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위기의 근원은 식민지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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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활동가 클레어 퍼몬트가 외세의 간섭과 민중의 저항으로 아로새겨진 아이티의 역사를 다룬다. 이 글은 영국 월간지 〈소셜리스트 리뷰〉 282호(2004년 2월)에 처음 발표됐다. 2004년은 당시 대통령 아리스티드가 군부 쿠데타로 쫓겨나자 유엔평화유지군이 아이티에 주둔하기 시작한 해였다.
강진 때문에 심각한 위기와 고통을 겪고 있는 아이티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2백 년 전에 투쌍 루베르튀르가 이끄는 노예들의 오합지졸 군대가 유럽의 우수한 식민지 군대들을 물리치고 아이티의 독립을 쟁취했다
1700년대에 아이티
1791년 산 도밍고의 노예들은 프랑스 혁명 사상에 고무돼 봉기했다. 농기구만으로 무장한 그들은 그 뒤 12년 동안 노예 소유주들이 끌어 모은 무장 세력들, 스페인 침략군, 영국군 6만 명
그 혁명은 아메리카 전역의 노예 식민지들에 충격을 주었고, 다른 노예 반란들과 존 브라운 같은 노예제 폐지론자들을 고무했다.
노예 소유주였던 미국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아이티를 고립시키는 운동에 앞장섰다. 승리한 노예들은 식인종으로 매도당했다. 아이티와의 무역은 제품 구매를 거부당하거나 미국 상인들의 이익에 맞게 조작됐다. 아이티 독립 승인은 62년 동안 거부당했다.
한편, 아이티인들은 그들의 피만이 아니라 현금으로도 독립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프랑스는 독립의 대가로 1억 5천만 금화 프랑
아이티에 대한 프랑스의 금융 지배는 1915년 미국이 아이티를 침공해 봉기를 분쇄할 때까지 계속됐다. 그 뒤 19년 간의 군사 점령기에 미국 해병대는 약 6만 명의 아이티인들을 학살했다. 미군은 “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1956년 미국의 지원을 받은 “파파 독” 프랑수아 뒤발리에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미국은 “공산주의” 쿠바에 대항하기 위해 뒤발리에 정권을 지원했고, 뒤발리에는 통통 마쿠트 민병대의 도움을 받아 독재 정권을 수립했다. “파파 독”의 뒤를 이어 “베이비 독”이 1971년부터 1986년까지 통치한 뒤발리에 독재 정권은 수만 명의 아이티인들을 학살하고, 국고에서 수억 달러를 도둑질했다.
“파파 독”과 “베이비 독”
1980년대 말에 가톨릭 신부 장-베르트랑 아리스티드가 포르토 프랭스
개혁 조처들을 시행하려던 아리스티드의 노력은 외세의 개입에 부딪혀 좌절했다. 통화 가치는 절반으로 떨어졌고 실업이 증가했으며 빈곤이 심화했다. 미국이나 국제 금융계보다 전투적 대중을 더 두려워한 아리스티드는 민중에게 반란을 일으키라고 호소하지 않고 온유한
미국이 훈련시킨 군인들이 주도한 군사 쿠데타로 아리스티드는 집권 7개월 만에 쫓겨났다. 수천 명의 아이티인들이 살해당하고 고문당했다. 유엔은 아이티인들을 도와 주겠다며 경제 제재를 가했다. 아이티의 빈곤은 더 심해졌다.
3년 뒤인 1994년 9월 미국 대통령 클린턴은 자신이 아이티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아리스티드가 권좌에 복귀할 수 있도록 2만 명의 군대를 파병한다고 공표했다.
“민주주의 회복 작전”의 배후 동기는 클린턴이 주장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첫째, 클린턴은 미국 해안으로 몰려드는 수천 명의 아이티 “보트 피플”에 대한 미국 국내의 적대감에 직면해 있었다. 이것은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하면 해결하겠다고 공약한 “위기”였다.
둘째, 이제 막 소말리아에서 치욕을 당한 미국에게는 군사적 성공 사례가 필요했다.
셋째, 미국 당국은 아이티의 군대가 머지않아 민중 반란으로 타도당할까 봐 두려워했다.
넷째이자 결정적 요인은 아리스티드 자신이 미국의 볼모나 다름없는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아리스티드는 자신이 권좌에 복귀하는 대가로 국제 자본이 아이티 경제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데 동의했다. 1993년에 그는 저임금 유지, 국유기업 민영화, 관세와 기타 수입 규제 조처 폐지 등을 요구하는 국제통화기금
아리스티드 정부가 추진한 이런 정책들은 당연히 빈곤과 불평등 심화를 초래했다.
이조차도 국제 늑대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2000년 5월 선거에서 아리스티드의 라발라스 가
이 모든 것이 현재의 위기를 설명해 준다. 애초 공약을 지키지 못해 인기가 폭락한 아리스티드 정부는 지금 경찰 폭력과 시위 진압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야당 세력을 후원하고 경제의 숨통을 죔으로써 민주주의를 계속 훼손하고 있다. 복수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