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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호소는 실상 미등록 이주민 구금 시설이다
미등록 이주민을 합법화하라

법무부가 외국인보호소 구금 기간에 상한을 두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외국인보호소 무기한 구금을 가능하게 하는 출입국관리법의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5년 5월 말까지 대체 입법을 주문했다. 그러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2025년 6월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이 결정은 운동이 거둔 소중한 성과였다.

외국인보호소는 미등록 이주민 등 강제 추방을 앞둔 이주민을 출국시키기 전까지 구금하는 시설이다. 잠시 머물다 출국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체불 임금이나 소송 등 한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거나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 난민의 경우 장기 구금되곤 한다. 5년 가까이 구금된 사례도 있다.

보호소 내 환경과 처우는 매우 열악하고, 보호소 직원들이 구금된 이주민을 괴롭히는 일도 다반사다. 구금된 이주민들은 이러한 억압적인 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며 때때로 항의를 벌였다. 보호소 바깥의 연대 단체들은 이런 소식을 파악해 꾸준히 공론화하고 정부에 항의하며 때로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 덕분에 2021년에는 화성외국인보호소 당국이 구금된 모로코인 난민에게 ‘새우꺾기’ 고문을 한 사실이 폭로됐고 공분이 일었다. 이때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도 벌어졌다. 이런 항의와 캠페인 덕에 외국인보호소 무기한 구금에 헌법불합치 판결이 났던 것이다.

“이곳은 화성 관타나모” 2021년 화성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고문 사건 항의 기자회견 ⓒ이미진

그러나 법무부 개정안은 여러 통제 조처를 함께 도입하는 내용이라, 구금된 이주민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 한계가 너무 많다.

개정안은 구금 기간 상한을 1년 6개월로 둔다. 그러나 미등록 이주민을 구금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 미등록 이주민은 범죄자가 아니다. 그저 행정적 위반을 저질렀을 뿐이다. 그런데 외국인보호소 구금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가 박탈에 이르러 형사 절차상 ‘체포 또는 구속’에 준”한다.(헌법재판소 결정문)

미등록 체류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며 한국 경제에 기여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다.

구금된 이주민이 구금 기간 상한에 도달해 풀려나더라도 여전히 미등록 이주민 신분이기 때문에 창살 없는 감옥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개정안은 출입국 당국이 풀려난 이주민에게 정기적 보고와 출석, 연락처 제출 등의 조건을 붙여 감시할 수 있게 한다.

게다가 이를 어길 경우 1년 6개월을 다시 구금할 수 있다. 또한 “도주하거나 도주할 염려”만 있어도, “법령에 반하는 활동 또는 취업을 한 경우”에도 재구금할 수 있다. 구금에서 풀려난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머물려면 경제 활동은 불가피하다. 결국 구금과 출소를 반복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개정안은 법무부 장관 대신 ‘보호외국인 심의위원회’가 구금 이의신청을 받고 3개월마다 구금 지속 여부를 심사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기구는 법무부로부터 전혀 독립적이지 않다.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을 임명하며, 위원들을 임명하거나 해임할 수 있다. 그나마 이 위원회는 개정안 시행일로부터 5년간만 존속하도록 돼 있다.

개정안은 오히려 개악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개정안은 구금된 이주민의 “출국 거부,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송환이 어려운 경우 [출입국 당국이] 직접 국외로 호송하거나 선박을 임차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출국하지 않으려는 구금 이주민을 강제로 쫓아낼 근거를 만든 것이다.

난민의 경우 난민법의 강제 송환 금지 규정이 우선 적용되지만, 그럼에도 난민이 강제 송환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예컨대 난민 중에는 한국의 난민 제도나 신청 방법을 모르는 등 여러 사정으로 난민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가, 보호소에 구금돼 추방 위기에 직면해서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개정안에 따르면 출입국 당국은 이들이 난민 신청을 하기 전에 송환해 버릴 수 있다.

이처럼 법무부 개정안은 운동이 거둔 성과를 왜곡하고 축소시키려는 것이다.

정부는 이주민의 정치적 자유를 더 억압하려 한다

법무부 개정안에서 정치 활동을 하다 구금된 이주민을 구분해 더 가혹하게 대하는 점도 눈에 띈다.

개정안은 국가보안법, 테러방지법, 형법의 내란죄·외환죄·국교에 관한 죄(외국 국기 손상이나 오욕도 해당된다) 등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 첫 1년 6개월의 구금 기한이 지나도 풀어 주지 않고 추가로 1년 6개월 구금을 할 수 있게 한다. ‘공공질서 및 국민의 안전을 해치는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범죄에 대한 처벌을 이미 치른 상태에서 보호소 구금도 모자라 다른 이주민보다 더 오래 구금하는 것은 이중 삼중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게다가 해당 법률들은 모두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적 권리를 가로막는 악법이다. 이런 법률로 처벌받은 이주민을 보호소에 더 오래 구금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이주민의 정치 활동을 억압할 수단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2000년대 초 노무현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미등록자 합법화 요구와 고용허가제 반대, 이라크 전쟁과 한국군 파병 반대를 ‘반한’(反韓) 활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리고는 1997년에 한국에서 추방당한 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알고 보니 알카에다 조직원이었다는 식으로 테러와 연결시키려 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해쳤거나 해칠 우려”만 있어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난민법 개악안을 입법 예고했다. 입법 예고 시점으로 봤을 때, 정치 난민들이 참가하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겨냥한 것이었다. 정치 난민 중에는 자국 정부의 탄압에 맞선 투쟁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활동가들이 적잖이 있다.

이런 이주민들이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가 1년 6개월을 버티고 다시 풀려나 활동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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