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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물가 상승, 실질임금 감소:
임금 인상 투쟁이 중요하다

지난해와 올해 직장인들의 새해 소망 1위는 압도적으로 임금 인상이다(직장갑질119 발표).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실질임금이 2년 연속 하락(2022년 -0.2퍼센트, 2023년 -1.1퍼센트)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는 2022년 5.2퍼센트, 2023년 3.6퍼센트 오른 데 이어 올해에도 상승률이 3퍼센트를 웃돌고 있다. 올해 1분기 생활필수품 물가 상승률이 5.5퍼센트인 점을 고려하면 노동계급 사람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은 더욱 심각하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도 늘어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사용자들은 고물가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계속 전가하려 혈안이다.

계속되는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노동계급의 삶을 지키고 개선하려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을 발휘해 싸워야 한다 ⓒ이미진

총선 참패에도 윤석열은 재정 긴축 기조를 유지하려 한다. 전기, 가스,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이 하반기에 추가로 인상될 공산이 크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운운하며 보험료 인상 등 연금 개악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은 민주당이 제안한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제안마저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 정도 지원으로는 물가 상승을 벌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데도 말이다.

사용자들도 임금 인상을 최대한 억누르려 한다. 3월 24일 경총은 회원사들에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최소화하고 성과급 지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근속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바꿀 것도 강조했다. 정부도 공공부문부터 직무·성과급을 도입·확대하려 한다.

상대적으로 조건이 나은 대기업·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눌러서, 임금 에스컬레이터 효과를 차단(일반적인 임금 억제)하려는 것이다.

정부와 사용자들은 고임금·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이 임금 격차를 키운다고 비난하지만, 업종별 차등 적용 등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해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도 악화시키려 한다.

따라서 저들의 고통 전가에 맞서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고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대폭적인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정부의 재정 지원도 필요하다.

지난해 늦여름 벌어진 교사들의 대중 운동은 단호하게 싸우면 정부를 물러서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

집단적 힘

총선 패배에도 ‘마이 웨이’를 고집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평범한 사람들의 반감이 상당하다.

그러나 분노가 자동으로 투쟁을 낳는 건 아니다. 싸울 자신이 있는 게 중요하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로 위기에 빠졌고, 그 책임을 둘러싸고 내분해 있다. 윤석열 지지율은 기껏해야 30퍼센트대 수준이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윤석열 정부와 기업주들에 맞서 싸워 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총선 직후 자신 있게 첫 단체행동에 나섰다.(삼성전자 투쟁은 하단 박스 기사를 보시오.)

물론 노동자들은 불안함도 있을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경제 전망이 여전히 밝지 않고, 그 때문에 정부와 사용자들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으려 한다. 이 점이 노동자들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

그 점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야 영수회담에 적극 참석한 것은 윤석열의 위기 탈출용 시간 벌기에 협조하며, 반정부 정서를 혼란시키는 것이었다. 민주노총, 진보당, 녹색정의당 지도부가 영수회담 환영 논평을 낸 것은 이 점에서 부적절했다.

정부가 위기를 수습하고 반격 채비를 갖출 시간을 줘선 안 된다. 집권당이 위기인 지금이 임금 인상 투쟁에 나설 좋은 타이밍이다.

총선 결과 이용해 치고 나간 삼성전자 노동자들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체행동에 나섰다.

4월 17일 전국삼성전자노조원 2000여 명은 사측의 비열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 부품연구동 앞에서 집회를 열고, 노조와의 교섭을 통한 임금 결정, 성과급 제도 개선, 유급휴가 확대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올해도 노조를 무시하고 노사협의회를 통해 5.1퍼센트 임금 인상을 공지했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 적자를 이유로 노동자들의 초과이익성과급도 전액 삭감했다. 반면 삼성전자 임원들의 퇴직금은 넉넉하게 챙겨 주고, 보수한도(등기이사에게 지급할 보수의 상한액)도 17퍼센트나 인상했다.

노동자들은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대비 86.3퍼센트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시켰다.

이번 단체행동은 노동자를 무시하고 고통을 전가해 온 삼성전자에 대한 불만과 항의의 표출이다. 총선에서 정부·여당이 참패한 것도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줬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1만여 명이던 조합원 수는 올해 들어서만 1만 7900명가량으로 늘었다. 지난 보름 사이에 약 1700명이 새롭게 노조에 가입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벌어진 행동이 노조에 가입하게 하는 자극제가 된 것이다.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실제 그리고 상징적)을 생각할 때, 삼성전자에서 노동자들이 첫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전체 노동운동에도 뜻깊은 전진이다.

삼성전자노조는 2차 단체행동을 5월 2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전국 사업장을 돌며 조합원들에게 홍보 활동을 진행 중이다.