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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과 NGO — 진보는 어떻게 가능한가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이 한나라당 지지율을 뛰어넘어 고공행진 중이다.

그동안 민주당 바깥에서 세력을 키워 온 친노세력과 진보적 NGO 인사들, 그리고 한국노총과 합당한 것이 대중의 기대감을 키웠다.

‘좌클릭’ 정책 발표도 계속되고 있다. 과거에는 ‘비현실적이고 과도하다’며 무시하던 진보진영의 요구를 요즘은 거의 그대로 갖다 쓴다.

이런 양상은 민주통합당의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화됐음을 보여 준다.

민주통합당에 결합한 NGO 활동가들은 과연 ‘자장면 위의 완두콩’을 넘어서 나갈 수 있을까

특히 김기식, 남윤인순, 이학영 등 진보적 NGO의 핵심 리더 출신들이 민주통합당에 입당하면서 이 성격이 강화됐다.

이들은 NGO들이 오랫동안 표방하던 ‘정치 중립’에서 벗어나 시민정치운동 조직을 만들어 야권연대를 주도하다가 민주당에 입당했다. NGO의 ‘대부’였던 박원순 서울시장도 곧 민주통합당에 입당할 듯하다. 이 점은 한국노총이라는 노동기반과 함께 민주통합당의 다계급적 기반을 보여 준다.

따라서 지난 호 〈레프트21〉 기사 ‘돌아온 친노,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민주통합당의 자본가계급 기반만을 일면적으로 강조한 것은 다소 부정확했다. 물론, 민주통합당의 주요 기반이 자본가계급에게 있고, 그것이 민주통합당의 한계라는 주장은 옳았다.

‘비정치적 사회운동’에서 정치세력화로

남윤인순 씨는 정당에 직접 뛰어든 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지난 3년간 정책을 요구하고 정책을 반대하는 활동을 하면서 크게 무력감을 느꼈다”, “정치는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이후 제도정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날아라! 여성》)

사실, NGO들은 ‘비정치적 사회운동’을 표방하면서도 민주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개혁입법을 위해 정치인들을 만나 설득하고 로비하는 것이 그들의 주요 활동이었다.

박원석 참여연대 전 협동사무처장은 NGO의 활동 방식을 두고 “평상시 운동에서의 가치나 정책은 진보정당과 친화성이 더 크고 민주당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현실 정치를 선택할 때는 민주당으로 휩쓸려 간다”고 지적한 바 있다.(《진보의 합창》)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NGO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불만을 어느 정도 흡수하려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이런 끈들이 느슨해지거나 사라졌다. 이것은 NGO 인사들이 정치운동에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의 배경이 됐을 것이다.

NGO들이 ‘정치 중립’을 말하기보다는 솔직하게 정치적 견해를 내놓고 토론하는 것이 더 낫다.

NGO들도 대안적 정치세력을 창출하는 데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 다만, 어떤 정치냐가 진정한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NGO 출신 대부분이 택한 정당은 민주통합당이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그들의 바람대로 “정치체제를 바꾸”고, NGO의 진보적 정책을 실현할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이 점에서 NGO가 앞서 민주당 정부에 긴밀히 개입하고 참여한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08년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시민운동은 보수화되어 가는 노무현 정부와 구분되는 독자적 사회 비전을 갖춘 독립적 주체임을 입증하는 데 실패”해 동반 추락 효과를 면하지 못했다는 성찰적 평가를 한 바 있다.

파병, 한미FTA 등 노무현 정부의 보수적 정책들에 NGO들이 맞서는 일이 여러 차례 벌어졌음에도, “한두 사안이 아니라 정권 자체가 문제였을 때 시민단체들은 운동이 정권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거부했[고] … 실패한 정권을 대체할 전략적 대안을 내놓지는 못했던 것”이다(김하영, 《한국 NGO의 사상과 실천 - 마르크스주의적 분석》).

그런데 이렇게 노무현 정부와 동반 추락을 겪던 NGO들이 몇 년 만에 그 세력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간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어떤 정치냐

지금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다 하더라도 그 당에 대한 불신이 걷힌 것은 아니다. 박원석 참여연대 전 협동사무처장도 박원순 시장의 민주당 입당을 만류하면서 이렇게 지적한다. “여전히 민주당 내부에는 한미FTA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동조하는 세력 … 이 있습니다. 또한 과거 정부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정책 실패 책임은 눈감은 채, 하루아침에 ‘시민’, ‘혁신’, ‘진보’를 자임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4년 동안에도 이명박 정부의 핵심 악법들을 제대로 막아낸 게 없다. 미디어법, 한미FTA는 말할 것도 없고, 한명숙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조용환 대법관 임명 부결조차 막지 못했다.

한명숙 대표는 새누리당의 ‘X맨’이라는 김진표를 원내대표로 유임시켰고, 공천심사위원에 한미FTA 협상파 인물들을 앉혔다.

그래서 “민주당에는 지금 새누리당의 강령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조국), “민주당 의원 절반은 물갈이 해야 한다”(선대인)는 비판이 나온다.

그런데 민주당의 이런 ‘무능’은 단지 김진표 같은 소수의 ‘X맨’ 때문만은 아니다. 문재인 같은 친노세력도 “한미FTA 반대 논리가 과장돼 있다”며 폐기 입장과는 거리를 뒀다. 이것은 민주통합당에 새로운 세력이 일부 들어올지라도 그 핵심 인적·재정적 기반은 여전히 기업가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안희정·이광재 등 친노 정치인들도 기업과의 부패 사슬에 연루돼 왔다. 더구나 이들은 부르주아 야당으로서 자본주의 국가를 운영하는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하려 한다.

민주통합당이 기업주와 부자 들의 반발을 뚫고 지금 내걸고 있는 ‘좌클릭’ 공약들을 실현하려면 아래로부터 투쟁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미 우리가 목격했듯이, 민주통합당은 그 계급적 기반의 한계 때문에 이런 저항을 일관되게 지지하고 함께할 수 없다.

그 점에서 “시민운동이 또 한 번 민주당에 물 대주는 역할을 해[선 안 된다]”, “정치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지금은 진보정치가 확장성을 갖도록 힘을 실어줄 때”라는 박원석 참여연대 전 협동사무처장의 지적은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