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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주의 연재:
금융화와 금융자본만이 주된 문제인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체제의 정당성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한국에서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같은 책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레프트21〉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비판하고, 대안을 검토하는 연재를 싣는다.

① 자본주의는 왜 끔찍한 불평등을 낳는가

② 시장은 효율적인가

③ 금융화와 금융자본만이 주된 문제인가

④ 기후변화는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⑤ 국가가 시장의 광기를 통제할 수 있는가

⑥ 왜 전쟁은 왜 끊이지 않는가

2008년에 시작된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직접적 촉발점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붕괴였다.

금융 위기가 시작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위기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세계 각국에서 은행 위기가 계속되고, 이 위기가 그리스·포르투갈·아일랜드 등의 재정 위기로 옮아가고 있는 것에서 보듯, 금융 위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기가 막히는 것은 전 세계를 투기판으로 만든 거대 은행들이 막대한 정부 지원으로 살아나자, 임원들에게 엄청난 보너스를 지급했을 뿐 아니라 구제 금융으로 취약해진 정부 재정을 빌미로 복지·임금 삭감 등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주류 언론과 미국 의회조차 이번 금융 위기는 “일부 금융기관들의 탐욕, 어리석음”과 “정부 규제 실패” 때문이라고 인정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무분별한 이윤 추구로 세계를 망쳐 버리고 그 대가를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금융자본을 통제하길 바라는 것은 매우 정당하다.

그러나 이번 경제 위기를 온전히 금융자본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부족함이 있다. 금융자본의 탐욕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며, 탐욕에 눈이 멀면 어리석어질 수 있다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문제는 금융자본이 투기를 일으킨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얻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국 진보진영의 상당수는 주주 이익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주주 자본주의’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예를 들어, 장하준 교수는 “배당금을 높이고, 자사주 매입을 늘릴수록 사내 유보 이윤은 줄어들고, 그에 따라 투자도 감소된다” 하고 말한다.

즉, 신자유주의 시대에 주주들이 많은 배당을 받아내 금융 부문은 비대해졌지만, 반대로 기업 투자가 줄어들고, 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비정규직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주주 자본주의’론은 금융만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시대에 성장률이 떨어지고,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복지·임금이 삭감된 것도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주 자본주의’론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아니다. 기업들이 배당을 늘린 것은 사실이지만 사내 유보 이윤 또한 증가했다.

현재 미국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2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한국에 상장된 6백여 비금융기업의 현금 자산도 1백조 원이 넘는다. 한국 기업들의 부채비율도 1997년에 4백 퍼센트대에서 최근에 1백 퍼센트대로 급속하게 낮아졌다.

게다가 배당금 지급이 실물 부문에 투자할 재원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 높은 배당금이나 사내 유보 이윤은 금융기관에 보관되는 것이고, 금융기관들은 그 돈을 실물 부문에 대출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 시대에 기업과 금융기관이 보유한 돈은 늘어났다. 게다가 기업 투자를 촉진한다며 국가는 규제 완화, 부자 감세로 기업 투자를 유도했지만 부자들은 파생금융상품 등의 투기에 매달릴 뿐 생산적 투자는 기피했다.

이것은 실물 부문의 투자 감소와 금융 부문의 비대화라는 현상의 근본적인 이유가 실물 경제의 변화에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윤율 저하 경향

신자유주의 시대에 실물 경제에 대한 투자가 감소한 이유는 마르크스가 지적한 자본주의의 ‘이윤율 저하 경향’과 관련 있다.

많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이 밝혔듯이, 전 세계 자본주의는 1960년대 말 이후 이윤율이 떨어져 왔다.

복지·임금 삭감과 부자 감세 등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부자들의 이윤을 늘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1980년대 이후 이윤율이 조금 올랐지만 1960년대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못했고 따라서 투자도 회복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윤율 하락이 실물 부문의 투자 하락과 금융 부문 비대화의 진정한 원인이므로 “각종 정책 수단(예를 들어 부자와 기업의 감세를 허용하는 대신 투자를 조건으로 제시)을 통해 부자들로 하여금 더 많이 투자하도록”(장하준) 해야 한다거나 금융자본을 통제하는 방법만으로는 경제 위기를 끝낼 수 없다.

또, 이윤율 하락이 경제 위기의 진정한 원인이라는 마르크스의 설명은 왜 세계 지배자들이 위기 탈출의 해결책으로 임금·복지 삭감을 핵심 정책으로 하는지도 설명해 준다. 임금·복지를 삭감해야만 이윤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의 한계는 자본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자본 간의 경쟁은 생산력을 높이도록 만들지만 또 이윤율 하락도 낳는다. 자본주의에서 생산의 목표는 사람들의 필요가 아니라 이윤이기 때문에 이윤율 하락은 생산의 급작스런 중단, 대규모 기업 파산과 함께 실업·빈곤·비참함을 낳는 것이다.

금융자본에 반대할 뿐 아니라 생산이 이윤 추구에 종속되지 않는 사회, 다시 말해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사회를 만들어야만 발전하는 생산력을 인류의 복지와 번영을 위해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