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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조절’ 연장 투쟁을 반성적으로 돌아보며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수급 조절’ 연장을 요구하며 투쟁해 일부 승리를 거뒀다.

건설노조는 6월 22일 하루 파업을 하고 1만여 명의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후, 6월 30일부터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노숙 투쟁을 벌였다. 7월 7일에는 전국의 덤프·레미콘 차량을 끌고 과천으로 모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놀란 정부는 결국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수급조절을 요구한 이유는, 지금도 열악한 처지를 더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차량 가동률이 48퍼센트 밖에 안 돼 장비 두 대 중 한 대는 세워놓고 있는 실정이고, 건설 시장의 침체에 따라 일거리는 점점 더 줄고 있다.

그런데 수급 조절을 풀면, 일부 업자들이 수십 대의 신규 차량을 구입해 현장에 들어와 노동조건을 후퇴시키고 일을 독점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최악의 상태로 몰릴 것이다.

더구나 외교통상부가 그토록 수급 조절을 해제하려 했던 것은 FTA와 연관이 있다. 외교통상부는 수급 조절이 한-미 FTA와 한-EU FTA, WTO 서비스협정 등에 통상 분쟁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특히 굴삭기의 수급 조절을 제외하라고 요구했다.

이명박 정부는 외국의 대형 장비 업체들과 FTA를 찬성하는 국내 자본가들의 이익을 대변해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신자유주의 신봉자다. 이런 정부에 맞서 더 큰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투쟁은 기존의 덤프·레미콘 차량의 수급 조절을 연장시키기는 했지만, 새롭게 요구한 굴삭기 수급 제한은 쟁취하지 못했다. 건설기계 지부장들은 굴삭기가 빠진 수급 제한을 받아들이고 차량 상경 투쟁을 취소했다. 이제 막 조직이 시작된 굴삭기 쪽의 조합원들이 많지 않아 투쟁을 벌이기 쉽지 않다는 생각에, 나도 이런 결정에 찬성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태도는 문제였다. 나는 이번 투쟁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고, 무엇보다 굴삭기 조합원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 고민이 든다. 어떻게든 덤프·레미콘 조합원들을 설득해 함께 싸우자고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노동자들의 단결을 도모해 볼 수 있었을 것이고, 더 많은 굴삭기 노동자들을 노조에 가입시키는 데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