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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을 궁지에 몰아 넣을 낙태 징역형 선고

여성의 요청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라 2010년 8월 31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임신출산결정권을위한네트워크>는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지 말라" 요구안을 발표했다.

최근 울산지방법원(판사 김정민)은 낙태 시술한 의사에게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징역형을 받은 의사는 지난해 여성의 요청으로 임신 10주 된 태아를 낙태 시술했다. 나중에 이 여성이 이혼하는 과정에서 낙태 사실이 남편에게 알려졌고, 그 남편이 의사를 고소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병원이 한 또 다른 낙태도 문제 삼았다. 한 청소년이 남자친구와 합의해 낙태 시술을 받았는데,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여성의 부모가 의사를 고소한 것이다.

이번 징역형 판결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에서 낙태는 불법이지만, 국가가 오랫동안 출산율을 조절하기 위해 낙태를 묵인했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낙태 시술이 일반화됐다. 그래서 기소 건수 자체가 적었고, 기소되더라도 대부분 선고유예에 그쳤다.

낙태 금지법과 현실의 괴리가 워낙 커서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 산부인과의사회 등도 초기낙태를 허용하고 사회경제적 허용 사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안을 내놓을 정도다. 법무부 형사법개정특별심의위원회도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례적

게다가 이번에 처벌 대상이 된 임신 10주 낙태는 세계적으로 널리 합법화됐고, 한국에서도 흔히 용인되던 초기낙태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 때문에 사실상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기 힘든 미혼 여성·청소년의 낙태에까지 처벌의 잣대를 들이댄 것도 이례적이다.

올해 초부터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 시술 의사를 고발하고, 정부가 낙태금지 캠페인을 벌이는 등 낙태를 범죄시하는 분위기가 강화되자 낙태 판결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번 판결만이 아니라 지난 4월에도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고발한 한 산부인과 사무장이 구속됐고 그 후 낙태 시술 의사는 징역형을 받았다.

김정민 판사는 판결문에서 “선고유예에 그친다면 불법 낙태가 근절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형을 선고했다”며 낙태금지론자들에게 힘을 실어 줬다.

그러나 처벌은 결코 낙태를 줄일 수 없다. 낙태가 합법화된 나라들보다 불법인 나라들에서 낙태율이 오히려 더 높다. 원치 않는 임신은 언제든 생길 수밖에 없고, 초기에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낙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번 판결이 유지된다면 선례로 남아 낙태 시술이 또다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올해 2~3월처럼 낙태 비용이 치솟아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이 비싼 수술비와 처벌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고통받는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은 이혼할 남편과 판사가 낙태를 선택한 여성의 의사를 무시하고 여성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낙태금지법이 있는 한,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이다.

출산은 여성의 삶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출산에 뒤따르는 책임을 감당할 당사자도 여성이다. 따라서 낙태는 정부도, 판사도, 남편도 아닌 여성이 선택할 권리다.

올해 들어 낙태권이 유난히 공격받는 이유는 저출산 현상 때문에 자본주의 체제의 안전판 구실을 하는 가족이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우파들은 여성의 낙태 선택권을 공격하고 가족에 헌신할 것을 강조하면서 여성을 옥죄려 한다.

이번 징역형 판결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이 유지될 수 없도록 여성의 낙태 선택권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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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여성 임신중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