대를 건설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분신한 황인화 조합원이 무사하기를 바라며 저녁 늦게까지 집회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 한 명과 정규직 조합원 한 명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연설을 했다.

사측 관리자들이 공장을 지키는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한 명은 분신한 황인화 조합원과 함께 4공장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조합원이고, 또다른 한 명은 황인화 동지와 지난 수년 간 함께 일하고 연대해 온 정규직 정동석 조합원이었다.

4공장 비정규직 조합원은 얼마 전 1공장에 생수, 라면을 전해 주려고 여성 비정규직 조합원들과 함께 1공장을 갔다고 했다.그러나 바로 사측은 버스를 몰고 와 그들을 위협했고, 용역 깡패들 5~6명이 둘러싸고 그들을 짓밟았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병원에서 나왔다는 조합원의 한 쪽 눈은 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고, 얼굴 한 쪽에는 눈에 띨 정도로 큰 상처도 나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끝까지 연대해 주십시오. 여러분, 우리 울산 비정규직 기억해 주시고 연대를 확산시켜 주십시오. 지금 우리는 죽을 각오로 싸우고 있습니다.

“상상도 못합니다. 지금까지 수십 명의 조합원이 연행당했고, 공장 안은 ‘법의 보호’라고는 전혀 없는 지역입니다.

“정규직의 연대가 지금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 무엇보다 최우선인 것이 정규직 연대입니다. 지금 최고로 필요한 일입니다.”

정규직 정동석 조합원이 이어서 말했다.

“1공장 안에 노동자들이 승리하려면 현장에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끈끈하게,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합니다.”

1공장 안에 있는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연대해 준 정규직 ‘동지’들에게 감사하며 더 큰 연대를 호소하는 편지를 썼다.

8시 이후 시작한 다시 시작된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정동석 조합원은 이렇게 발언했다.

“오늘 분신한 황인화 동지는 2005년부터 불법파견 철폐를 요구하면서 싸웠던 동지입니다. 저는 같은 4공장에 있으면서 같이 일하고 같이 싸워 왔습니다.

“저는 정규직, 그는 비정규직이었지만 우리는 하나였습니다.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대체 인력 투입을 막고, 물품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필요한 일이고 지지합니다.

“그러나 더 나아가야 합니다. 불법파견 철폐를 위해서는 정규직 지도부가 연대 투쟁, 연대 파업을 벌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투쟁은 전국적인 투쟁으로 확산돼야 합니다.

“22일 금속노조 대대에서 파업을 결의해야 합니다. 정규직이 위력적인 연대 파업을 벌여야 해요. 여기 오신 동지들도 전국적인 연대를 건설해 주십시오!”

그의 이 발언은 집회 참가자들의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1공장 안 소식

“황인화 동지 몫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합시다”

특별취재팀

1공장 점거 파업 농성장에서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황인화 조합원이 분신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크게 분노했다.

황인화 조합원은 2005년에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해 현재까지 현장위원으로 활동했다. 정규직화 투쟁을 하다가 2005년 8월에 해고됐고, 50일간 4공장 식당 앞에서 노숙 농성을 진행해 복직하기도 했다.

한맺힌 정규직 ‘사원증’. 투쟁으로 반드시 쟁취하자.

농성장에는 황인화 조합원의 빠른 쾌유를 비는 촛불이 켜졌다. “꼭 승리해서 [정규직] 사원증 가지고 면회 가자”는 노동자들의 의지가 담긴 메모가 붙어 있다.

분신 소식을 듣고 한 조합원은 “동료들과도 친하게 잘 지내고 따뜻한 사람이었는데…”하며 안타까워 했다.

“회사가 정규직화도 안하고 교섭도 안하고 폭력적으로 침탈하려고만 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어요.

“5년 전부터 투쟁하면서 관리자들한테 폭행당하기도 하고 해고되기도 했는데, 그런 한이 분노로 표출된 것 같습니다.”

농성 조합원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비정규직지회 이상수 지회장은 눈물 섞인 목소리로 절규했다.

“우리가 도대체 얼마나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요구에 현대 자본은 폭력으로 만행을 저지르고 있고, 조합원의 출입을 막고, 이곳을 고립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수십 명의 동지들을 병원으로, 경찰서로 보내는 현대 자본에게 지금 분노 밖에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혹스럽고 멍하지만 굳건히 우리가 왜 이곳에 있는지 그 이유를 동지들께서 다시 한 번 가슴 속에 새깁시다. 한 점 흔들림 없이 이곳을 사수하는 우리 모습이 바로 현대 자본을 압박하는 큰 무기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반드시 승리해서 2005년 돌아가신 류기혁 열사의 한을 풀고 다시 황인화 동지가 우리 품 안으로 돌아와 당당한 정규직이 되도록 묵직하게 투쟁합시다. 반드시 승리합시다.”

“우리 노동자는 하나다.” 이제 이 구호는 행동을 조직하는 구호가 돼야 한다.

쟁대위를 마친 각 공장별 대표들은 소속 조합원들을 소집해 황인화 동지 몫까지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1공장 사업부 대표는 “정몽구에게 책임을 물어 반드시 승리하자”고 외쳤다.

공장 안의 농성 노동자들이나, 공장 밖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가는 노동자들 모두 반드시 투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