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러시아혁명의 진실》: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이 됐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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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집트 혁명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지배자들을 쫓아버릴 수 있는지 생생히 보여 주고 있다.
세계 최초로 성공한 사회주의 혁명, 즉 1917년 러시아혁명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지배자들을 권좌에서 내쫓는 데서 멈추지 않고 권력까지 장악했다. 그리고 노동자 평의회, 즉 소비에트를 통해 노동계급이 사회를 실제로 운영할 수 있음도 입증했다.
대체 이런 혁명은 어떻게 일어났고, 그 과정은 어땠을까? 세계사나 사회 교과서식 설명이 아닌 그 ‘진실’이 궁금하다면, 빅토르 세르주
《러시아혁명의 진실》은 스탈린주의 저술가들이 화석으로 만들거나 왜곡한 혁명이 아니라 진짜 혁명, 즉 살아 숨쉬는 러시아혁명의 첫 해를 보여 준다.
러시아혁명의 첫 해는 1917년 11월 7일
《러시아혁명의 진실》은 이 기간을 자세히 다루면서, 러시아혁명이 소수가 일으킨 쿠데타라거나, 볼셰비키와 레닌 때문에 혁명이 스탈린주의로 변질됐다는 주장에 생생한 반론을 펼친다.
진정한 혁명적 대중 권력 기관
10월 25일 페트로그라드에서 혁명이 일어나기도 전에 이미 10월 초부터 전국에서 자발적인 봉기가 터져 나왔고 농민반란이 전국을 휩쓸었다.
10월 22일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의 날, 봉기의 찬반을 묻는 대대적인 투표가 있었고, 대다수 투사들이 봉기에 찬성했다. 봉기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마치 한 사람이 그러는 것처럼 손을 들었다.” ‘소비에트는 혁명을 이룰 것이고, 여러분에게 토지와 빵,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혁명가 트로츠키의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군중은 치켜든 손을 내릴 줄 몰랐다.
혁명은 조직적으로 진행됐다. 병사, 수병, 노동자 들은 보급품과 실탄 재고량을 점검하는 등 전투에 나설 준비를 했고 자신들의 지휘관을 선출했다.
10월 25일 아침부터 혁명을 지지하는 노동자와 병사 들이 자본가 임시 정부가 들어선 동궁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이에 임시 정부의 수장이던 케렌스키는 충성스런 부대를 이끌고 금방 돌아오겠노라고 약속한 뒤 궁전을 나와 도망쳤다.
봉기는 근본적으로 노동계급의 의식적인 권력 장악이었다. “행동은 열정적으로 계획되고 주저 없이 실행됐다. 혁명은 유혈 사태 없이 신속하게 승리했다. 페트로그라드 봉기는 완벽하게 조직된 대중운동의 모범이다.”
음모나 당의 지지가 아니라 반드시 대중의 지지를 받고 대중의 혁명적 고조에 의거해 봉기를 해야 한다는 러시아혁명가 레닌의 주장처럼, 러시아혁명은 대중적 참여와 지지 속에 가능했다.
세르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중이 명확한 의식을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은 조직뿐이다. 조직이 없다면,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1917년 러시아에서 봉기를 일으킨 대중은 볼셰비키당이라는 조직을 통해 자신들의 필수적 과제, 수단, 목표를 명확히 인식했다. 이 말은 이론이 아니라 사실을 서술한 것이다.”
또, 세르주는 레닌이 이끈 당이 나중에 스탈린이 지배하는 당과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히려 스탈린은 볼셰비키 전통을 대변하던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세르주가 묘사한 레닌과 볼셰비키의 대외 정책도 스탈린의 정책과는 정반대였다.
레닌은 러시아혁명으로 세운 노동자 권력이 다른 나라 노동계급에게까지 확산되기를 바랐지만, 스탈린은 ‘일국사회주의’를 주장하며 혁명의 국제적 확산을 가로막고 파괴하는 구실을 했다.
스탈린 체제는 러시아혁명의 자동적 결과가 아니었다. 일련의 구체적 사건들, 특히 독일혁명의 패배와 혁명 러시아의 노동계급이 국제적 고립과 내전, 궁핍 속에서 해체된 것이 낳은 결과다.
세르주는 《러시아혁명의 진실》을 두 명의 혁명가에게 바친다고 했는데 그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다.
그는 트로츠키와 이견이 많았지만, 트로츠키를 깊이 존경했고 트로츠키 저서들을 불어로 번역하는 등 트로츠키의 주장을 알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러시아혁명의 진실》을 읽으면, 세르주가 우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과거에 승리한 노동자 혁명에서 교훈을 끌어내고 다음 혁명의 성공에 필요한 준비를 제대로 하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